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긴 많이 잡았냐?"

"많이 낚으셨습니까?"

잡는다는 피냄새가 나는 반면에

낚는다는 왠지 모를 운치가 흐른다.

돼지도 잡고, 소도 잡을 수 있지만,

낚을 수 있는 건 오로지 고기 밖에 없기 때문이리라,

물론 여자나 남자도 끼긴한다......-_-;

다시 생각해보면 먹기 위해선 잡는다지만,

즐기기 위해서는 낚는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말이 잡는다이고,

이상(理想)에 가까운 것이 낚는다 인가부다.

고기 괴롭히는 주제에 본성은 나쁘고 이상은 좋다고 말할 자격은 없다.

"낚는다"는 것은

낚시바늘에 무엇인가를 걸고 나에게로 당겨 오는 것이다.

한번 건 것은 도망가지 못하고 내 손 안에 쥔다는 뜻이다.

다분히 욕심이 서린 용어이건만,

이 낚는다의 객체를 고기에 그치지 않고,

옛 시절의 누구처럼 세월을 낚고, 인심을 낚고, 세상을 낚을 수 있다면

그 개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의 그것처럼 무한 팽창을 시작하게 된다.

그건 낚시꾼의 마음대로다.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낚을 수 없는 건 나의 낚시대를 쥔 나의 왼손이 아닐까?

또 다른 낚는다의 숨은 느낌은

"떨꾼다"라는 반대 개념이다.

진짜 낚시꾼은 낚는다 만큼의 떨꾼 기억을 갖고 있다.

낚는다 속에는 언제든지 떨꿀 수도 있다는 상황이 내재되어 있고,

진짜 낚시꾼은 그것을 알고 있다.

어느덧 "낚는다"는 욕심을 버려

낚시대를 꽉 움켜진 두 손에 힘을 빼고,

나의 왼손까지 낚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듯 재밌는 말을.....

나도 가급적이면 잡는다는 말을 줄이고 낚는다란 말만 쓰고 싶건만,

아직도 내 입에선 늘 잡는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난 아직 고기 잡기 바쁜 낚시꾼인가 부다.

난 언제나 고기 낚으러 다닐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