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문화와 플라이 낚시
한날, 플라이 관련 서적을 몇 권 구입하기 위해서 해외 유명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다가
새로운 것을 찾게 되었다.
플라이 낚시 수필집과 유머집 이었다.
난 의례, 낚시 기법이나 타잉 기법에 대한 서적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심지어 플라이 낚시를 주제로 하는 한 두컷짜리 블랙유머 만화책도 있었다.
그것도 한 두권이 아닌 수 십권....
인터넷 서점의 물리적 위치가 미국 쪽이라 미주와 남미 중심으로만
작가가 분포되어 있었지만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쪽까지 살피면
아마도 더욱 그 양은 늘어 날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몇 권 주문해 두었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아 열어 보지는 못했다.
해외 플라이 낚시 수필은 1년 전에 선물 받은 해외 전문 잡지 몇 권과 수필집 한 권이 있어
얼마간 접해 보았다.
어설픈 번역으로 속 뜻을 얼마나 이해했을지 모르지만
간단한 조행기부터 시작해서 옛 시절의 기억, 낚시 기법에 대한 의견, 낚시와 일상 사이에서의 소고,
여자 플라이 낚시꾼이 갖는 독특한 시각, 정치와 문화, 플라이 낚시와 아메리카의 역사,
심지어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플라이 낚시가 철학과 사상의 수준에서 뛰어 놀고 있었다.
아마도 플라이 낚시 관련 전체 책자의 10% 쯤은 실기를 위한 서적이 아니라
플라이 낚시를 주제로 보고 즐기며, 공감하는 자유로운 책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은 플라이 낚시가 그들의 생활 속에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최근 미국 공화당인가? 대통령 후보의 정치헌금 모집을 위한 모임 중에
플라이 낚시모임이 있었다고 한다.
단지 후보와 같이 플라이 낚시를 한번 하는데 참가비가 5000$......
아마도 미국에선 부자들이 플라이 낚시를 많이 하나 부다....-_-"
원래 플라이 낚시가 유럽에서 예전에는 귀족들의 스포츠로 고기를 잡는 일보다
마치 춤과 같은, 사교를 위한 소양 과목이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아직 그 흉내를 내고 있나 부다.
한편 우리나라는 어떤가?
다행히 역사가 짧은 덕에(?) 일부 특수 계층에 의한 차별화나 독점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나처럼 무작정 플라이 낚시에 뛰어드는 생각없는 낚시꾼 때문에
고기를 낚는데만 집착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벌써 수많은 숫자의 플라이 낚시꾼이 한국에 생겨났지만
대부분의 낚시꾼은 고기만 쫓아 다닌다.
플라이 낚시로 얻을 수 있는 보다 높은 단계의 문화로 정착되기엔
아직 국내 여건과 문화적 차이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 같은 코흘리게 플라이 낚시꾼을 제쳐두고
벌써 많이 생긴 플라이 낚시 클럽에서도 그들이 갖는 spirit은 무엇인가?
기껏해야 고기 사랑, 자연 사랑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게 아닐까?
물론 그 중에서도 소수의 낚시꾼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단계로
인터넷을 통해, 서적을 통해, 혹은 낚시터에서 다양한 전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대중이 궁금해 하는 어떻게 하면 고기를 한 마리 더 잡을 수 있나 하는 기법에 불과하다.
극 소수만이 그들이 오랜 기간 동안 플라이 낚시를 하면서 갈고 닦은
작고도 깊은 문화를 전달해 줄 뿐이다.
중생이 아직 그것에 목말라 하지 않더라도
은은한 침향(沈香)으로 서서히 중독시켜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서 나도 이러한 잡생각이나마 꾸준히 웹에 올려 봐도 되것지... 되나?
한 사회 현상이 문화로 정착되기 위한 요소에는 대중성이 있다고 한다.
벌써 플라이 낚시는 한국 내에도 각종 매체를 통한 광고의 미장센으로
혹은 수많은 회원 수의 동호회의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점점 늘어나는 플라이 낚시꾼들....
보다 높아져 가는 관심....
이제 동네 꼬마도 이름을 알고....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
그러나, 우리 전통의 붕어낚시가 갖는 작은 오류처럼
일부 초보자 때의 잘못든 버릇으로 평생을 망치는 낚시꾼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플라이 낚시도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좀 더 맑고 밝은 플라이 낚시로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낚시가 문화를 바꾸고 문화가 사람을 바꾸는....
낚시는 그냥 낚시 일뿐이라구?
어, 그것도 맞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