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여기저기 떠들고(?) 다닌대로 저수지 송어낚시를 다녀왔다.

출근하는 아내를 전철역까지 데려다 준 후, 느긋하게 출발했다.

오전 9시쯤, 비교적 헤메지 않고 바로 찾아간 저수지는 생각보다 자그마 했다.

그나마 반쪽은 얼음에 묻혀 있고, 나머지 반쪽도 얼음을 막기 위해 틀어 둔 낙숫물과

떠 다니는 얼음 탓에 상황은 시원찮아 보인다.

낚시꾼들이 어느정도 도착하자. 주인장은 펌프를 잠궈 낙숫물을 멈추고, 배를 이용해 떠다니는 얼음을 정리했다.

긴 플라이대를 셋팅하고 작년말에 이 때를 대비해서 만든 웃기는 플라이 용 찌를 달았다.

; 이맘때의 송어는 많은 스트레스로 입질이 약아 진다. 보통의 스치로폴 마커를 쓰면

흔히 삐삐 입질로 불리는 부르르, 혹은 깜빡이다 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1주일간 고민해서

몇가지 방법을 실험한 후에 그나마 제일 실용성이 있어서 만든 것이다.

웃기지만 공개하면, 미니 민물찌라고 보면 된다. 플라이 특성상의 캐스팅에 방해되지 않고,

예민한 입질을 고려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좋은 말로는 퓨전이겠고.... 내가 보기엔 웃긴다.

대신 감도는 좋다. 고기가 근처를 지나가도 약하게 깜빡이니까....

우선 빨대를 3~7cm 길이로 자르고 이쑤시게를 알맞게 잘라 아래 위를 접착제를 발라 막는다.

뾰족한 이쑤시게 부분을 잘라 빨대찌와 실로 연결하면 된다. 이때, 이쑤시게에 홈을 내어서 실을

묶기 좋게 하는 tip을 써야 한다. 캐스팅을 위해서는 가능한 연결실을 짧게 하는 게 좋다.

흰 빨대에 도색을 하거나, 색깔있는 테이프를 몇종류 감아 눈에 띄게도 한다.

쓸때는 리더에 민물용 고무 찌꽂이를 끼워넣고 수심을 맞춰 미니찌를 단다.

그리고 플라이 훅을 매고 찌가 서도록 무게를 맞추면 되는데, 납 봉돌을 달기 보다는

길이가 다른 찌를 여러개 만들어 바꿔 끼우는 게 낫다.

떠다니는 얼음 사이로 난 큰 구덩이로 주황색 돌을 달아 캐스팅, 찌가 약하게 깜빡인다.

휙, 채보니 달랑 들려 나오는 30이 채 안되는 꼬마 송어.

다시 비슷한 상황으로 50정도의 암놈을 걸었다. 얼음장 밑으로 달리는 녀석을 겨우 달래서

얼음판 위로 올려 놓을 수 있었다.

잠시 후, 주인장의 배를 이용한 얼음정리 작업에 얼음 구덩이가 엉켜 버리는 통해,

넓은 곳으로 나와 캐스팅 연습을 겸해 멀리 던져 보았으나 점심 때까지 토~옹 입질이 없다.

플라이 낚시꾼은 벌써 20명 가까이 왔건만 송어의 퍼덕이는 물소리는 들을 수가 없다.

오후가 되면서 간간히 들려오기 시작한다.

가만히 살펴보니까 이제 캐스팅하는 플라이 꾼들의 캐스팅 실력이 예전같지 않다.

다들 웬만큼 기초가 있었고, 그럭저럭 멀리도 던지고 있다.

나만 실력이 그대로인 듯하다. 나도 덩달아 열심히 멀리 던져 보고 있었다.

마치 누가누가 멀리 깨끗하게 던지나 내기 하듯이.....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캐스팅을 위한 캐스팅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낚시를 하는 게 아니고 폼만 잡고 있는 건 아닌지.....?

원래 플라이낚시가 폼도 꽤나 중요시 하긴 한다마는 오늘 난 고기 낚으러 온 것 아닌가?

이미 나의 한마리는 넘어섰지만, 계획한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지금 상황에는 실제로 송어는 깊은 곳에선 물길이 있는 수중 골 외에는 거의 대부분 잘 다니지 않는다.

오히려 저수지 외각의 변두리를 회유하고 있다.

배가 고픈 탓인지, 새물을 찾고 있는 탓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누가누가 멀리 던지나로는 송어를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빙그레, 속으로 한번 웃고는 낚시대를 걷어,

오전에 송어를 걸었던 아무도 없는 얼음조각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완전한 님핑으로만 시도하기로 하고, 폭 10~20cm 정도의 얼음조각 틈바구니로

길다란 플라이 대를 이용해서 조용히 채비를 늘어뜨렸다.

