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욕심 버리기
얼마 전의 여름 휴가 때 얘기다.
짧은 휴가 기간이었지만 어떻게 틈을 내서 강원도 오대산 자락의 연곡천을 잠시 찾았다.
처음엔 집사람과 함께 낚시도 하고, 계곡도 즐기고 애기에게도 고기를 보여줄 생각이었지만,
집사람과 아이에게 대강 그늘을 찾아 준 후,
좀 더 나은 자리를 찾을 겸 들어선 계곡에선 그만
나도 모르게 정신을 잃고 말았다.
흐르는 물따라 고기의 입질따라 점점 상류로만 올라 갔고,
상류의 어느 곳엔가 가족들이 모여 놀고 있는 곳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내려왔지만 이미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집사람은 한 시간 반 이랜다....^^)
덕분에 아내는 맘이 상했고, 아이는 땀띠가 났다.
늘 그렇다......
오랜만에 찾은 강원도인 까닭도 있겠지만, 낚시하는 그 순간부터 온갖 낚시 욕심에 빠져 든다.
그리고 그 욕심은 항상 생활과 부딪히며
낚시를 제외한 만사와 꼬이고, 마음을 괴롭힌다.
이제 조금은 낚시 욕심을 버린 듯 한데....
아직은 많이 멀었나 보다.
가만히 앉아, 낚시를 하면서 버릴 욕심을 생각해보았다.
처음엔 고기 마릿수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될 것 같다.
아님 대어의 욕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좀 더 많이.... 좀 더 크게....
언제나 손맛에 굶주린 낚시꾼들이기에 가엽기도 하지만
마릿수와 크기의 욕심을 버리는 그 순간부터는 낚시가 좀 달라 보였다.
나도 이제는 가끔은 그 욕심을 버리곤 한다.
물론 늘 그런 건 아니다.....-_-"
내가 이르지 못한 그 다음은 아마도 고기의 종류나 물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일 것 같다.
자주가는 한강에선 넉넉한 척 하다가 어쩌다 강원도의 계류어를 만날 때면
정신을 잃는 걸 봐선 그렇다.
탁한 한강물 속에 올라오는 한마리의 강준치나,
수정처럼 맑은 계곡에서 어쩌다 볼 수 있는 계류어나
조물주가 보시기엔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똑 같은 귀한 존재일 것이다.
다만 인간만이 스스로 가진 욕심의 잣대로 중경후박의 구분을 짓는다.
수려한 경치와 맑은 공기와 물 속에서 정신마저 맑아질 것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외부의 환경을 벗어던지고 나와 고기만을 생각한다면,
마음 닦기를 외부에 의지하지 않고 나의 속에서 하고자 한다면,
썩은 개천에서 등이 굽은 고기를 낚는 편이 더욱 공부가 되지 않을까?
옛말에 조용한 선사에서 닦은 도 보다는 시끌벅적한 시장통에서 닦은 도가 낫다고 했던가......
그게 가능하다면 이번 휴가에서의 마음 아픈 일은 없었을 것을.....
그럼 그 다음은 뭘까?
아마 짐작컨데 장비를 버리기 일것 같다.
계곡과 개천을 구분하지 않는데 상황에 맞춘 각종 장비와 채비가 무슨 소용 있으랴!
쌓아둔 낚시대를 한 두대씩 버려서 겨우 한 대만 남기고,
수없이 묶어둔 플라이 바늘도 한 두 종류만 남기고.....
그저 되는 대로 낚시를 즐기다 말뿐......
어쩌가 기회가 되면 즐거이 낚시를 하고,
자주 못가게 되면 고기 괴롭힐 일이 줄었다고 기뻐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또 그 다음은 뭘까?
마지막으로 갖고 있던 한 대의 낚시대 마저 놔버리는 걸까?
그건 마치 사람이 밥 숫가락을 놓다와 같은 의미일텐데.....
나의 속마음은 어차피 나와는 먼 일로 생각하며 안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후후.....
단계를 짐작하는 것 만으로도 도움이 되는군.
가만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낚시를 통해 마음 닦고자 하는 것도 또다른 낚시의 욕심이 아닌가?
진정한 낚시란 이 욕심 마저도 버려야 하는 것이겠지.....
나의 생활에선 뭐 부터 버려야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