조용한 낚시터 풍경이다.

젊은이와 백발이 허연 노인네가 나란히 낚시를 한다.

웬일인지 둘 다 전혀 입질이 없다.

밤을 샌 후, 벌써 여명이 밝아 오건만 찌는 밤새 박아 논 말뚝이다.

미끼를 갈아 끼고, 칸수를 바꿔 보고, 포인트를 옮겨 봐도 입질 한 번 없다.

드디어 젊은이가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영감님! 여기 왜이래요? 지렁이도 안 먹고, 떡밥도 안 먹고...."

"어분을 좀 더 타 볼까요, 콩가루를 더 타 볼까요?

돌부처처럼 묵묵부답으로 앉아 있던 노인네의 대답,

"고기한테 물어 봐."

음... 정말 맞는 말이다. 누가 알겠는가?

지금 물 속의 고기가 뭘 먹고 싶은지는 물어 보지 않고 서야 알 수가 없다.

한가지 플라이 훅으로 늘 잘 잡히던 고기가 갑자기 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걸로 바꿔 봐도 저걸로 바꿔 봐도, 손가락 끝이 아릴 정도로

훅을 묶어 보지만

나 잡아 보란 듯이 라이징만 해대고 도통 연락이 없다.

이럴 땐, 정말 앞의 얘기처럼 고기에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러나 맨 마지막에 고기가 실제 물어 오는 바늘은

늘 쓰던 바로 그 처음 미끼와 그 플라이 훅일 경우가 많다.

사람 마음만 먼저 앞서서

혼자 우주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 수심에선, 이 햇살에선, 이 탁도에선, 이 조류에선, 이 지형에선, 이 수온에선.......

"이 ㅇㅇ"으로 시작되는 수 많은 조건들 안에서

평소 생활에선 잘 돌아가지 않던 머리를 억지로 굴려 가며

최고의 상상력과 이성을 조합해 가며 고기를 노린다.

물론 이 과정이 낚시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고 안 물고는 고기의 마음이다.

고기만이 갖고 있는 선택권이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자만심이 얼마나 대단하여 고기를 마인드 컨트롤하고자 할 지 모르지만,

고기의 선택권만은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인간이 외부의 억압과 강제에 반항하여

자유와 정체성을 찾듯이 고기도 그런 마음이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고기에게 물어봐" 란 대사는

정말 마음에 와 닿는다.

고기의 존재를 나와 같은 그것으로 인정하고,

그의 자존심을 살려 주는 말 아닌가?

나도 담엔 고기에게 물어 봐야지.....

고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