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군대 있을 때 끼던 시계를 아직도 끼고 있다.

벌써 10년이 넘었군......

올해부터는 민방위다.... -_-;

보기에도 투박하고 큼직한 이 시계는 전문 스쿠버 용 시계로 수심 200M까지 방수가 된다고 한다.

물론 거기까지 들어 가본 적도, 갈 일도 없다.

손목에 가득차고 묵직한 이 시계는, 남들이 다들 아령 대신에 운동삼아 차고 다닌다고 오해하고 있다...^^

군대 있을 때, 험하게 낀 탓에 제법 상처도 많고 시계줄만도 벌써 너댓번 간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이 시계를 아끼는 이유는 뭘까? ......

군에서 가끔 물에 들어 갈 일이 있는지라 그 당시, 내가 있던 부대에서는 이 시계가 유행했었다.

당시엔 적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어떻게 봉급을 모아 구했었다.

제대한 이후로는 물론 물에 들어 갈 일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몇 번의 사고로 귀가 많이 약해져서 가급적이면 수영도 삼가고 있다.

신혼여행 때 였던가?  IMF 이전이라 겁도 없이 해외를 나갔던 나는

대양의 산호초 투어에서 아내를 위해, 더욱 겁도 없이 옛날 생각만하고

수심 10M 아래의 산호초를 따러 잠수했다가 다시 한쪽 귀의 고막이 나갔었다.

한 두번째가 아니라 별일 없었고 금방 아물었지만, 지금은 아예 물 근처에 안 가는 통에

나의 시계는 쓸모 없게 되었지만, 많은 시계를 두고 난 그 시계만 차고 있다.

왜 일까?

숫한 추억과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잃어 버린 예전의 나의 능력에 대한

무의식 중의 보상심리인 듯도 하다.

나도 예전엔 젊고 힘차며 남자다웠었지....  지금도 언젠가는 이 시계와 함께 다시 그럴 수 있을 꺼야......

이런 생각들과 함께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증거인가?

이젠 무겁고, 걸리적거리기만 하는, 이 스쿠바 시계가 마치 그런 것들의 상징인양.....

내겐 플라이 낚시도 그런 것 같다.

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웹검색 사이트에 등록도 해대며, 집착하는 날 보면,

아직도 난 플라이 낚시를 합네~ 하고 남에게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것 같다.

남들과는 다른 특이한 낚시, 서구의 합리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사상이 스며 있는 철학적인 낚시를 하고 있으니

"난 남달라, 남보다 앞서 나가고, 수준이 틀리며, 높아 보여야 해!"  라고 내 속의 내가

외치고 있는 게 아닐까?

내가 갖고 있지 못한 그러한 능력 부재를 덮기 위해 플라이 낚시를 빌리고,

쓸데 없는 우월주의로 플라이 낚시를 하는 척 하고 있진 않은지 반성해 본다.

처음엔 플라이 낚시가 가져다 주는 수많은 장점과 멋에 반해 시작했었던 것 같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가 스스로의 오류를 두려워 해야 겠다.

비록 시도는 좋을 지언정, 방향이 틀리다면 거기서 발을 멈추는 게 낫다.

그런 면에서 가끔,  낚시라는 주제로 천방지축으로 달리고 있는 나의 이 머리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달릴 수록 본질과 멀어질 바엔 입다물고 가만히 낚시만 하고 있는 편이 낫다.

하지만, 성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굳건한 초지일심으로 낚시를 대하는 것도 좋지만

흐르지 않으면 썩는 법, 더구나 나는 더욱 잘 썩는 인간이 아닌가?

아직도 길이 무언지 모르는 나는 가끔 스스로 때려봐야 정신이 드나 부다.....

플라이 낚시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보니 이런 생각도 들고 있다.

낚시꾼이 고기는 안잡고 무슨 엉뚱한 걱정이냐고?

그것도 맞는 얘기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