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마찬가지지만, 난 지나가다 물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

저수지나 강은 말할 것도 없고 조그마한 개울이나 물 웅덩이만 봐도

저긴 고기가 없을까 한번 담궈 봤으면......

심할 땐 비온 뒤 길가에 고여 있는 물만 봐도 낚시 상상에 빠진다.

버스나 기차 대중교통에서는 그나마 괜찮지만, 승용차를 운전하다가도 물을 보면

그 물을 보느라 운전이 위험해진다....-_-;

모든 낚시꾼들의 경험 아닐까?

난 매일 출퇴근 때, 한강을 건너기 때문에 한강을 살피는 편이다.

수위와 물색, 바람에 의한 물결 높이, 서해의 밀물과 썰물에 의한 영향......

그리고 샛강엔 오늘은 나같은 낚시꾼들이 몇 명이나 나왔나 하는 것들이다.

그나마 물을 보는 것으로 낚시꾼의 마음이 달래 지는 것 같다.

고기가 물 없이 살 수 없듯이

낚시꾼과 물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명경과 같은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면 그 마음이 평정을 되찾는 것 같고,

수면 아래의 알 수 없는 움직임이 오히려 인간을 긴장 시킨다.

폭풍우 속의 바다는 자연의 두려움으로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고,

그 기운의 시원함은 좁은 가슴을 뚫는다.

인자(仁者)는 요산(樂山)고 지자(智者)는 요수(樂水)라 했던가?

물 좋아하는 낚시꾼이 지자는 되어도 인자가 못 되는 이유는 짐작이 간다.

어차피 고기 괴롭히는 무리들 아닌가?

플라이 낚시꾼를 보자면 산 속의 물을 찾아 다니고 고기 걱정하는 척이라도 하니

지인자(智仁者)의 품계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같은 낚시꾼도 노력은 해봐야 겠다.

비가 온다.

내일은 강원도 계곡으로 낚시가는 날인데.....

운이 좋아 부슬비만 온다면......

부슬비 오는 계곡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모자를 눌러 쓰고 덜 젖는 옷도 입어야 겠군.

호젓하게 부슬비를 맞으며, 혹은 쏟아지는 폭우 속에 온몸이 젖어,

같은 물 속에 있는 고기 생각을 하며 낚시하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보기 좋은 드라이플라이가 아닌, 날개를 벌리고 수면에 떨어져 흐느적대는 날벌레나

무는지 안 무는 지 뵈지도 않는 수면아래 님프 훅만 흘려야 하고

고기얼굴은 볼 수도 없을지 모르지만......

물론 비가 일찍 그쳐 적당한 수량으로 물이 불게 되면

떠내려 온 많은 먹을 꺼리와 함께, 비오고 흐린 날로 해치를 못했던 물벌레들이

한꺼번에 대량 해치를 하기 때문에 갑자기 폭발적인 입질을 보이는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결코 좋은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오면 계곡은 갑자기 불어난 수량으로 고기들은 놀라 구석진 곳으로 숨어 들테고,

빗물에 씻긴 흙으로 물색이 탁해진다.

낚시하는 게 어려워 질 뿐만아니라

좁고 깊은 계곡의 경우, 폭우에 갑자기 불어난 물은 낚시꾼을 쓸고 가버릴 수도 있다.

그런 날의 계곡 낚시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웨이더를 입더라도 아예 물에는 안들어 간다고 맘을 먹는 편이 낫다.

내일도 비가 올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