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아내와 함께 어물전을 들렸다가 저녁 반찬거리로 생태를 골랐다.

된장과 고추장을 적당히 푼 얼큰한 생태찌게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고무장갑을 낀 어물전 아줌마가 얼렁뚱땅 토막내어 비닐 봉투에 담아 줬다.

집에 와서 놓고 보니 손에 생선 비린내가 심하게 난다. 아니 역겹다.

2겹으로 싸줬지만, 건네준 봉투의 손잡이 부분에는 묻어 있었던 것이다.

먼저 낚시를 하며 낚은 고기는 안 먹고 풀어 주는 척하면서,

생선 사 먹는 건 무슨 모순이냐고 하면 대답할 말이 없으니 넘어가자.

고기 비린내.....

내가 좀 특이하게 후각에 민감한 편이라서

집에서도 향이 진한 음식을 한 후에는 꼭 거실에 향을 피워 가셔야 직성이 풀리는 나도

낚시가서 고기를 낚은 후 묻은 비린내는 왠지 흐뭇하다.

무슨 변태(?)같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집에 들어와서도 손을 씻기 전에

다시 한번 맡아 보며 씨익~ 웃는다.

가끔은 아내가 조황을 물을 때면 말없이 손을 내밀어 오늘의 냄새를 풍겨 준다.(좀 이상한가?)

특히 고기를 한 마리도 낚지 못했을 때는 그 비린내가 그렇게 그리울 때가 없다.

그런데 왜 어물전의 생선 비린내는 싫고 내가 낚은 고기의 비린내는 흐뭇할까?

물론 어물전에는 대부분 바닷고기이고 보통 민물고기보다 심하다.

게다가 죽은 후, 적당히 시간이 지난 뒤라

체액이 알맞게 상해 있어서 더욱 심하게 된다는 이유도 있다.

그냥 단순하게 살아 있는 고기와 죽은 고기라는 차이점이라고만 이해하고 싶다......

비린내 얘기를 더 해보자.

고기들은 저마다 각각의 독특한 향을 갖고 있다. 대부분 비린내라고 하겠지만 ..... -_-;

어종마다 특유의 체액이 다르기 때문에 기본 향이 다르지만

그 위에 평소에 먹고 사는 내용과 수질, 흐르는 물과 멈춰 있는 물 등에 따라

같은 고기라도 또 몇 겹의 향을 덮고 있다.

맑은 물의 고운 고기는 박하사탕과 같은 가슴을 시원하게 만드는 숨은 향을 갖고 있다.

늘 시원한 계곡에서만 맡을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강의 고기들은 웬지 텁텁한 기운을 갖고 있지만 그 냄새의 기원은

인간에게서 나온 것들이므로 우리와 가깝다는 느낌을 간혹 받기도 한다.

붕어가 갖는 그 독특한 향은 모든 민물고기의 base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다음으로 흔한 잉어는 고기의 덩치 만큼이나 묵직함을 느끼게 한다.

넓은 강을 이 곳 저 곳 달리기를 좋아하는 끄리의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있는가?

잡식성이라 꽤나 짙은 향을 갖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바람둥이와 같은 느낌을 주는 달짝한 무언가가 있다.

짠 갯내음과 함께 살아 있는 바닷고기의 상쾌함은 산골 계곡의 그 녀석들과 견줄만 하다.

이러한 것들이 인간의 경우와 비교하면 더욱 재밌다.

전철에서 만난 백인이나 흑인들이 전해 오는 특이한 체취와

집들이로 손님이 되어 남의 집에 갔을 때,  집집마다 갖고 있는 독특한 향을 느끼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런 것들이 낯설지 않은 건 그들이 친구이고 지인(知人)이기 때문이리라.

자주 만나는 친구의, 애인의 체취를 맡으면 나도 모르게 편안한 느낌을 갖겠지?

고기의 체취는 분명히 객관적으로 비린내 임에는 틀림없지만

낚시꾼들에게는 향으로 와 닿는다.

어릴 때부터 맡아 와서 아직도 잊지 않은

어머님 베게잇의 그리운 냄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