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가고 싶다.......

낚시의 여러 가지 즐거움들이 나를 낚시로 유혹하지만, 그것보다

일상이 지루하고 삶이 꼬일 때, 불현듯 낚시가고 싶다.

가끔 사무실에 앉아 일하는 척하다, 아무 것도 없는 창밖을 물끄러미 쳐다 본다.

그리고 머릿 속은 한강으로, 강원도 산골로, 물가를 달린다.

직장인 갖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직장에서 얻는다. 아니 받는다.

보통 여름철에는 조금만 답답한 일이 생기면 그 날은 바로 퇴근해서 한강으로 달려간다.

낚시대를 들고......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대략 5시40분경..... 한강으로 달리면 6시10분 쯤엔 도착하게 된다.

해가 있는 7~8시까지의 한 두시간 낚시는

짧은 인생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자유시간이다.

사실은 낚시하는 순간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심할 때는 고기 생각도 없다.

그냥 던지고 다시 던지고 다시 던진다.

내 맘 안에 담겨 있는 쓰잘데기 없는 것들을 던져 버리듯.....

이 세상에 중요한 건 아무 것도 없는 듯.....

하지만 낚시를 무슨 도피처로 생각하기는 싫다.

낚시를 가야만 스트레스를 풀고, 문제를 해결하고, 맘을 가다듬고 하는 건 우습다.

단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 방법에는 거실에 누워서 말되 안되게 웃기는 비디오를 한 편 보는 것도 될꺼고,

아침 점심을 굶어 가며 잠을 자 버리는 방법도 있고,

똑 같은 플라이 바늘을 열 개 정도 만들어 보는 방법도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머리를 완전히 비움으로써

새로운 생각으로 머리와 마음을 채울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아무 것"도는 의미있는 그 무엇인가 보다.

그렇지만 가끔은 아무런 이유없이 낚시가고 싶은 때도 있다.

그런데 상황이 따라 주지 않을 때는 정말 어찌할 수 없다.

주말이지만 멀리 갈 순 없고, 가까운 한강은 며칠째 한파에 얼어 버린지 오래다.

보통은 플라이 바늘을 만드는 걸로 맘을 삭히지만,

어쩐 일인지 플라이 바늘 매는 것도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 당분간 매기도 지겹다.

왜 난 오늘도 갑자기 낚시가 가고 싶은 걸까?

정확하게 이유를 대지 못하니 더욱 내가 웃긴다.

주말인 내일은 일찍 집에 와서

아파트 뒷마당에서 캐스팅 연습이라도 해야 될 것 같다.

그동안 안 썼던 낚시대들을 몽땅 꺼내서 낡은 플라이 줄이 감긴 릴을 달고

차례로 한번씩 던져 봐야지......

얼마나 던지면 정신이 들까?

오늘도 난 낚시가 무지무지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