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이 부모님의 수연이시라

우리 내외가 모시고 중국을 며칠 다녀오게 되었다.

나의 근원이신 아버님도 역시 낚시꾼이시라 원래는 괌 쪽에 트롤링 투어관광상품이

있다고 해서 바다 플라이를 꿈꾸며 아버님과 다녀오려 했었지만,

아버님께서 요즘 산수화를 공부하시기에 좋은 산수로 유명한 중국의 계림을 가게 되었다.

1박2일 동안 묵은 계림에는 어디가나 물이 있어 낚시대를 두고 간 게 정말 아쉬웠다.

여기에서 낚시 한번 했으면..... 저기에서 한번 던져 봤으면....

대신에 지역마다 낚시하는 모습을 살펴 볼 수 있어 좋았다.

그 중에 한 곳에선 관광코스를 포기하고 혼자 앉아 낚시구경을 했다.

시내에서 냇물이 지나 "이강"이라는 큰 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곳이었다.

물론 관광지라 사람들이 벅적대는 곳이었지만,

웬 낚시꾼들이 뜨거운 햇별 아래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나무로 엮은 넓찍한 모자를 쓰고 낚시를 하고 있다.

하는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니,

현지민들은 1m40cm 정도의 한 통으로 된 잘막한 대나무 낚시대를 쓰는데,

마디마다 촘촘하게 눈꼽만한 가이드를 섬세하게 달려 있고,

손잡이부분에 철사를 하나 가로질러 꽂고 조그만 물레를 달아 낚시줄을 감아 쓰는

일종의 릴 낚시 형태였다.

대신에 손가락만한 가느다란 찌를 쓰고, 구슬 납을 바늘 위 10cm 정도에 달아 쓰는데,

맨 아랫 쪽만 고정시키고, 윗쪽은 구멍 뚤린 구슬 형태로 유동 추를 써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흐르는 물이 많아서인지 바닥 낚시의 형태가 된 듯 하다.   튕기는 듯한 캐스팅 또한 특이하다.

주 대상어종은 잉어류 인데도 0.8호 줄 정도의 원줄에 작달막한 대나무 낚시대로

한다는 사실에 약간 놀랐다.

아마 배(대나무로 엮은 현지민 배)낚시가 흔하기 때문이라 생각되지만,

그렇게 약한 줄은 의외였다.

찌 맞춤은 찌톱이 약간 올라와 있는 형태로 맞춰 쓰고 있었다.

갑자기 찌가 사라진다.

어느새 다시 올라오기를 몇 번 반복하는 동안

"아저씨! 채요 채!" 라는 말이 내 목까지 올라 온다. 참, 말이 안통하지..... -_-;

이번엔 아예 찌가 벌렁 누워버린다.

그제서야 대를 챈 낚시꾼은 고기 얼굴을 한 번 본 다음,

찬찬하게 뜰채를 준비해서 고기를 담는다.

40이 조금 안되는 장어와 비슷한 녀석이다.

아까와는 달리 바늘을 삼킨 것 같은지, 이빨로 줄을 끊어 망에 담는다.

대가 약간 휘는 것을 봐서는 비교적 뻣뻣한 대 인 것 같다.

그런데 우찌 그리 가는 줄을 쓰는고.....

짧은 시간 구경만으로도 아주 재밌었고, 그동안 쌓인 낚시갈증을 풀 수 있었다.

그동안 낚시터에선 늘 내가 낚시를 했지,

이렇게 구경만 하고 있는 적이 없었는데

마치 내가 낚시하는 듯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이제 낚시를 덜해도 되는지....... 후후...

그리고 현지민들의 짧은 대나무 낚시대는

긴 낚시대만 생각하던 나의 짧은 속을 흔들어 주었다.

세상에는 많은 낚시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낚시도구의 종류와 형태와는 상관없이 낚는다는 생각은 변함없겠지.....

한편, 짧은 대를 써보지도 않고 긴 대만 생각하는 나의 절름발이 낚시를 반성하는 뜻에서

이번에도 재미삼아 짧은 플라이대를 만들어 보기로 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가게에 "*죽"을 주문해뒀다.

내일 쯤 온다니, 내일 밤에 또 한 대가 생기겠군.

6피트에 3절, 그리고 1번대 정도가 될 것 같다.

이걸로도 잉어나 배스를 다룰 수 있을까 하고 한참 생각해봤다.

손 맛은 둘째치고, 낚시대를 부러뜨려 먹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고기를 괴롭힐 기회를 갖는다면,

그 고기도 내 낚시대를 부러뜨릴 기회를 주는 게 공평하지 않을까?

고기 힘으로 부러뜨릴 수 있는 낚시대로

고기와 승부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오랜 승부로 시간만 끌지 않는 다면,

낚시대를 부러뜨릴 만한 충격을 주지 않고, 고기를 달래서 끌어 오는 법을

익힐 수 있겠지.

그게 아니더라도,

하나 쯤 고기가 부러뜨려 먹게 놔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