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초밥을 먹다가....


 

며칠 전, 점심에 초밥을 먹었다.

한참 동안 손끝에 남아 있던 비릿한 물고기 냄새.....

그 날은 무슨 변태처럼, 오후 내내 가끔 검지 손가락을 들어 그 냄새를 맡으며

혼자 흐뭇해 했다.....

 

초밥이라는 녀석은 물고기의 살점을 거의 가공하지 않고 식탁에 올리는 특이한 음식이다.

다른 음식과 다르게 손으로 집어 먹기 때문에 고기의 맨살이 만져지는,

낚시꾼에겐 특별한 느낌을 주는 음식이다.

물론 비싼 가격 탓에 자주 먹진 못하지만 좋은 일식집에 가는 일이 있으면,

꼭 먹어 보곤 한다.

그런데 아직 그렇게 맘에 드는 초밥을 먹어 보지 못 한 것 같다.

어떤 집은 고기가 말랐고, 어떤 집은 밥이 딱딱하다.

고급가게 일수록 밥에 비해 고기의 양이 많아서 조화를 못 이룬다.

그 유명한 일본만화 미스터 초밥왕 을 너무 많이 본건가? 후후......

아마 난, 고기라는 녀석이 생명에 잃고 남겨둔 소중한 재료를 제대로 써주지 않았다는 점에

좀 화가 나나 부다.

물론 내가 요리해도 그 정도의 맛 조차 안 날 테지만,

난 고기를 낚는 낚시꾼이고, 일식집은 그 고기를 요리하는 전문요리사가 아닌가?

넓게 생각해 보면, 물론 고기 뿐만 아니다.

소, 돼지, 닭, 쌀, 풀 한 포기 까지......

소중하게 다루고 귀하게 먹어 줘야 겠다.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밥 먹을 땐, 눈을 감고 잠시 기도를 하고 있다.

아내는 크리스챤이라 하나님께 감사드리겠지만,

난 그 시간에 내가 먹는 것들에게 감사한다.

결국은 날 위해 이 살만한 세상을 버리고 이 밥상까지 왔구나......

하지만 뭐, 가끔은 나도 밥을 남겨 버린다......-_-"

 

미스터 초밥왕을 보면 이러한 생각 뿐만 아니라

요리사의 원래 의미에 충실한다.

인간을 먹여 살리는 요리사이므로 그 먹는 사람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음식을 준비한다.

; 여기서 나도 한가지 정신을 차려보자.

나는 고기에게 최고의 요리를 대접하고 나서 입질이 없다고 푸념하는가?

내가 맨 플라이는 고기에게 정말 먹음직스러운가?

내가 만든 프리젠테이션은 고기에게 가장 편안한 자세인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본인 만이 알 일이지만,

판단은 고기가 해주겠지.

그리고 작가는 요리사를 통해 세상 사는 것도 모두 요리와 같다고 독자를 유도한다.

; 가끔 일본 풍의 간빠레 정신의 나열은 좀 지루하기도 하다......

 

가만히 보면 요리사에게는 요리가 그 인생의 전부이고,

세상 만사 모든 것이 요리의 모습으로 다가 온다. 요리의 법칙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결국 그게 인생이라는 걸 깨닫는다.

각자의 사람들은 그들의 세계에서 인생을 깨닫는 것 같다.

역시 길은 달라도 끝은 같은 듯하다.

 

아마 낚시꾼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미끼를 준비하고, 전략을 세우고, 도전하고, 결국 얻고, 혹은 놓치고.....

나중에 결국 그게 내 것이 아니었음을 죽을 때 알게 된다.

조금 나은 게 있다면 낚시꾼은

죽기 전에 릴리즈를 한다는 걸까?

 

낚시만을 열심히 잘 해도 남는 게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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