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 보통의 낚시꾼들은

늘 낚시가서 고기를 걸고 끌어오는 줄 알지만,

실상, 알고 보면 고기들에게 끌려 다닌다.

저기서 송어가 터졌다면 우~ 가서 뒤져보고,

여기서 강준치가 터졌다면 또 우~ 가서 뒤져보고.....

채비도 흉내내 보고, 포인트도 소개 받고,

늘 고기를 쫓아 다니지만 조황은 변변찮다.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면 내가 고기를 끄는 게 아니라 고기가 날 끄는 것이다.

언제 내가 진짜 고기를 끌어 온 적이 있던가?

민물낚시의 한 고수 얘기를 들어 보자.

그는 늘 새로운 낚시터를 찾아 다니고, 아무도 앉은 적이 없는

생자리만 골라 앉는다.

그리고 그가 가진 재주로 조용히 고기를 불러 모은다.

적당히 큰 녀석으로만 몇마리 하고 조용히 대를 걷는다.

내가 들은 일본의 한 낚시고수는 눈에 보이는 여럿 고기 중에

본인이 낚고 싶어하는 고기만 골라서 낚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어종별 전문 낚시꾼이 있어서 아무리 딴 고기가 많아도 원하는 고기를

선택해서 낚는 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진짜 고기를 끌어 오는 낚시가 아닐까?

물론 이런 것들은 부단한 연습과 경험을 통해서 익힐 수 있는 기술이리라.

그런 것을 해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지마는

그보다 한걸음 더 나가 보자.

매일 손맛과 입맛을 위해 천방지축 돌아 다니며 고기가 바늘을 물기만을 기다릴 께 아니라,

만나고 싶은 친구를 정해두고 어디를 가더라도 찬찬히 그를 불러 올 수 있다면.....

고기를 움직여 나에게 올 수 있게 한다면 좋겠다.

물이 있다면 어디든 고기는 있다.

원하는 친구가 없다면 다른 친구를 사귀면 된다.

나는 주인이 되고 고기는 손님이 되는 낚시가 되는 걸까?

꼭 내가 중심에 서서 고기가 날 주위로 돌도록 까지는 할 필요 없다.

다만 그들을 초대한다고 생각하자.

물 위로 혹은 물 속으로 낚시바늘을 드리우면서

"제발 이 바늘을 물어라"가 아니고,

"이리 나와서 나와 한번 놀아보자.

그중에 난 니가 맘에 든단다." 라면 되겠다.

내가 사내가 되고 고기가 색시가 되어 꼬여낸다고 생각하는 것도 재밌겠다.

사실, 고기 중에도 암수가 있을테고, 낚시꾼도 남녀가 있을테니,

그보단 친구가 나을 듯 하다...^^

내가 우찌해도 고기를 불러 모으는 마적(魔笛)은 구하지 못할 테니,

내 마음가짐이나 찬찬하게 바꿔 봐야 겠다.

낸중에는 물가가 아니라도 그들을 부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