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오감 낚시
많은 취미 중에 인간이 가진 감각을 총 동원하는 녀석이 있으니,
그게 바로 낚시다.
찌를 보는 재미, 낚은 고기를 바라보며 감상하는 재미... 시각이 있고,
비록 비리나 향기로 즐길 수 있는 고기의 체취, 물 냄새를 그리워하는 후각이 있고,
철썩이는 소리로 바늘에 걸린 고기의 크기를 짐작하며, 낚시줄이 연주하는 음악을 즐기는 청각이 있고,
낚시대 끝에서 뛰노는 고기의 에너지를 손끝으로 만져보는고, 생명력을 자각하는 촉각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생과 사를 넘나드는 일전 끝에 맛보는 녀석의 살 한점.... 미각이 있다.
인간이 가지는 다섯가지의 감각 하나하나를 집중시켜
이토록 처절하게 즐기는 취미가 또 있던가?
아마 요리 정도라면 가능할 것도 같다...^^
물론 플라이 낚시를 즐기는 사람 중에는 마지막 미각의 그것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그런 부류에 끼고자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나머지 4개로 충실해보고자 했으나 아쉬운 감이 있어서
하나를 더 찾아 봤다.
그건 바로 인간이 가진 또 하나의 숨은 감각...
육감이었다.
우선, 잡아 먹고자하는 욕망을 줄이면
고기는 더이상 나와의 전투 상대가 아니고,
낚는 그 자체에 집중하여 기법과 생태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어,
고기와 한층 더 가까워 질 수 있을 것 같다.
점차 발전하여 의사소통하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왠지 여긴 고기가 있을 것 같군,
오늘은 어떤 녀석이 와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선 이 바늘을 물어 주겠지...
하는 낚시의 육감이 살아나게 될 것 같다.
그리하면 캣치 앤 릴리즈를 즐겨하는 사람들이나 나도
남들과 마찬가지로 다섯개의 감각을 즐기며 낚시를 할 수 있겠지.
그래도 하나 남은 미각....
왠지 감각의 6개를 채워야 낚시의 완성일꺼라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
먼 훗날 먹고 안 먹고의 차원을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하면 해결 되겠지.
나와 너,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규약과 질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낚시를 할 수 있는 그 날이 되면....
육감 낚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