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하다가 지문이 닳아 본 적이 있는가?

간혹 많은 고기를 잡을 때, 비유 삼아 지문이 닳는다고들 한다.

나도 가끔 진짜 지문이 닳아 본 적이 있다

물론 고기 낚느라 그런 건 아니다......-_-"

난 캐스팅 버릇이 이상하게 들어서 보통 남들이 하는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리는 그립을 하는 게 아니라 검지가 올라가게 낚시대를 쥐게 되었다.

이건 원래 계류 같은 아주 섬세한 캐스팅이 필요할 때만 쓰는 건데,

난 처음에 캐스팅이 잘 되지 않아 잘 할려구 이걸로 연습한 통에,

심지어 8번대까지도 이렇게 캐스팅 하구 이따......-_-"

물론 손가락 관절에 무리가 가지만 처음부터 잘 못 든 버릇은 어쩔 수 없나 부다.

이렇게 배스 잡으러 간다구 8번대를 들고 하루 종일 던지면,

혹은 비가 온다던지, 혹은 2~3일 연속해서 낚시를 하게 되는 날이면

검지손가락의 지문 부분이 불어서 껍질이 떨어진다.

그리고 지문이 조금씩 옅어 진다.

이젠 아프진 않지만 가끔 그걸 들여다 볼 때면 딴 생각을 하곤 한다.

학생 때, 잡다한 운동을 좋아 했었는데,

중학교 때부터 였나? 그 땐 특히 철봉을 좋아 했었다.

10분 쉬는 동안에도 맘 맞는 친구들과 허수아비라는 철봉 놀이를 해댔었고,

일과 후에도, 턱걸이, 다리걸어 돌기, 멀리 뛰기 등을 하다 보니

손 바닥엔 늘 못이 박혔었다.

물집이 터지다 못해 아예 단단하게 굳어 버렸고,

일주일에 한번씩 굳은 살을 뜯어 내야 했었다.

요즘은 제대로 운동을 하지 않아 이젠 흔적만 희미하지만,

그땐 정말 열심히 했었던 것 같다. 운동이 아니라 마치 놀이처럼.....

386세대에게 익숙한 얘기겠지만

심지어 학창시절엔 학우들에게 "운동권" 아닌 "운동권(?)"으로 불렸었다.

늘 추리닝 차림으로 강의실에 나타나곤 했으니.....^^

가만 보면 늘 난 뭔가에 빠져 있곤 한 것 같다.

그리고 한번 빠졌던 것들은 잠시 떨어져 있을 뿐, 아직까지 나의 한 구석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역시 낚시도 마찬가지이겠지.

지금은 느긋하게 낚시를 갈 수 있는 날이 가끔은 있지만,

언제 상황이 변해 손에 물 한번 묻히기도 힘든 날이 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낚시라는 녀석은 이미 나의 일부다.

아니 내가 낚시의 일부분일지도.....-_-"

내겐 그런 낚시지만  낚시꾼이 아닌 누군가가 지문이 닳도록 낚시한단 소리를 들으면,

욕먹기 딱 좋다.

지문이 닳는 건 나 뿐만 아니다.

땡볕 속에 삽질을 하는 농부의 손에도,

물레를 돌리며 예술품을 빚는 도공의 손에도

심지어 끊임없이 열쇠따기를 연마하는 도선생(?)의 손에서도

지문은 닳고 있다....

공통점은 모두 열. 중.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은 무엇이든 아름답다.

어영부영 놀고 즐기는 낚시꾼의 손이 민망하지 않으려면

낚시 하고 있는 동안만큼이라도 열심히 해보자.

지문이 닳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