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남의 낚시와 내 낚시

고기를 낚으러 간건 자기인데, 왜 내 속에 남이 들어와서 낚시를 하고 있고,

난 왜, 남이 하는 낚시 속에 있는지.......

예전에 민물이나 바다 낚시를 가서의 일이다.

나의 낚시바늘에 고기의 입질이 뜸 해지거나, 옆의 사람이 나보다 자주 고기를 낚게 되면,

난 내 낚시대의 찌를 보는 시간보다 남의 찌를 보는 시간이 길어 진다.

어치피 내 낚시바늘은 안 물어 주니, 잘 낚는 남 낚시 구경이나 하자는 심산인지,

자꾸 흘금 거리게 된다.

그러나 간만에 들어 온 내 낚시의 입질도 놓치게 된다.

그 사이에 남은 또 한 마리를 걸었는데 말이다.

남이 지렁이를 쓴다면 지렁이를 구하러 다니고, 떡밥을 쓴다면 나도 따라 떡밥을 갠다.

결국 미끼만 썩히고 채비만 버린다......

요즘하고 있는 플라이 낚시에서다.

캐스팅을 잘 하고 있다가도 구경꾼들이 늘면, 혹은 나보다 고수가 와서 멋진 캐스팅을 보여주면

되던 캐스팅도 망가져 버리기 일쑤다.

장비가 낡거나 싸구려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꺼려 가리고,

공연히 잘 쓰지도 않을 어려운 패턴의 훅을 타잉하느라 없은 돈에 비싼 재료를 사서 묵힌다.

단순한 패턴의 훅이 잘 듣는 상황인데도,

특이한 훅으로 승부한다.

물론 연습과 정진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라면 이 역시, 남의 낚시하는 꼴이다.

고기를 낚던 못 낚던 자신만의 낚시를 하고 와야 되겠다.

내가 낚시간 이유는 내가 내 낚시를 즐기러 간 것이지,

남의 낚시를 구경하러, 혹은 남에게 보여주러 간 것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남의 낚시에 휘둘려, 헤메지 않아야 될 때가 아닌가?

나를 알고, 내 스타일의 낚시를 찾고,

만들어 가야 겠다.

모자란 자기 낚시하기도 바쁜데, 남 낚시 하기란......

다시 눈을 돌려,

생활에서도 그러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이 짧은 인생에서도 남의 인생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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