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낚시 이야기를 쓰면서
수필가로 활동하시는 어머님께서
이번 8월부터, 갑자기 전국 일간지에 몇 달간 고정 칼럼을 쓰시게 되었다.
물론 혼자 매일 쓰시는 것은 아니고 다른 수필가 몇 분과 함께 돌아가며 쓰시기에
일주일에 한 편 정도만 쓰시면 된다고 하시는데
그동안 간간히 특별 칼럼만 써 보시다가 고정으로 쓰시게 된 게
내심 상당히 부담이 되시는 모양이다.
내가 엉뚱한 낚시이야기로 홈페이지 벌리고 있는 줄 아시기에
; 참고로 어머님은 나보다 먼저 홈페이지가 있으셨다.... -_-;
내게도 퇴고를 맡기시며, 몇 가지 주제를 정해 시험삼아 글도 써보라고 하신다.
근데 정작 낚시를 뺀 글을 써보니 말문이 막힌다.
우찌우찌 써 놔도 남의 애긴듯 어색하다.
아마 난 영락없는 낚시꾼인가 보다.....^^
그렇게 몇 번의 퇴고 과정과 쓰기시험 과정에 참가하다가 느낀 점이 있었다.
글은 단순히 문장을 짜내는 것이 아니고,
글쓰는 이의 독창적인 생각을 짜내서 문장으로 바꾸는 작업이라는 것이었다.
나도 다분히 즉흥적이라 이 낚시 이야기를 날 정하고 앉아 써나가는 것이 아니고,
출근길에, 밥먹다가, 혹은 화장실에서, 때론 잠들기 전에
문득 문득 떠오른 생각들을 메모 해뒀다가 정리해서 쓰곤 한다.
그렇다보니 순서도 뒤죽박죽 생각도 뒤죽박죽,
어떤 날은 이 하늘을 달리고 어떤 날은 저 물속을 헤멘다.
뚜렷한 논리도 없고, 일관된 사상도 없다.
그냥 나의 어투만 있는 것 같다.
아마 나의 낚시에 대한 생각들이 설 익었기 때문이리라.
푹 익고 농해지면 언젠간 곪아 터져 구더기도 키우겠지.
그걸 미끼 삼아 세상이나 한번 낚아 볼까?
그마져 다시 먼지로 흩어지면
꺽어진 낚시대 지팡이 삼아, 연옥의 불 구덩이 속을 누비고 있을지 모르겠다.
잠시나마 손에 쥐었던 이 세상의 물고기란 녀석들 덕분에....
어느덧 내가 홈페이지 만들어 낚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지 만 일년이 넘었다.
낚시하며 간간히 이마를 훔쳐 짜낸, 벌써 60여 개가 넘는 땟국물들....
60이 넘던 날, 살면서 1000개의 낚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인생 60이 되기 전에 가능할까?
어쩐지 요즘은 낚시를 자주 가지 않는 탓인지 이야기가 잘 안나온다.
경험도 경험이지만 공부를 게을리 하는 탓이리라.
이대로 가면 어쩐지 그 갯수 채우기 자신이 없어질 것 같기도 하다.
굳이 갯수에 집착하기 보다는 그냥 그 나이까지 꾸준히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다.
철들고 난 후의 나의 세상과 일기가 될 것 같다.
아마 그 때 쯤이면 나의 낚시 이야기를 훑어 보며 이런 얘기를 하겠지,
"나는 낚시를 무지 좋아한다. 누구에게나 취미나 생활이 있겠지만
어려서부터 초등학교에서 가나다를 배우기 전부터 아버님의 손에 끌려 낚시를 배웠던
나는 아직도 여전히 낚시를 배우고 있다.
요즘도 거의 매주 한번씩은 낚시대를 들고 물가로 가지만
날마다 새로운 걸 배우고 있다.
아참, 난 marcco 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