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간혹 낚시를 하고 있는가?

그럼 당신은 부자다.

낚시를 즐길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부자란 뜻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도, 걸인도 낚시를 할 수 있다.

길에서 줏은 철사조각과 작대기, 입고 있는 옷의 올을 풀은 실 토막으로도

얼마든지 낚시는 되니까......

그래서 낚시가 맘에 들기도 하군.

그러고 보니 무인도에 떨어져도 낚시꾼들은 굶어 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엉뚱한 짓만 하는 나같은 낚시꾼에게

낚시가 원래는 생존기술이었구나 하는 새로움에 놀랍다.

옛 서양 속담에 아이에게 매일 고기 한마리 씩 주지말고 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라고 했다던가....

이상한 곳으로 흘렀지만 그것도 낚시꾼이 부자인 이유가 되겠구만.

내가 생각하는 부자의 개념은 좀 다르다.

이를 잘 반영해주는 이야기가 있어 줏어다 옮겨 본다.

멋진 섬에서 휴가를 즐기던 성공한 비지니스맨이 배 위에서 낮잠을 즐기는

어부에게 말했다.

"이봐요! 이렇게 누워만 있지 말고 더 열심히 고기를 잡아서 배를 몇 척 더 산 후,

통조림 공장을 하나 세워 사람들을 고용해 대신 일을 하게 하시오"

어부가 궁금해 물었다.

"그 후에는요?"

"그 다음에는 태양아래 누워서 편히 쉬는 거지요"

"나, 지금 그러고 있지 않소"

오늘을 굶고 모아서 내일 2배로 먹는 게 부자가 아니고,

자신이 처한 순간 순간의 현실을 즐기고 만족한다면 그게 평생 부자라고 생각한다.

나의 관점에서 삶은 결과가 아니고 여정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무렵엔가? 삶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하면서 노인들에게 얻은 교훈이 있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의 추억만으로 먹고 산다. 젊었을 때, 멋진 추억거리가 있다면

늙어도 심심하진 않겠다는 생각에 하루하루를 재밋게 살자고 맘 먹은 적이 있었다.

비록 죽을 때 힘들게 죽게 되더라도 그동안의 삶을 돌아 보고 흐뭇해 할 수 있다면

평생을 부유하게 산 것이리라.

배가 아닌 마음이 부른(?) 부유함......

가만히 보니 부친께서도 내게 그런 교훈을 주신 것 같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즐거운 일이 있어도, 무리하시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낚시를 가시거나 다른 일에 몰두하시는 등으로

삶 자체를 여유롭게 즐기신 것 같다.

"쉬어야 할 땐 꼭 쉬어야 한다!' 라는 교훈.

내가 가끔 동생이나 후배들에게 일러주는 "힘이 빠지면 꼭 밥을 먹도록 해라!"라는 것과 유사하게

황당한 느낌이 나는 교훈이지만, 우린 늘 그걸 잊고 산다.

살면서 때론 쉼표를 찍어야 할 때가 있다.

복잡한 현실이 죄어 오는 답답함과 숨막힘, 그건 우리에게 쉼표가 없기 때문일꺼다.

아니 숨표인가? --;

일상을 쪼개어 낚시로 채우는 삶,

그것도 멋진 작품이 될 것 같다.

물론, 방법은 낚시가 아니라도 좋다.

"낚시꾼이여! 가고 싶을 땐 꼭 낚시를 가자."

근데, 매일 쉼표만 찍는 것도 웃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