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도구 중에 모순적인 아이템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살림망과 꿰미다.

단순하게 보면 낚은 고기를 잠시 담아 두거나 매어 두는 곳인데,

낚은 고기를 나중에 죽여서 먹기 위해서 살아 있는 채로 살려 두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곧 죽을 고기를 좀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어찌 보면 상당히 합리적인 도구이기도 한데,

고기의 입장에서 보면 삶과 죽음을 교차하는 미묘한 감상을 준다.

사형수에게 집행일자를 자꾸 미루는 느낌이랄까?

살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콧등이가 헤어지도록 아가미가 찢어지도록 탈출을 꿈꾼다.

잠시나마 더 살게 해준다는 좋은 점을 보려 하지만 결코 재밌진 않다.

그나마 먹는다는 우주생성의 원리 하에 넘어가도록 하자.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기나 하냐?

그래도 가끔 알고나 쓰자.

그런데 가끔은 풀어 주더라도 잡았다는 증거를 위해 쓰기도 한다..... -_-"

언젠가 봄, 용인의 "ㅅㅈ"저수지 상류에 배스를 잡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다리 아래로 줄곧 플라이를 흘려 보지만 도통 입질이 없다.

있기는 한가?

한참 무료하게 지내다 배스루어꾼이 왔다.

봄에 자주 쓰이는 스피너베이트를 달고 내가 던지다 만 곳을 찬찬히 훑던 그는

드디어 한마리 걸었다. 한참을 겨루다 올린 녀석은 말로만 듣던 5짜였다.

채, 흥분을 감추지 못한 그는 5짜 배스를 준비한 꿰미에 걸어 뚝방에 묶어 두고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얼른 오라고.....

그리고 꿰미에 걸어 두는 게 스스로 민망했는지 혼잣말로 한마디 했다.

"친구들이 안 보여주면 못 믿으니까 뒀다 보여줘야지...!"

민물꾼 중에서도 살림망 가득 담았다가 돌아 갈 땐, 필요없다며

살림망을 열어 고기를 풀어 준다. "오늘은 관고기를 했군...."

사실, 나도 많이 그랬다.

비록 꿰미에 주렁주렁 엮어 허리에 차고 돌아다니진 않았지만,

큰 녀석을 잡으면 꼭 꿰미에 걸어 두었다가 친구나 동생에게 보여 주곤 했다.

그리곤 결국 풀어 준다.

잠시의 자기 만족을 위해, 고기 고생만 시키고......

그 외에, 요즘도 가끔 가는 겨울철 유료 낚시터나 야생 송어를 잡으러 갈 때는

한 두마리 가져다 먹어 볼까 하는 고민으로 꿰미를 들었다 놨다 고민하고 있다.

물론 고기를 풀어 준다든가 안 먹는다는 것이 최상의 가치라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불문율도 아니다.

단지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그러나 풀어주기로 내가 나에게 맘먹은 이상은

필요없는 욕심으로 친구들을 괴롭히지 말아야 겠다.

낚시를 한다는 것이 나와 남에게 무슨 자랑이 될까?

고기를 많이 잡는다고 무슨 자랑이 될까?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시간 많은 사람들의 쓸데없는 낚시놀음으로 보일 뿐이고,

다른 낚시꾼에게는 속으로 샘나는 일일 뿐이다.

진정 나에게는 풀어 주기 전에 잠시 매어 두는 것이 고기 얼굴을 조금 더 본다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언젠가 내가 꿰미를 사려고 가게에서 고르던 기억이 난다.

끈은 끊어지지 않게 질겨야 하고,

꿰미는 휘지 않게 튼튼해야 하고,

개수는 많이 걸 수 있게 많아야 하고.......

아마 살림망의 크기나 꿰미의 개수만큼이나 내 욕심도 크겠지.

내가 생활에서 갖고 있는 살림망의 크기는 얼마나 되고,

꿰미의 개수는 몇 개나 될까?

마음이나 그렇게 넓혀 봐라.... 마르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