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   무엇인지 알게 되면


 

한 날, 집에서 딸아이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맥덜" 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여 달라고 조른다.

지난번에 한번 봤던 걸 다시 보고 싶다는 것이다.

주섬주섬 찾아서 틀었다.

 

홍콩의 某감독이 만든 자전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애니메이션으로

홍콩에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어린 돼지 "맥덜"이 어릴 때 시점을 기준으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항상 긍정적이긴 하지만, 매사가 그저그런 맥덜은 윈드서핑으로 홍콩의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스포츠 영웅을 보고 자신도 스승을 찾아서 도전해 보기로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처음엔 엄마를 위해서,,,

그러나 의도와는 조금 다르게 결국은 "만두치기"라는 지금은 사라진 옛날 옛적의 시합 기술을 익히게 된다.

지금은 어느 누구도 모르는 "만두치기"라는 황당한 기술을,,

하지만 무언가에 몰두했던 어린시절을 통해서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배었음을

성장한 맥덜은 느끼게 된다.

그 덕분에 행복했음을.....

 

나 역시 최근에 개봉한 "밀리언달러 베이비"란 영화를 보았다.

아카데미 수상소식도 있었고, 젊었을 때의 페르소나를 벗어 던지고

요즘은 꽤 쫀쫀한 영화를 만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였기에 궁금했었다.

이 영화 역시, 서른이 넘은,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여자복서의 이야기다.

기본에 충실하게 '여자'복서를 선택해버리긴 했지만,

늙은 남자 트레이너와의 묘한 어울림이 꽤 괜찮은 설정이었다.

미래도 없고, 현실도 없지만 오로지 권투만이 자신의 인공호흡기였던 주인공은

꿈을 거의 이룬 후, 그 정점에서 지극히 영화답게 옆에서 보기에도 찝찌름한 최후를 맞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여한이 없다.

 

이런 저런 생각 중에 딸아이의 "맥덜"이 끝났다.

영화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드냐고 딸아이에게 물었다.

"맥덜은 참 웃겨요"

나와만 통하는 대답으로 웃긴다는 것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이때의 의미는 재밌기도 하지만 맘에 든다는 얘기다.

"맥덜은 만두치기 하나를 열심히 했는데 그것 만으로도 많은 걸 배웠지?

너는 뭐 잘 하고 싶은 게 없냐?"

딸아이의 대답은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게 당연하지, 나도 아직 잘 모르겠는 걸.....

 

내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해줬다.

"무언가 잘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때가 바로 어른이 된 거란다"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그때가 바로 어른이 된 거겠지.....'

진정이라는 말을 계속 반복해서 물어 본다면

그걸 아는, 혹은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나 역시 아직은 혼란스럽다. 뭘 잘 하고 싶은지,,

 

그나마 안심이 되는 것은

다행히 나에겐 평생하고 싶은 것은 하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쯤엔 그 높이나 넓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게 무엇인지는 이 글을 읽는 이들은 아마도 눈치 챘을 테지.

 

"쭈~욱  낚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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