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   봄을 즐기는 법 2


 

지난 주말은 서울에서는 여의도의 벚꽃 축제가 한참이었다.

아침부터 처가에서 전화가 와서 식구들은 꽃구경 가자고 성화다.

그렇지 않아도 여의도 샛강에나 가볼까 하는 참이었는데,,

 

식구들에게는 나는 일단 샛강으로 나갈 테니 가서 만나자고 해놓고 차로 보내고는

나만 따로 전철을 탔다.  이런 잔머리...-_-;

 

달랑 두 정거장 거리인 2호선 전철 안은 봄옷 차림의 승객으로 가득 찼다가 나와 함께 우루루 내렸다.

윤중로와 샛강은 절정의 흰 꽃들과 함께 적당히 어울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소풍객들로 샛강 뚝방도 빈틈 없어서

오랜만의 캐스팅 연습도 쉬엄쉬엄 롤 캐스트만 했어야 했다.  

 

연인, 친구들, 아기 데리고 나온 부부, 부모님 모시고 나온 아들 며느리, 기타 등등의 커플들 커플들,,,

남들보다 천천히 걸어 오며 대화도 그리 많지 않고,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조용한 커플이 있었다.

뇌성마비 장애인 딸을 데리고 나온 할아버지 커플이었다.

남들과 어울리지 않는 남루하고 탁한 겉옷에 배경에 비해 약간은 흐려 보이는 겉모습이지만,

끊임없이 장난하며 걷는 둘의 밝은 웃음은 봄과 따악 어울렸다.

징검다리로 드러난 수로를 조심조심 건너는 데만 10분 조금 넘게 걸린 것 같고,

나는 굳어 있는 낚시줄을 당기며 펴며, 그들의 미소와 조심을 흘끔 흘끔 살폈다......

 

바람과 함께 날려오는 봄기운에 더 이상 서 있기도 노곤해질 무렵 아는 지인의 반가운 전화가 왔다.

'내가 지금 샛강에 서 있는 줄 우찌 아셨을까?'

금방 달려 오신 분과 샛강에서의 잠시 데이트와 인근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각자의 일 때문에 전철을 탔다.

나는 저는 덜 고쳐진 Lomo를 잠시 맡기기 위해 시청에서 내려야 했는데,

무척 오랜만의 만남이 아쉬운 둘은 시청 근처의 별다방(*bucks)에서 낚시 이야기를 좀 더 해야만 했다.

 

그동안의 각자의 낚시 이야기들, 소식, 그리고 올해 만들고 싶은 낚시 이야기들을 나누며

휴일 오후를 보냈다.

주중엔 오피스 객들로 붐비던 휴일의 시청 부근에서

차 한 잔과 함께 노닥거리는 맛은 아몬드와 호두와 마카다미야를 함께 씹는 듯 하다.

사람 없어 한적하고, 할일 없어 바쁘지 않은 채 늘어지는 재미란

아마도 주중이 고달파 본 사람만이 알 일이다.

게다가 봄이라는 Amp. 와 함께 라면,,

요즘은 정말 쉬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되는 게, 나도 제법 바쁘게 사는 가 보군,,

 

끝내주는 고소한 맛 외에도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데,

하나는 '낚시 그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잊지 않는 것이 낚시의 기본'이라는

지인께서 들려 준 낚시 이야기였으며,

또 하나는 꿈결처럼 샛강의 수로 바닥에 누워 있던 강준치 한 마리였다.

 

누군가의 손에 걸려 죽은 건지, 절로 쇠하여 죽은 건지 알 수 없지만,

온 세상이 토해 내는 봄기운에 모두 취해 있을 때,

녀석을 낳은 자연 만은 잊지 않고 녀석 위로 빛나는 햇살의 위로를 덮어 주고 있었다.

 

마침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고,

집에 돌아와 종이 위에 현상된 녀석은 2005년 처음 본 샛강의 강준치인 동시에,

생명과 죽음, 밝음과 그늘짐, 유쾌함과 쓸쓸함이 함께 하는

슬프지만 꿈결 같던 어떤 봄날을 내 삶의 끝까지는

잊지 못하게 해줄 것 같다.

 

그런 건 꼭 봄날만은 아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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