이럴 때 쓰라고 좋은 플라이 낚시 용어가 있다.   대핑이라고....... -_-;

(원래는 드라이플라이에 주로 쓰이지만 쪽팔리는 걸 커버하기엔 충분하다... 음....)

제일 먼저 진주색 비드라바(진주색 구슬만 여러개 끼워만든 애벌레 같은 훅)를 달았다.

역시나 조용히 깜박이는 웃기는 찌....

수심이 얕은 탓인지 때로는 물고기의 움직임에 의해 찌가 좌우로 스르르 움직이기도 하고,

향어처럼 약하게 찌를 올리기도 한다.

; 올리는 입질은 보통 마커로는 도저히 잡아내지 못할 것 같다.

몇 녀석을 본 뒤로 아주 부드러운 2번대를 이용해서 갖고 있는 님프 훅을 바꿔가며 TEST를 했다.

새로운 버전의 12번 벌레 훅과 각종 라바 패턴이 의외로 잘 물었다.

원래 아무거나 잘 무는 저수지 송어들이지만 예전엔 듣지 않던 님프가 새도 듣는 게 뿌듯했다.

아, 이제 나도 님프 타잉이 제대로 되는 건가?

그동안 계류에서도 난 님핑을 더 좋아하고, 간혹 님핑으로 낚았었지만 이제 저수지 송어도

돌(대가리) 없이도 된다는 쓸데없는 자신감에 잠시 흐뭇해졌다.

그러나 그동안의 라바류에 의한 잦은 입질에 왠지 한가지 훅에 대한 환상 같은 걸 얻게 되는 것 같아

내심 불안하기도 하다.

모두 10수가 넘게 했던 이 날도 주황색 비드로만 채운 12번 라바 훅 하나로 숱한 입질과

전체 마릿수의 절반을 낚게 되었다.

그런데 숱한 입질 속에 훅셋(바늘이 고기 입에 걸리는 것)이 되지 않는 경우가 약간 있었고,

얼음판 위로만 송어를 올려 두면 바로 바늘이 빠지는 게 좀 수상해서 훅을 살펴보니

웬걸, 바늘부분이 부러지고 없다.

처음 걸린 녀석에겐 바늘의 나머지가 박혀 있겠군..... -_-;

얼음판 사이로 송어를 올려 내야 되기 때문에 거는 순간 잽싸게 머릴 돌려 뽑아 낸 탓인지

떨꾼 녀석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신기하다.

예전에도 비슷한 걸 가끔 봤지만,

고기의 입에 바늘을 박아 넣지 않아도 낚시가 된다니......

드디어 바늘을 꺽어도 되는 걸까?

그 뒤로도 그 바늘로 두 어 마리 더 낚을 수 있었지만,

송어의 경우에만 입을 악물고 도망가려고 하는 경향 때문에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입을 벌리고 터는 배스나 강준치 같은 녀석들은 아마 바로 빠져 버리겠지.

그래도 올 여름엔 뾰족한 바늘 부분을 끊어 내고, 끝을 줄로 동그랗게 다듬은 스트리머 훅을

몇 개 만들어 봐야 겠다.

입질을 해서 걸더라도 녀석들은 조금만 신경쓰면 털어 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난, 낚느라 주는 바늘의 고통을 줄이고, 그들도 도망가느라 인간의 손등을 찌를 필요없이

서로 살상의 욕심을 잊고, 난 나름대로 뭉뚝한 바늘로 끌어 오도록 최선을 다해 보고,

그들도 미끼의 욕심만 버리면 탈출의 기회가 주어진,

비교적(?) 공평한 상황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게임과 놀이가 이뤄질 것이다.

마치 가라데의 대련에서 타격 직전에 주먹과 발을 멈추는 것과 유사하다.

충분히 가격이 가능한 상황에서 멈추고 서로 타점을 인정한다.

승자는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 넌 나한테 한 대 맞은 거야!"

물론 그런 방식이 싫어서 극진 가라데류가 생겨나긴 했지만.....

나도 뭉뚝한 바늘로 입질을 받고 잠시 겨룬 후,   고기가 바늘을 벗어나면,

"그래  넌 나한테 한번 잡힌거야!" 라고 생각하고 씨~익 웃을 수 있겠지.

그렇게 된다면, 아마 고기와 난 점점 더 머리가 좋아져야 될 것 같다.

보다 가까이 끌어오기 위해서는 실력도 좋아져야 되것지.

묵은 손맛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간 저수지 송어낚시에서

처음엔 난 자만심 속을 헤메다가,

이제 엉뚱한 상상을 해내게 되었다.

처음엔 미늘을 꺽고

이제 바늘을 꺽고,

다음엔 낚시대를 꺽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