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    같은 곳을 다시 간다는 것


 

며칠 전, 식구들과 홍콩을 다녀왔다.

막 제대한 동생이랑 함께 다녀온지 만 11년쯤 넘었나 보다.

 

출발 당일날 새벽에 비행기표만 달랑 예약해서 무작정 간 거라서,

식구를 이끌고 다니려니 예전에 들렸던 중에 괜찮았던 곳 중심으로 다시 찾아 다니게 되었다.

스타페리를 타고 가까이서 보는 홍콩섬의 야경은 잊었던 옛 감상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지독히도 삶의 땀냄새가 가시지 않는 곳이지만,

그래도 물에 떠 있는 꿈 속의 도시....

 

몹시 가기 힘든 곳을 다시 찾아가는 사람의 마음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익숙함과 함께 변화의 궁금함을 머리에 두었기 때문이다.

 

낚시꾼인 우리는 같은 저수지를, 그리고 같은 계류를 매년 꼬박꼬박 들리게 된다.

오랜만에 떠난 지난 주말 출조에도 나는 새로운 곳도 살폈지만, 익숙한 곳을 더 많이 들렸다.

굳이 안정된 조황을 보장받아야 겠다는 이유보다는

그리운 그 곳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내 발로 직접 찾아가 안부를 묻고 싶은 게다.

마음에 떠올리며 그리는 것의 결정체는 직접 만나는 것이다.

비록 그곳이 매번 망가지고 상하여 다시 아니 만나는 것이 나을지라도,

긴 시간 쌓아진 아쉬움을 달랠 수 있고,

그래서 더욱 옛 추억이 짙어 지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곳이라도 하더라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찾아 내게 된다.

오랜 친구의 낯선 버릇을 찾아내고는 언제적부터였냐고 묻는 것처럼,

섭섭함과 함께 미안함과 함께 더욱 가까워짐을 속으로 즐기게 된다.

몰랐던 포인트의 새로운 고기 한 마리는 그런 즐거움이다.

 

그리고 다시 가는 것은 함께 한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첫 해외여행에서 동생과 나는 몹시 싸웠다. 낯선 타국에서 두 손을 놓고 헤어졌던 것이다.

서로 형과 아우를 찾으러 딴 방향으로 헤메다 만났지만,

짐짓 반가운 체 하지 않기는 둘다 마찬가지였지...

한 배에서 태어난 한 몸인 줄 알았지만,

서로 다름을 깨닫게 된 좋은 기회였다. 그제서야 형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비록 혼자만의 출조였지만, 주말에 들렸던 장소마다,

그때 낚았던 고기 한 마리 보다 함께 한 지인들의 추억이 떠 올랐다.

누가 양보해줬던 그 자리, 누가 보여줬던 낚시꾼의 미소 자리, 누군가 몰래 찍어 보내줬던 내 낚시사진 그 자리,

소개하고도 고기가 없어서 내가 몹시 안달했던 그 자리....

 

같은 곳을 다시 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깊이를 높이는 일인 것 같다....

 

딸아이는 내년에 다시 가자는데, 언제나 다시 한번 올 수 있을까?

이미 내 마음 속의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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