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배우는 입장이지만,

플라이 낚시를 배우다 보니 나름대로 마디가 느껴지는 것 같다.

처음엔 무작정 머찌다! 라는 느낌으로만 플라이 낚시를 시작했었던 것 같은데,

많은 선배님들의 자연사랑, 생명사랑, 그리고 나 자신의 사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런 척 해봤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들로 머리 속은 복잡해지지만,

마음만은 넓어지는 듯한 느낌.....

이번엔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말구, 좀 더 현실적인 얘길 해보자.

플라이 낚시를 처음 배울 때는 원리나 이론을 이해하려 노력했었고,

다음으로는 캐스팅에 열을 올렸다. 물론 아직도 제대로 안되니까 열이 식으면 안된다....-_-;

어느 정도 흉내를 낼 수 있게 되자,

실제적으로 고기를 유혹하는 미끼인 플라이 타잉에 빠져 들게 되었다.

이것도 매어 보고, 저것도 묶어 보고.....

웬 만큼의 바늘을 묶어 보고 나서,

바늘의 종류가 많다거나 이쁘게 묶는다고 해서 항상 고기가 낚이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수서곤충을 이해해야 한다고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면서

어려운 용어와 도해를 외웠다.

이해하지 못하면 외워라는 철언과 함께.....

그것과 동시에 장비 타령이란 걸 했다.

이런 낚시대로 만들어 보고, 이런 라인도 만들어 보고, 이런 채비도 만들어 보고.....

그러나 역시 고기를 잘 낚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 요즘 내가 붙잡고 있는 화두는 "물을 읽기" 이다.

흐르는 물, 서있는 물이 있다면 이 물속에선 어떤 환경 요인으로 어떤 작용이 일어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상황에 맞춰 어떻게 고기를 유혹해야 할 지에 대한 건 전혀 캄캄했던 것이다.

즉 고기를 알고 이해하기 였다.

먹이와 환경이라는 단순한 원리가 제시되어 있긴 하지만,

; 사실 그게 다일지도 모르겠다....^^

각종 상황에서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정답이나 이론이 없다.

물론 항상 정답도 없고, 일부 경험이나 개인 연구로 알고 있는 고수 분들도 계시지만,

공개되어 있지 않다.

운이 좋으면 가끔 얻어 들을 뿐......

아직 열악한 국내책자에서는 거의 찾을 수가 없고,

해외의 서적과 영상자료를 뒤지고 있지만

찾기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장님 코끼리 만지던 생각이 난다.

물안경이라도 쓰고 들여다 봐야 할지......

내 경험이 아닌 이론은 마음에 와 닫지도 않고,

그렇게 얻는 조각을 모아서 내 옷으로 만들어도 누더기 일뿐이다.

그렇다고 정작 낚시만 줄차게 다닐 수도 없고.....

잠시 생각을 돌려 보면,

이 역시 고기를 많이 잡기 위한 방법론이다.

하지만 진짜 이해한다면 낚시의 욕심을 줄일 수 있겠지.

살을 에는 추위 속에 떠내려 오는 미지 라바 한 마리를 먹기 위해 새벽부터

졸리는 눈을 부릅뜨고 소의 끝머리를 힘차게 꼬리질 하며 지키는 계류어의 속사정,

산란할 알을 키우기 위해 훌치기 바늘을 힘들게 피해가며, 풀을 뜯는 누치의 속사정,

한치 앞이 안 보이는 탁한 물 속에서

혹시 낚시바늘은 아닐까 걱정하며 또 다른 고기를 덥치는 강준치의 속사정,

같은 걸 알게 될까?

부지런히 공부하고, 경험하고, 생각하면 되것지.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영화에서 동생이 죽기전에 갔던 마지막 낚시에서

생애에 가장 큰 고기를 낚은 동생의 대사가 떠 오른다.

"아직 고기처럼 생각하려면 2년은 더 있어야 되요."

결국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건가?  후후.....

나도 나중엔 플라이 Tip편에 진짜 "물을 읽기" 나 "고기를 이해하기" 와 같은

글을 정리해보고 싶다.

그 때가 되면 이런 낚시를 할 수 있겠지.

아무 물에나 헐렁한 작대기 하나 들구 가서 물에 담근다.

몇 번 던져 보고, 고기가 낚이면 얼굴을 보며 즐거워 하고,

반가워 말을 걸고 돌아 온다.

오늘은 "누구"를 봤네....

몇 번 던져 보고 낚이지 않으면 그냥 접고 돌아 온다.

오늘은 "나"를 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