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낚시꾼 이란?
낚시를 하면서 간혹 혼자 모순에 빠져 헤매는 일이 있다.
아직도 맘에 드는 답을 얻지 못한 물음이 있으니, 그건 바로......
낚시꾼이란 무엇인가?
단지 고기를 낚는 사람일 뿐 아닌가?
고기를 못 낚으면 낚시꾼이 아닌가?
고기를 낚지 않으면 그는 낚시꾼이 아닌가?
낚시에는 고기 잡는 것 외에 무엇이 더 있나?
많은 사람들이 낚시에 나름대로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 나 또한 다름 아니다.... -_-"
객관적으로 볼 땐 낚시꾼은 단지 고기를 낚는 사람이다. 그것이 취미이던, 생업이던....
늘, 고기를 꼬여 내고 손에 비린내를 묻히는 짓을 하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과 관련된 일이라 나름대로의 개똥철학을 찾고 들 있다.
나 또한 낚시를 한답시고 배우다 보니, 그 대상인 고기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
늘 잡혀 주는 고기가 미안해서 풀어 주고,
그걸 시작으로, 점점 혼자 자가발전해서 고기에 욕심을 버리는 척하면서
낚시가서는 고기 낚는데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척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낚시는 고기 낚는 것인데, 난 고기를 안 낚아도 되는 낚시를 한다면
난 낚시꾼일까? 딴 짓하는 사람일까?
멀쩡한 낚시를 빌어다가 혼자 업어 치고 메치고 하다보니, 왠지 원래 낚시의 얼굴이 아닌 것 같아서
괜히 두려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낚시에게 미안한 걸까? 고기에게 미안한 걸까? 내게 미안한 걸까?
처음 낚시 했을 때는 생각해보자.
너무 어려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마 아버님께서 던져 놓으신 낚시대를 기를 쓰고 내가 잡아 보겠다고 졸라서 들고는,
고기가 물기만 기다리며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었을 것 같다.
낚시대를 잡았다는 즐거움에 평소처럼 울지도 않고 떼를 쓰지도 않고,
고기를 왜 잡아야 하는지, 잡아서 뭘 할 건지에 대한 고민도 없고,
미끼를 바꿔 볼까? 저 곳으로 옮겨 볼까?의 변덕도 없고,
"고기야 물어라"도 아니고, "고기를 낚아야지"도 아니고,
그냥 물기만을 기다리며,
아무 생각없이....
어차피 눈에 보이지도 않을 "無心의 道" 니 어쩌니 하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먹고 살기 위한 전투낚시가 아니라면,
내가 처음 낚시를 시작했을 때처럼,
나의 낚시의 근본은 "그냥 하고 싶어서" 인 것 같다.
그 위에 내 마음과 취향과 경험 같은 것들이 얽히고 섥켜서 근본을 가리고 있나 부다.
가끔씩 내가 만든 내가 낚시하는 이유나 낚시에 대한 개똥철학 같은 것들을 벗어 버리고
"그냥 낚시 한다" 라고 생각해 보자.
이는 다른 것에도 적용될 것 같다.
산을 오르는 사람, 나무를 키우는 사람, 사회봉사를 하는 사람, 나중엔 장사하는 사람,
직장 다니는 사람까지.....
길은 달라도 만나는 곳은 같을까? 생각이 짧으니 여기서 접자.
이제, 정리해 보면 낚시꾼은 낚시가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엉뚱한 결론이 되나? 하하.....
현실에서의 나를 가만히 살펴보면
고기가 불쌍한 척 하면서 가끔은 고기를 놔주고, 가끔은 냉큼 먹어 버리고, 가끔은 황당하게 죽이는
소위, 낚시꾼일 뿐이다.
머리 속으로 달리는 낚시는 마음 속의 낚시일 뿐,
현실에서의 난, 남들과 다를 게 없는 낚시꾼 아닌가?
단지 달릴 수 있다는 그것만이 즐거울 뿐이다.
고기를 못 낚으면 못 낚는 낚시꾼이고,
고기를 안 낚으면 안 낚는 낚시꾼일 뿐이었다.
낚시를 하고 있으면 그저 낚시꾼일 뿐....
낚시꾼이란 말을 낚시로 바꿔서 다시 고민해 봐야 겠다.
답은 같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