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    情 낚시


 

퇴근길의 전철에서 들었는지,

출조 중의 기차 칸에서 들었는지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어떤 아가씨들의 대화에서 나이든 부부가 정 때문에 산다는 이야기가 제일 무섭댄다.

 

나 역시 혼전에는 그랬다.

나이 들어서 부부끼리 사랑은 없고 정 때문에 헤어지지 못해 붙어 사는 꼴이 제일 싫다고,,

나는 그러지 말아야 겠다고 혼초에 다짐에 다짐을 더했다.

 

그러나 이제 혼후, 만 8년이 다 되가는 제법 익은 부부가 된 내 생각은

완전 전세역전이었다.

 

"정이 얼마나 좋은 건데 그게 무섭고 싫냐? 바보들..."

 

처음엔 서로 성격도 맞추고, 취향도 맞추고, life style 전부를 서로에게 맞추며

겉은 아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낯선 둘이서 익숙해지느라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이젠 상대가 기쁘면 왜 기쁜지 알고, 슬프면 왜 슬픈지 알며, 화나면 왜 화나는지 말 안해도 아는

서로에게 짝 달라 붙는 한 쌍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정이란 그런 것이다.

끓어 올라 넘치는 혹은 타서 없어지는 것이 아닌 잘 쑨 아교풀 마냥

척 던지면 착 붙는, 무더운 여름이면 헐렁해져 스르르 미끄러 지기도 하지만 다시 던지면 짝 달라 붙고,

매서운 겨울이면 똘똘 뭉쳐 늘어날 틈도 없는...

가릴 것도 없고, 숨길 것도 없고, 서로 한 없이 편안하며

그 편안함의 근원은 서로에 대한 무한한 이해에서 온다.

그 무한함의 근원은 말 안해도 짐작할 것이다.

그 뿌리 속에는 식지 않은 은근한 사랑이 남아 있는 것이다.

 

요즘 내가 낚시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도 情으로 흐르고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가슴 두근거림부터 시작해서,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미친듯한 광기와 집착을 거쳐,

끓고, 넘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안 해본 게 없고,

이젠 그냥 무덤덤해 보이지만

너무나 낚시라는 게 편안해져서,

그 전처럼 낚시로 호흡을 하는지 똥을 싸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그냥 돌아 보니 옆자리에 앉아 있는 낚시가 되었고,

녀석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낚시꾼인지 아닌지,

낚시가 뭐였는지 기억마저 가물하다.....

 

이제 낚시 좀 시작 하나 보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