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치는 바다의 준치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으로

한강권, 금강권 등에 살고 있는 민물고기다. 흔히 보이는 크기는 10cm에서 1M에 가까운

이른바 대형에 속하는 녀석이다.

흔히 강계의 난폭자라 불리 울 정도로 고속으로 헤엄쳐 다니며, 작은 민물고기를 잡아 먹는다.

입가에는 작은 이가 있어 한번 문 고기는 놓치지 않는다.

심지어 나르는 잠자리나 제비를 공격하기도 한다. 미끈한 몸매에 번쩍이는 은색 비늘을 가졌고,

큰 눈과, 물 표면의 먹이를 먹기에 입이 위로 올려 붙은 멋진 고기다.

물론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민물낚시꾼들에게는 맛이 없어 미움 받는 고기지만,

이 강준치는 한국의 수도 서울시내를 가로지르는 한강에서 볼 수가 있고,

게다가 한강에서는 유일하게 생미끼보다 플라이 바늘을 잘 무는 놀라운 녀석이자,

나같은 플라이 낚시꾼에게는 고맙기 그지 없는 소중한 존재다.

한강에서는 한겨울에도 얼음장 밑에서 올라오는 일도 있지만 주로 5월부터 10월까지가

흔히 볼 수 있는 철이다. 특히 여름 장마철에 물이 불었을 때는

대형급 들이 여의도 샛강에 떼로 몰려 오는 경우가 많다. 강계의 조직 폭력배라고나 할까?

피라미나 살치(고기 이름) 떼들이 공격을 피해 물위로 튀어 달아 나기 때문에

강준치가 출현하면 플라이 낚시꾼은 바로 알 수 있다.

이런 날은 플라이를 던지기만 하면 여지없이 물고 늘어진다. 한번 캐스팅에 한 마리씩....

20여수에 다가가면 나중엔 마리 수를 세는 걸 포기하고, 손에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

물론 늘 그렇지는 않다. 날마다 조행 때마다, 수온을 잰다. 물색을 체크한다. 물때와 수위를

기록한다. 부산을 떨며 잘 잡히는 날을 기록해 보지만, 자연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었다.

인간이 오늘은 된장찌게를 먹고, 내일은 짬뽕이 먹고 싶듯이 강준치도 그런 모양이었다.

그래도 비가 온 후에 물이 불어 있는 때는 확률이 높은 편이기에 나는 늘 퇴근길에

전철의 창문 너머로 한강의 수위를 살핀다. 만일 수위가 높다면 달리듯 집으로 들어가

낚시대를 챙겨 들고 여의도로 출동(?)한다. 한강의 가장 반가운 친구를 만나기 위해....

강준치의 입맛은 역시 물고기가 중심이고, 겨울에는 강 바닥에 붙어서 움직임이 느려지기

때문에 지렁이도 먹는 듯 하다. 물고기 비슷하게 생기기만 하면 아무거나 잘 먹기 때문에

한가지의 플라이 바늘로 줄이 끊어지지 않는 한 하루 종일 수십 마리와도 놀아 볼 수 있다.

논다는 라는 의미는 인간에게나 해당되겠지만 간혹 꼬마 강준치에게는 적당한 표현이 된다.

가을이 접어 들 무렵이면 어른들은 사라지고 꼬마 강준치들이 여의도 샛강에 남아 있다.

새끼 손가락 두마디 쯤 되는 플라이 바늘을 물속에서 놀리면 손바닥 만한 꼬마 녀석들이

먹어 보겠다고 입질을 해댄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상하게 입의 구조 탓인지 강준치는 물속의 먹이를 공격할 때는 먹이 진행방향의

수직방향으로 좌우 연타를 가해온다. 특히 몸을 비틀기 때문에 입질을 할 때는

물속에서 허연 은색 비늘을 번떡이는 모습을 보여 주는 특징이 있다)

물론 입보다 바늘이 크기 때문에 물지는 못하고 공격연습만 시키는 꼴이다.

강준치가 제일 잘 무는 바늘은 국내의 PC통신 플라이 낚시 동호회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상당한 실력의 플라이 고수가 개발한 "이노무 스트리머" 라는 바늘이다.

이노무는 애칭이며, 스트리머는 물고기와 유사하게 꾸민 바늘을 총칭하는 말이고

물속에서 먹이가 되는 작은 물고기의 움직임처럼 낚시줄을 당겨 쓰~윽 쓰~윽 움직여서

큰 물고기를 유혹하는 바늘이다. 바늘이 크기 때문에 주로 큰 물고기가 아니면 물 수가 없다.

이름도 특이하거니와, 한국 내의 모든 지역과 어종에 상관없이 물어주는 막강 호환성(?)을

갖고 있기에 또한 유명하다. 나도 이 분께 초보시절에(아.. 아직 초보다) 바늘을 2개를 얻어서

어떻게 만들었나를 연구하고 왜 잘 무는 가를 연구해서 여러 가지 형태의 훅을 시험했었다.

