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    왜 낚시를 하는가?


 

"선배님은 왜 낚시를 하세요?"

 

다니는 직장의 후배가 얼마 전 물어 온 질문이다.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하도 티를 낸 탓인지, 직장의 동료도 이제 내가 낚시꾼인줄 잘 알게 되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되물었다.

"그럼 넌 왜 드럼을 치냐?"

 

그 친구는 아마추어 밴드에서 드럼을 맡고 있고,

벌써 10년이 넘게 활동하고 있어 수준급의 실력을 갖고 있다.

 

"그건 뭐,  설명하긴 쉽지 않지만 자기 성장의 도구라고나 할까요?"

드럼이라는 악기가 보기는 멋있지만 익히기가 쉽지 않아서 매일매일 쉬지 않고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야

진짜 실력이 쌓이는 종목이라고 한다. 세상에 노력 없이 이룰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알려 준덴다.

 

예를 들자면 드럼기법 중에 더블 스트로크 라는 기술이 있다고 한다.

한번 드럼스틱을 휘두르는데 두 번을 치는 기술인데,

드럼을 칠 줄 아는 수준과 드럼 좀 치는 수준을 구분하는 경계선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애국가 시작할 때, 동해물과 백두산이~ 하기 전에 잔잔하게 깔리는

"드르르르르~~" 하며 북이 잔잔하면서도 빠르게 떠는 소리를 내는 바로 그 기술이다.

 

이 기술은 손목에 힘도 빼야하고, 자유자재로 빠르고 느린 리듬을 쪼개서 다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드럼 기술의 꽃과도 같은데 하루이틀, 한 두달 연습으로는 어림도 없고,

제대로 마스터 하려면 몇 년을 꾸준히 해야 된다고 한다.

그래서 드럼을 치는 일이란 매일매일  반복하면서 자기수련과 인생의 원칙들을 되새기게 해주는 멋진 도구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그랬다.

"낚시도 그래... "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하지만 낚시를 계속하다 보니 이젠 나는 주체고, 낚시는 자기성찰의 도구라는 개념은 흐려지고,

그냥 낚시라는 것 자체가 오래 된 친구같다는 느낌이 들어. 꼭 정의를 내려야 하고 선을 그어야 하는 게 아닌 그냥 쭉 함께 가는 거지."

 

"근데 드럼은 왜 치게 되었냐?

 

"회사 입사하고 나서 뭔가 배우고 싶었는데 우연히 시작하게 된 후,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어쩌다보니 계속하게 되었네요."

그래서 나도 그랬다.

"나도 그래.... "

 

"처음에 고기를 많이 잡으려, 또는 쉽게 잡으려, 더 큰 고기를 잡으려, 때로는 멋있는 척하려 진지한 낚시를 시작했지.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이젠 그런 건 별 의미가 없고, 낚시를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더 소중해 진 것 같네."

 

낚시 이야기를 쓰면서 내게 낚시는

낚시를 준비하는 교인이 주일이면 교회를 가고, 불자가 사찰을 찾듯이 일종의 Ritual이 되었다.

종교의례와 같은 경건한 일상의 반복...

 

한번의 낚시는 다음 낚시까지 내내,

내게 지난번 낚시의 추억을 되새겨 줌으로써 그 과정을 들여다 보게 만들며,

삶에 대한 무심한 관찰과 수줍은 성찰을 들려 준다.

 

낚시를 준비하는 과정, 출발하고 이동하는 시간, 낚시의 시작과 끝, 결과와 느낌,

이웃 낚시꾼과 다툰 일, 시샘했던 일, 때로는 함께 즐거워 한 일,

날씨와 물고기를 원망한 일, 스스로를 자책했던 일,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렇게 낚시는 나의 시간와 인생이 소화되고 배변되어, 정화되고 정리정돈 되는 기회를 준다.

닿을 곳은 모르지만, 최소한 내가 가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는 알게 해주는 느낌 이랄까?

한 동안은 그런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어쩐지 더블 스트로크 설명을 쓰다 보니 플라이 낚시의 더블 홀이란 기술을 설명하는 기분이 들었다.

리듬을 자유롭게 다뤄야 하고, 적절한 힘빼기와 주기, 몇 년을 연습해도 아직도 제대로 못 이루는 기술.....

 

다음에 후배에게 이 이야기를 해줘야 겠다.

드럼에 더블 스트로크가 있다면

플라이 낚시에는 더블 홀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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