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플라이 낚시를 시작하게 된 계기 중의 하나인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인 두 형제가 어릴 때부터 나란히 부친에게 플라이 낚시를 배워,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경쟁도 하다가, 결국엔 각자 나름대로의 플라이 세계를

만들었음을 알게 되고 흐뭇해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난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일단 내게도 남동생은 있다.

전에 말했듯이, 우리 집은 낚시집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가족이 요즘말로 "한 낚시"를 한다.

모친께서도 아버님 못지 않은 조력을 가지고 계시며,

체계적인 이론이나 탁월한 조황을 자랑하실 순 없지만 낚시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역시 나름대로 낚시관이 있으시며, 누님께서도 사나운 갯지렁이의 이빨도 아랑곳하지 않고,

척척 바늘에 꿰어 쓸 정도의 경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난 비록 여린 마음의 집사람이지만

나와 같이 낚시를 좋아해주는 것이 그렇게 이쁘고, 고마운지도 모르겠다.

물론 남동생도 나처럼 걸음을 떼고, 낚시대를 들 수 있을 만한 때부터 낚시를 시작했고,

내가 본가를 떠나 오기 전까지는 항상 같이 낚시를 다녔다.

그러나 동생은 지극히 정통 보수 낚시파이다.

낚시는 대와 바늘 그리고 찌가 없으면 낚시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고기를 낚아도 고기에게도 뭔가 남는 게 있는, 즉 먹여 가며 낚아야 한다는 게 동생의 지론이다.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을 즐기고 정중동(靜中動)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그런 동생에게 내가 새로 배우기 시작한 플라이 낚시를 가르쳐

"흐르는 강물처럼"을 한번 흉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루어 낚시부터 시작하여 플라이 낚시까지 단계적으로도 해 봤으며,

숱하게 졸라서 같이 낚시를 다닌 덕에 이제 캐스팅도 어느 정도 기초는 익혔건만

동생의 마음은 아직도 완전히 넘어오지 않았다.

처음엔 같이 출조해서 고기를 낚은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쩌다 내가 잡아도 동생을 큰 소리로 부르며 낚시터를 시끄럽게 했으며,

처음 동생이 잡게 되는 때는 동생보다 내가 더 좋아하며 기뻐했었다.

그런 노력 덕에 동생은 이젠 플라이 낚시를 사기라고 부르진 않지만,

고기에겐 남는게 하나도 없이 낚시를 한다는 사실이

그가 가진 가치관의 기초인 인간미가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지,

아직까지 왠지 좀 미덥잖은 낚시로 부르고 있다.

사실 나도 그 부분엔 별로 할 말이 없다.

나도 속으로 미안해 하는 것이므로.....

그런 탓에 요즘은 동생에게 예전처럼 강요(?)는 하고 있지 않지만,

그 영화처럼 플라이 낚시로 동생과의 겨루기를 해보고 싶은 1단계 욕심을 버릴 수가 없다.

이번주 토요일도 난 동생에게 졸랐다. 같이 낚시 가보자고......

요즘 회사일로 바쁜 그가 난 아쉽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난 벌써, 각자의 나름대로 낚시 세계와 사는 방식을 깨닫고 인정하게 되지 않았나?

그거면 이미 충분하리라.

그런데 난 가만히 보니

이상하게 부친께는 플라이 낚시를 해보시라고 권할 수가 없다.

낚시로서는 대 선배이시기 때문에 뭔가를 가르쳐 드리는 게 어색하기도 하지만

뭐든지 길은 많아도 끝 닿는 곳은 같다는 평소, 나의 생각대로

더 이상 또 다른 낚시를 배우시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일꺼다.

난 언제 생각해도,

이렇게 나를 말없이 낚시의 세계로 이끌어 주신 아버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낳고 길러 주신 은혜 다음으로 감사히 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