이제는 나 나름대로의 패턴을 가진 이노무 스트리머를 만들어 쓰고 있다.

사실 이 플라이 낚시라는 게 낚는 재미는 삼분지 일이요, 플라이 바늘을 만드는 게 삼분지 일이며,

나머지 삼분지 일은 캐스팅에 있다고 한다. 그만큼 자기 손으로 만들 가짜 미끼를

고기가 속아서 물어 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물어주는 그 순간에는 정말 뿌~ 듯하다.

타잉(플라이 바늘을 만드는 것 ; 실로 재료를 바늘에 묶기 때문에 타잉이라고 한다)에

대해서는 다음에 얘기하도록 하자.

이노무 스트리머도 색깔에 따라 입질이 틀리며, 은색 끈을 진짜 물고기처럼 꾸민 바늘도

잘 무는 편이며, 밤에는 강준치의 경계심이 늦춰지고 공격적이기 때문에 포퍼라고 부르는

물위에 떠서 퍽!퍽! 소리를 내는 바늘을 잘 물기도 한다.

일단 강준치가 바늘을 물게 되면 철썩~ 하는 소리와 함게 몸을 뒤틀어 반항을 보인다.

아마 인간의 말을 한다면 "아야~" 혹은 "엄마야!"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꼬마라면 도망치는 듯 하다가 끌려오고, 중급 정도의 녀석이라면 낚시꾼에게

곧장 달려온다. 그리고는 낚시꾼 가까이에 접근할 무렵 갑자기 냅다 달리기 시작한다.

처음엔 뭔가 걸은 듯한 느낌에 놀라지만 느슨해진 낚시줄에 긴장을 풀고 있다가

헐거워진 바늘을 털어 버리고 도망가던지, 급작스런 폭발력으로 낚시줄을 끊고 달아나는 수가 많다.

오랜 경험에는 오는 지혜인지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다른 낚시에 비해 플라이 낚시는

낚시줄을 직접 손으로 다루기 때문에 어떤 낚시보다 빨리 줄을 회수할 수 있기에

강준치에게는 불리하다. 게다가 한강의 강준치는 용존산소가 적은 수질 탓인지

달려 들어 온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미 지쳐 버린 후라 탈출을 위한 최후의 몸놀림을 해낼 수 없다.

그래서 한강의 강준치는 슬프다. 아니 인간인 나만 슬픈 거겠지.

대형의 경우에는 거의 무는 순간 툭! 혹은 투둑! 두방에 줄을 끊어 버린다.

물론 굵은 빨랫줄과 같은 플라이 라인을 끊는 것이 아니고 플라이 라인과 바늘을 연결하기 위한

보통 민물 낚시줄과 같은 가느다랗고 투명한 나일론 줄을 끊는 것이다.

60cm를 넘어 7~80급에 달하는 녀석들은 엄청난 물보라와 함께 희번덕 대는 엄청나게 큰 몸집....

일단 걸어서 힘겨루기를 하게 되면 10 ~ 30분은 금방 지나간다. 특히 연약한 낚시대와 약한

낚시줄을 쓰게 되면 조심하느라 시간을 끌게 되므로 강준치에겐 좋은 일은 아니지만

낚시꾼에겐 손맛을 더하게 되는 악취미가 된다.

작년엔가 65급을 걸어서 무려 35분을 버텨서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적이 있었다.

싸우는 동안 어부인의 전화도 받고 "응 지금 걸었는데 벌써 15분째야... 나중에 또 전화할게!"

그러고는 20분을 더 싸웠으니....

이러한 대형을 놓칠 때면 꽤나 아쉽다. 기록 갱신이란 단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그 손맛..... 이런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요즘은 바늘을 입에 달고 있을 녀석을 생각하면

오늘도 내가 잘 못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물론 그 담엔 바늘을 뽑아줘야 된다는 핑게로

힘차게 더 멀리 라인을 날리는 자기 합리화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난 일단 낚시줄 끝에 물고기가 붙게 되면 최선을 다해서 물가로 끌어오는 버릇이 생겼다.

아.... 당연한 건가?

그리고 다시 바늘을 뽑고 물로 풀어준다. 아.... 놓아주는 것에 대해서는 담에 얘기하자.

한날은 강준치 밥을 주는 걸 연구해 봤다.

늘 잡혀만 주는 강준치에게 미안해서 였다. 눈꼽만한 바늘에 오양맛살이나 오뎅을 물고기 처럼

길게 썰어서 달아 주면 먹을까? 일자 바늘에 꽂아서 두면 먹이만 빠져 나가지 않을까 하고.....

일자 바늘도 만들어 두었고 맛살도 사두었건만 매번 출조 때마다 잊고 간다.

아직 덜 미안해서 일까? 친구 생각을 덜하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