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바로 투망이나 촉고그물 같은 불법 어로 행위 때문이다.

웬만한 계류나 제법 큰 여울이면 볼 수 있는 투망꾼,

요즘은 많이 줄었지만 밧데리나 약을 풀어 살아 있는 건 뭐던지 박살내는 잡꾼,

낚시꾼과는 같은 꾼자 돌림이건만,

어종이나 크기와 상관없이 뭐던지 죽여 없애는 고기잡이 행위를 불법 어로라고 부른다.

분명히 같은 생물로서 잔인한 일임엔 틀림없다.

그래서 법으로도 금지되어 있지 않나,

인간 세상으로 치자면 전쟁터에서 부녀자나 애들도 같이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

캐치 앤 릴리즈를 실행하는 플라이나 루어 낚시꾼들에겐 특히 분노를 살 일이다.

소극적인 낚시꾼들은 얼굴만 찌푸리고 그냥 넘어가기도 하지만,

정의감에 불타는 일부 낚시꾼들과는 말다툼에, 주먹질, 112 신고라는 협박과 함께

소란이 인다. 결국엔 현실정에서의 불법자가 물러나게 되어 있지만,

물론 그 때뿐이고 낚시꾼들이 사라지면 다시 시작된다......

그런데, 그들을 살펴보면 보통 그 마을에 사는 현지인이거나

어쩌다 한번 놀러 온 외지의 낯선 사람들로

그들이 하는 일에 아무런 양심적 가책이 없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불법이란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주관의 차이겠지만,

그들은 단지 잡는 재미와 먹기 위한 찬거리를 구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 하나쯤 한번쯤 이거 한다고 무슨 대수냐 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 주위나 이웃을 살펴보자, 어렸을 때, 시골에 자란 사람치고

투망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있던가?

요즘 유원지 매점마다 투망을 안 파는 곳이 있던가?

가만 보자, 나도 어릴 때 아버님께 특별한 산열매를 찧어서 물에 풀면

대략 몇 분 가량 물고기들이 마비되는 것을 배운 적이 있다.

찬거리로 큰 녀석만 줏어 담고, 내비둔 나머지 애들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잘 노는 게 신기해 하였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학생 땐, 아버님을 따라 잔디밭에서 투망 연습도 한참하지 않았었나?

물론 나도 그런 적이 있어 넘어가자는 얘기는 아니고,

그들이 하는 일이 분명히 잘못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나 같은 낚시꾼이나 그들이나 크게 차이도 없다.

다음에 낚을 고기를 아끼기 위해서 풀어 주고, 괴롭히고 풀어 주는 거나,

먹기 위해서 잡고, 고통없이 먹어 주는 일이나.......

누가 잘하고 누가 잘 못한단 말인가?

비록 고기는 그들이 많이 죽이더라도

나머지 삶들은 시골에서 땅 파먹고 사는 그들이 더 맑을 수 있다.

난 도시에서 애들에게 거짓말하고, 교통법규를 어기고, 탈세하고,

직장 동료에게도 칼날을 세워 경쟁하며, 이웃과 쓰레기 문제로 다툰다.

누가 더 야단을 맞아야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전문적으로 불법어로 행위를 일삼는 자를 보자,

대부분 영세한 자들로 그걸로 연명하는 자가 많다.

쌀 사고, 애들 학비 내고......

낡은 배에 허름한 트럭, 노끈으로 엮은 투망과 촉고......

어느 부자가 매일 밤 늦게 차가운 물 속을 남몰래 첨벙 이겠는가?

인간의 욕심으로 한 생명의 일족이 사라지면

결국 그 피해는 나 뿐만 아니라 그들도 보게 된다.

나의 아이 뿐 아니라, 그들의 아이까지 피해를 볼 것이다.

난 그런 각오로 낚시를 하고 있지 않나?

죽어서 고기 일족의 염라대왕 앞에 끌려 간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단지 그들은 알지 못할 뿐, 혹은 알더라도 현실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그러고 있는 것일 게다.

실정법을 떠나서, 솔직히 난 캐치 앤 릴리즈를 시행하는 격이 높은 낚시꾼으로서

그들에게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던가?

생각이 다른 그들에겐 가르칠 수도 없다.

생각이 다르다면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형상이다.

부딪히지 말고 좀 부드럽게 말해 보자.

말이 안 통하는 경우도 많지만.....

나의 이기주의일 수도 있지만,

겨우 간 한번 낚시에 얼굴 붉히느라 내 낚시를 망치고

그들의 또 다른 즐거움, 혹은 생업을 망칠 것까진 없다.

풋~ ! 어차피 같은 똥 구더기 속에 사람들이면서......

나에게 묻은 똥을 조금 닦아 내고 니들보다는 깨끗한 척 하기 보다는,

남이 나보다 똥을 많이 싼다고 잔소리 해대기 보다는,

똥 속에서 똥이 아름답게 보이도록 노력하는 편이 낫겠다.

내가 사는 속은 똥 구더기 아니던가?

똥 구더기를 살만하게 만드는 것도 멋진 일이다.

요즘 난 그들을 보면 그냥 허허 웃어주고

말 한마디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