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    모든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지 마라


 

제법 긴 시간이 흘렀다.

홈피를 떠나 온지.....

 

2006년초, 다니던 직장에서의 갑작스런 결정으로 가족과 함께 싱가폴로 파견을 나가게 되었고,

그 이후 2009년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제법 바쁜 일상과 "살아가기" 라는 이름의  끝나지 않을 숙제는 나를 낚시 이야기와는 제법 멀리 떼어 놓게 했었다.

그럼 안되지...  아무렴....

 

이제 2006년초로 돌아가 보자.

갑작스런 기약없는 파견 소식에 나의 낚시 친구, 지인분들이 고맙게도

열대지방가서는 언제 차가운 물에 발 담궈 가며 낚시하겠냐며, 3월초의 이른 시즌이었지만,

나를 1박2일 강원도 낚시여행으로 초대해주셨다.

 

새벽같이 출발하여, 계곡을 누비며 하루 동안의 알뜰한 낚시가 끝나고,

따듯한 산장에서 식사를 하며, 그날의 낚시, 앞으로의 생활들, 이별 일정, 기약없는 다시 만남,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날의 아침 짬 낚시를 기다리며 자리에 누운 나는

당췌 잠이 오지 않았다.

출국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던 나는

잠시나마 낚시로 마음의 조급함을 가리고 있었지만,

다가올 낯선 미래와 환경에 적잖은 근심이 가득하였나 보다.

 

마음을 달래려 그날 하루의 낚시를 하나하나 복기를 해보니,

낚시 역시 조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언제 또 한국에서 이런 낚시를 다시 하나 싶어, 장면장면, 순간순간을  눈에 담고 싶었고,

많은 물속의 친구들을 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바로 그날의 나는  조금의 기회라도 놓치기 싫어서

크고 긴 계류의 모든 포인트마다 낚시대를 드리우고, 미끼를 던져 댔던 것이다.

마치 모든 물고기를 잡으려는 듯이.....

 

또한 나는 싱가폴이라는 낯선 곳, 능력과 경험을 키울 소중한 해외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많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최선의 준비를 하고,

수 많은 계획과 달성목표를 수립하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이룰 듯이.....

 

그제서야 나는 알게 되었다.

낚시꾼은 물 속의 모든 물고기를 잡으려 해서는 안되고,

사람은 세상의 모든 것을 원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귀가길의 기분 좋은 노곤함과 졸림 속에

싱가폴 파견의 의미를 딱 두 가지를 정했다.

어차피 해외 나가는 것이니 영어를 좀 더 배워보자, 그리고 덥고도 바쁜 곳일테니 절대 몸은 망가지지 말자.

 

수 년이 흘러 다시 돌이켜 보면,

그 때의 깨달음 덕분에 쓰러지지 않고, 낙심하지도 않으며,

스스로 행복해 하며 싱가폴 생활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중한 낚시 친구분들이 주신 좋은 선물이라 생각하고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낚시 포인트를 내게 양보해주시며 내가 낚은 한 마리를 당신의 그것보다 더 기뻐해주시던 모습들.....

보고 싶습니다.....

많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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