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   봄을 즐기는 법 1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다.

매년 맞는 봄이지만, 규칙적인 것 중에 봄만큼 각별한 느낌을 주는 것도 드물다.

지나간 봄은 금방 잊혀지지만, 봄의 느낌만큼 뭔가 기분 좋게 기다려 지는 것이 있을까?

그것은 겨울이 차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엇 하는 사이에 봄을 날려 보낸다.

따져보면 상당히 긴 계절이긴 한데, 춥다가 따듯한 듯하다가 금방 땀나는 계절이라 그런가 보다.

봄이라는 접두어를 붙인 나들이라도 맘 먹고 다녀 온 사람이라면 모를까,

정작 고대하던 만큼의 봄을 즐기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하지만 알고 보면 봄을 즐기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선은 뻣뻣한 허리를 굽히면 된다.

무릅을 꿇으면 된다.

눈 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어느 틈에 자라난 민들레라든가, 솔이끼의 긴 꽃대라든가,

움터 오는 새싹들 같은 조그마한 생명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겨우내 들에서 혹은 아스팔트 틈새에서도 볼 수 없었던,

붉고 흐린 흙색의 배경 속에 연한 연두색을 찾아 낼 수 있다.

허리만 조금 굽힘으로써 땅의 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때는 발을 옮기기가 왠지 조심스럽다.

 

뻣뻣한 목을 천천히 젖히면 된다.

고개를 들면 된다.

고개를 들어 적당한 거리의 마른 나무를 살피면 분홍과 연두색을 찾을 수 있다.

회색 혹은 갈색의 가지 말고, 나무의 큰 윤곽선을 살피면 붉고 푸른 오로라을 내뿜고 있음을 알게 된다.

조금만 더 가까이 가 보면, 나무는 어느새 쌀알만한 작은 새싹을 내밀고 있다.

하늘에 떠 있는 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도움말을 주자면 해를 등지고 바라보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는 움츠렸던 손을 내밀면 된다.

손을 물에 적시면 된다.

흐르는 물에 손을 담궈 보면 한겨울의 쨍한 느낌과는 다른,

여전히 차면서도 왠지 아프지는 않는 느낌이 든다.

겨울의 매서운 칼날은 물 속에서도 걷어 내진 것이다.

인간의 짧은 촉수로 물 속의 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물이 생명을 담아 움직이는 것은 아직은 조금 멀다.

 

마지막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의 얼굴에서 봄을 느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혹, 사람이 봄을 못 들여 왔거든

봄을 찾은 당신이 그들에게 전해 주자.

 

행여 춘곤으로 귀찮거든 위의 세 가지를 넌지시 일러만 줘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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