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One Casting One Bite....
One Casting One Bite....
한 번 던질 때마다 한 마리씩 물고 늘어지는....
아마 대부분의 낚시꾼들이 바라는 최고의 상황이 아닐까?
부지런히 다닌다고 해봐야 일년에 한 두번,
평생동안 몇 번 못 만나는 낚시꾼들도 많다.
나도 제대로 된 경우는 기껏해야 두세번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처음 그런 상황과 맞닥쳤을 때의 느낌은
한마디로 "아무 생각 없음" 이었다.
얼른 그 상황이 종료되기 전에 한 마리라도 더 걸어서 기록을 갱신해야 겠다던지,
이 상황이 언제까지나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욕심만이 마음 속에 가득찰 뿐,
아무 생각없이 던지고 걸어 내고, 던지고 걸어 내고를 반복했다.
상황이 끝날 때 까지....
처음엔 마냥 뿌듯하기만 했었다.
오랫동안의 굶주린 욕정과 같은 손맛을 한꺼번에 해소한 듯한 느낌.
무슨 행위 뒤의 나른함에 비길만도 하다.
그리곤 반복되는 웬지 모를 허탈감.
고기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단 시간에 최대한 많은 수의 고기를 괴롭힌 거에 불과하다.
전쟁의 그것 마냥 이성을 마비시킨 상태에서 이뤄지는 수 많은 만행.
우찌보면 낚시꾼을 바보로 만드는 게 바로 One Casting One Bite 상태인 것이다.
고기를 낚는데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연구도 필요 없고,
그들과의 의사소통이나 게임의 개념도 없이
단지 잡아 올리기만 하는
어부의 그물질에 다름없다.
그래서 난 가끔씩 One Casting One Bite 가 싫어진다.
근데 그게 가끔씩인 걸 보니 아직까지 고기 욕심은 있다부다.....^^
얼마 전에 또 그런 상황을 맞았다.
던질 때마다 덤벼드는 강준치들,
수많은 입질에 내가 실수로 훅셋을 하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말 한번 바늘을 던질 때마다 한 녀석씩 걸 수 있었다.
한참을 낚다가 이게 아니다 싶어서 녀석들이 낮에는 잘 물지 않는 큰 훅을 바꿔 달았다.
역시 입질만 구경하고 실제 낚는 일은 거의 줄었다.
하지만 그 역시 즐거웠다.
던질 때마다 나의 바늘에 덤벼드는, 내가 즐길 수 있는 놀라운 상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물의 꿈을 꿀 수 있는 또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유유자적한 기분을 계속 유지 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잠깐, 현실의 난 다시 작은 훅으로 바꿔 달구 말았다.
낚시를 접고 돌아오면서 느끼는 다시 허탈감....
문득 또 다른 아쉬움이 생각났다.
올해 초부터 만들어 둔 고리 바늘(침이 없고 끝이 동그랗게 다듬어진 훅 ; 고기도 미끼 욕심을
버리고 털면 금방 빠지게 되어 있다)과 일자바늘을 써 볼껄 하는 아쉬움이었다.
좋은 실험을 할 기회였는데 정말 아쉽다.
입을 벌리고 바늘털이를 하는 강준치 녀석들이라 승산은 적지만,
오늘 만은 내 욕심이 아닌 강준치 녀석들의 욕심을 재 볼 수 있는
재밌는 날이 될 수도 있었는데....
상황을 몇 번 겪다 보니 점점 생각이 달려 나간다.
새삼 낚시는 경험의 철학이란 걸 느낀다.
앞으론 One Casting One Bite가 와도 좋도 안와도 좋으면
더욱 좋으련만....
실은, 녀석들이 오랜만에 날 생각해준 건 아닐까?
내 마음이 전해 졌는지....
그럼 고맙지.
그렇게 생각해도 되겠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