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의 생활기록부나, 직장에서의 이력서, 각종 신상카드에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

   취미 :  ?

예전엔 한결 같이 독서와 음악감상이 주종이었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그런 건 기본으로 취미로도 쳐주지 않는다고 한다.

워낙 생활과 문화가 다양해지다 보니, 특이한 취미도 많은 데다가 여유가 생긴 탓인지

그 심도 또한 예전과 달리 깊어 진다.

요즘의 젊은이들이 취미라고 쓰면 그 분야에선 둘째가면 서러울, 거의 매니아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탓인지 낚시라고 쓰는 친구들은 거의 못 본 듯하다. 예전엔 웬만큼은 있었던 것 같은데.....

내 얘기를 덧 붙이면, 난 어릴 때부터 잡기를 좋아해서 도둑질도 배우면 쓰일 데가 있다는

심정으로 이것 저것 들여다 봤었다.

요즘은 취미란을 가득 메우기 귀찮아 그냥 "다양함" 이라고 쓰고 만다.

대신 특기란을 메우기 힘든 단점도 있다...... -_-"

그래도 요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역시, 낚시와  그 중에서도 플라이 낚시다.

한 날, 왜 직장인 중에는 어떤 특정분야에 집착하며, 거의 매니아 수준의 광적인 취미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은지 찬찬히 생각을 해봤다.

요즘과 같은 현대사회에서, 특히 대기업의 경우에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만사가 진행되는 통에

자기상실과 자괴감에 빠져들기 쉬운게 직장인이다. 숱한 노력을 한다 해도

알맞은 성공으로 보답 받기엔 조직이라는 시스템적 문제로 어려움이 있다.

  ; 뭐, 물론 쌍방이 오해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러한 조직을 이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_-"

특히 요즘 핵가족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이로, 부모가 가져다 주는 풍요와 정성 속에 성장한 젊은이들은

남들과 무엇하나 낫거나 다를 것 없는 평등이 엄청난 실패와 좌절로 다가온다.

"내가 낸데!  왜, 이것 밖에 안되는 거야?"

하지만 취미 생활이라는 직장 밖의 또 다른 세상에서는 그렇지 않다.

내가 좋아해서 열심히 했고, 이미 최고인 부분에서는, 바로 그 세상에서는 정식으로 인정해 준다.

회사에서는 일 잘 못하고, 엉뚱한 곳에만 신경쓴다며 구박 받는 사람이,

사이버 공간에서는 동호인으로 부터 추앙 받는 전문가이며, 모임의 방장이나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한다.

사실, 둘 다 잘 한다는 사람도 많다.

직장에서의 실패 아니 실패라고 느끼는 부분을 취미 생활에서 보답 받는 것이다.

이건 한 만큼 바로 돌아오는 정직한 메아리 이므로....

직장에서 성공한 사람이라고 치더라도, 그 성공을 위해 받는 스트레스라는 것도 엄청나다

구조적 모순을 인간이 알아서 스스로 또 나름대로 방어기제를 만들어 해결한다는 것은

정말 정신 건강적으로도 바람직한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난 취미가 없는 사람들에게 취미를 가지라고 꼭 권한다.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는 게 세상이라면, 다른 세상도 살아 보라고......

이 눈에 보이는 좁은 세상 속에서만 살기엔 너무 아쉽지 않은가?

낚시를 권하고 싶고, 그 중에서도 플라이 낚시를 권해보고 싶지만,  은근히 걱정도 된다.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게다가 이건 생명을 좌우지 하는 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취미 아닌가?

알고 보면 낚시라는 취미는 제 아무리 특이한 취미와도 견줄 수 없고,

동,식물 키우기와도 맞먹는 극한의 취미 생활이다.

그래도 난 꼭 취미를 가져보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권하고 있다.

현실 도피적인 생각도 들지만, 어느 세상이 중요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자신만이 알 뿐......

좋은 취미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제 복(福)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