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마릿수 세기


 

"오~홋 걸었다!

또 한마리, 벌써 23마리째군. 30마리를 채워야지.

오늘 뽕을 뽑는 구만."

 

가끔 낚시가서 운이 좋은 날이 있다.

한마리 두마리 세마리 네마리 다섯마리..... 끊임 없이 올라오는 고기들.

 

예전엔 기를 쓰고 고기 수를 세었던 것 같다.

낚아서 묶거나 담아두지 않았던 이유로 세어두지 않으면 조황결과를 확실히 할 수 없기 때문이었나?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10마리가 넘으면 세지 않고 그냥 많다가 되었다.

; 실은 내가 숫자에 좀 약하다....-_-;

그리고 요즘은 점점 줄어 7마리가 기억한도가 되더니

이젠 4~5마리가 넘으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몇 어종을 섞어서 낚게되면 그나마 구분이 좀 가는데, 한 종류만 낚게 된 경우

집에 돌아와서 조황정보를 남기려고 하면 어김없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제 그럭 저럭 마릿 수에 집착하지 않고 낚시하는 그 자체에

즐거움을 두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게 잘 하구 있는 걸까?

고기 욕심을 버려라, 버려라! 내 속으로 나에게 주문을 왼 탓인지

어느덧 나도 모르게 의도적으로 그러고 있지 않나 걱정도 된다.

셀 수 있는데도 일부러 뭉게고,

두리 뭉실한 조황정보로 꽝을 가리고....

 

진짜 마릿수를 세지 않는 낚시란 어떤 것일까?

우찌보면 마릿수 세기는 조황결과와 연결된다.

조황결과는 남들에게 알리고 자신이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남에게 알리는 조황결과는 순수한 정보전달도 있지만,

자기 자랑으로 귀착된다.

자신의 기록 정리는 어디다 쓰나?

나만의 최고 기록? 혹은 보다 손쉬운 낚시를 위한 통계자료로 오용되기 쉽다.

; 물론 종의 보존과 연구를 위한 생태자료로 쓰일 수도 있다.

결국은 자기 욕심을 넘어서지 못한다.

정말 마릿수를 세지 않는 낚시를 내가 하고 싶다면

먼저 숨은 내 욕심부터 버려야 겠군.

낚은 결과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낚시하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면

어느덧 낚은 고기 숫자는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냥 잘 다녀왔고 재밌었다고만 조황정보를 쓰면 너무 심심할까?

얼굴 본 녀석들의 이름만은 써줘야 그들도 섭섭하지 않겠지.

또 내 머리 속은 달리고 있군.

이만 접자.

 

고개를 돌려 다시 나를 보면

오늘도 나는 월급 봉투를 세고, 소유한 집과 주식의 시세를 세고,

정말 중요한 건진 아무도 모르지만,

암튼 내가 이룬 것 같은 것들을 세고 있다....

 

가끔은 세어봐도 좋겠다.

세고서 만족만 한다면....^^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