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   시즌의 머리에서 잠깐,


 

벌써부터 낚시꾼의 물은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래 봄인 것이다.

다시 또 낚고 낚이며 먹고 풀어 주는 시즌이 돌아 온 것이다.

대부분의 플라이 낚시꾼에게 무슨 덤처럼 딸려 온 것이 하나 있는데, 그건 캐치엔 릴리즈라고 하는 것이다.

 

캐치엔 릴리즈라는 녀석은 플라이 낚시꾼에게는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여전히 입 대기 좋으면서도

얻어 온 자식 마냥 약간씩 버석 거리는 느낌이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거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이겠지.

 

캐치엔 릴리즈를 할 때마다 나는 묘하게,

뒤늦게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옛 여자친구 소식 마냥,

이제부터의 불행은 내 책임이 아니라는 변명과 같은 찝찌름함이 배어 난다.

무언가에 상처를 주었다는 완전히 떨쳐 버리지 못하는 죄의식 속에서 도망칠 구멍을 파 보는 쥐새끼와 같다.

비록 내가 바늘로 꿰어 괴롭혔지만, 다시 풀어 주고 이젠 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이것으로 난 그만이라는 무정함이 서늘한 것이다.

아마도 나 역시 익숙치 않아서 일까?

 

속이 따뜻한 낚시꾼이라면 그 서늘함은 어떻게 해서도 완전히 삭혀 버릴 수는 없겠지만,

노벨이 노벨 평화상을 제정하였듯이 그래도 낚시꾼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은

불필요한 살생을 최소화 하는 것일 것이다.

멀리 해외의 자료에서는 캐치엔 릴리즈가 제도화 되어 있는 곳에서의 고기들은 한 시즌에 동일한 고기가 40회 정도까지

낚여 오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낚여 오는 녀석은 쌩 고생이었겠지만,

릴리즈 후의 생존율이 예상보다 높다는 의미도 된다.

 

오늘도 나 스스로 캐치엔 릴리즈에 대한 한 숨을 내 쉬지만,

그리고 영원히 요원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낚시꾼들이 이제는 더 이상 릴리즈의 장단점이니 제도화니 논의하는 것은 넘어 설 때가 되었으면 좋겠다.

상황에 맞춰서 적절한 캐치엔 릴리즈와 캐치엔 킬과 캐치엔 킵을 스스로 구분하여 행할 줄 아는 낚시꾼이야 말로

레포츠라는 양(혹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 늑대)의 탈을 뒤집어 쓴 오늘날의 원시인이

얻어야 할 추억의 모습이 되었다.

그 옛날 원시인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해내던 것을......

 

자신도 모르는 자학와 물질을 뒤집어 쓴 채 썩어가는 것들과 그러한 것들이 토해 낸 물 속에서 가까스로 버티는 것들,

누가 누굴 잡고, 누가 누굴 놓아 준단 말인가?

옛 것이 익숙치 않거나  요즘 것 역시 익숙치 않은 것이 분명하다.

 

또 다시 낚시에 걸린 익숙해진 고기에게 저 먼 나라의 플라이 낚시꾼이 뱉어 낸 농이 

부럽기도 하고, 시큼하기도 하다.

 

It's almost as if they were saying, "Come on buddy, I know the routine, let me go now so I can get back to feeding." 

 

변할 수 없는 상황이 처연하다면 웃기라도 해야지.  

자, 다 웃었으면,

그럼 이제 낚시꾼도 밥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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