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 가만히 살펴보니 이런 식으로도 낚시를 나눠 볼 수 있겠다.

몸으로 하는 낚시,

머리로 하는 낚시,

마음으로 하는 낚시

몸으로 하는 낚시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낚시가 좋아서, 낚시가 하고 싶어서

부지런히 몸이 바쁘게 낚시하러 다니는 경우다.

어제 갔지만 오늘 또 낚시가고, 오늘 갔지만 내일 또 가고 싶고.....

안 잡히면 또 가고, 잡히면 더 자주 가고.....

어찌 보면 가장 순수한 경우다. 이보다 더 솔직한 낚시가 더 있나?

도 닦는 기분으로 그저 생활 삼아 꾸준히 낚시나 다니면 좋겠지만

변화가 없다. 발전이 더디다.

이제 웬만큼 낚시를 하게 되면 이제 머리를 쓰게 된다.

머리로 낚시를 하게 되는 것이다.

고기를 연구하고, 미끼를 연구하고, 낚는 법을 연구하고, 환경을 연구하고.....

나중엔 낚시가 무엇인가 고민도 해 본다.

나름대로 낚시관도 세우고, 개똥 철학도 있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고수가 된 척한다.

간혹 누군가 낚시를 물어 오면 머리를 굴려 다듬고 다듬어,

스스로 낚시를 꾸며 낸다.

자기가 만든 편협한 낚시 속에 자기 혼자 빠져 있게 되는 것이다.

인간 혼자의 머리 속이 얼마나 넓겠나?

안으로, 안으로만 파고 드는 낚시는 끝을 만난다.

고기는 생각대로 안 물어 주고, 자신의 머리와는 항상 정반대로 돌아가는 현실.....

갑자기 낚시가 무엇인지 혼란이 온다.

내가 물가에서 뭐하고 있는 건지....?

차라리 아무 생각없이 몸으로만 낚시 다니고 싶다.

이제 마음으로 하는 낚시가 필요한 때이다.

닫혀 있는 머리와 마음을 열고

나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낚시의 또 다른 주인공인 고기와 자연의 입장에서

혹은 다른 낚시꾼의 입장에서 낚시를 보게 된다.

내가 고기라면, 내가 물이라면......

아! 저런 낚시가 있구나.....

마음을 열고 하는 낚시는 막힘이 없다. 흐르는 물처럼.....

낮으면 흐르고, 고이면 적신다.

오물이 흘러 와도 담고, 바다로 흐른다.

마르면 다시 비가 되어 내린다.

고기와 나, 구분이 필요 없어 지고,

낚아도 그만, 안 낚아도 그만,

언제나 낚고 있고, 무엇이든 낚을 수 있다.

고기도 낚이고, 나도 낚인다.

바늘도 물고, 낚시대도 물고, 미끼도 고기를 문다.

낚아도 풀려 있고, 풀어 줘도 낚여 있다.

고기를 풀어 준 줄 알았더니, 어느새 내가 풀려 있다.

허허 한번 크게 웃고,

이제 다시, 그저 가끔 낚시 비슷한 거나 해 볼뿐.......

마음으로 낚시를 하게 된 것이다.

아직 난, 짐작은 가건만 이를 수는 없다.

참, 입으로 하는 낚시가 하나 더 있구나.

낚시가서 먹는 맛에 하는 경우가 있고,

낚시 못 가는 대신 낚시꾼들끼리 경험을 주고 받으며 대리만족하는

또 하나의 즐거운 낚시이기도 하다.... -_-"

그리고 이렇게 엉뚱한 낚시 이야기나 써대고 있는 나도

입으로 하는 낚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