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낚시를 가면서 복장을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각 낚시마다 고유의 복장이 있게 마련이다.

민물낚시는 큼직한 파라솔이나 밀집모자로 햇볕을 가리고, 밤샘 낚시를 대비해

텐트나 침낭을 가져 가기도 한다.

큼직한 살림망을 접어서 가방에 넣고, 길고 두툼한 낚시대 가방을 메고,

끼니를 챙기기 위해 버너와 그릇까지 챙겨 출발하자면

한 살림내기 넉넉한 피난짐의 수준이다.

바다 낚시의 경우는 조금 더하다. 우선 복장이 갯바위를 대비한 특수신발에,

기 백만원에 가깝다는 땀을 배출하고 물은 젖지 않는 무슨무슨 텍스라는 우주인 복장....

다시 민물채비와 맞먹는 양의 낚시장비에 큼지막한 아이스박스를 챙겨야 한다. 만일의 대박을 위해서다.

물론 플라이 낚시도 만만치 않다.

흐르는 계류 속에서 낚시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화바지를 입고, 물속의 미끄러운 바위에 넘어지지 않게 계류화라는 특수신발을 신고,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리고, 곳곳에 끈으로 연장을 달아맨 기장이 작달막한 플라이 전용 조끼,

카우보이와 같은 챙넓은 모자와 편광안경......

전형적인 플라이 낚시꾼의 모습이다.

이 모두가 오랜 실전의 경험속에서 발전된 실용을 위한 것이고, 낚시를 도와주는 적절한 장비이다.

나도 처음엔 흉내를 낸답시고 이것 저것 사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왠지 초보인 주제에 장비나 옷만 그럴 듯하게 입고 고수인 척하는 게

웃길 것 같아서 금방 포기 해버렸다. 물론 가격이 만만찮다는 이유도 있다.

그럴 듯한 장비 한 개를 장만하자면 나의 한달 용돈(?)이 후딱 날라 가 버리기 일도 없다.

게다가 나 낚시꾼입네 하고 티 내고 다니는 것도 별로 맘에 맞지 않았다.

왠지 어부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싫었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가다 들린 것처럼, 요~ 앞에 사는 사람처럼 낚시를 하고 싶었다.

요즘은 특히 플라이 낚시를 하니 더욱 손 쉽다.

집에서 입던 반바지에 티하나 걸치고 샌달 신고, 손바닥만한 가방을 어깨에 비껴 메고

플라이 낚시대 한 대를 들면 끝이다.

어차피 두 손에 낚시대를 각각 들고 할 수 없으니 한 대면 충분하고,

플라이 바늘만 바꿔 달면 이 녀석 저 녀석을 다 만날 수 있고,

낚은 고기를 가져 오지도 않으니 아이스박스도 필요없다.

릴과 여분 낚시줄, 플라이 바늘 통만 두 어개 있으면 그만이니 채비가방도 클 필요가 없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적절한 장비와 복장이 갖춰지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다만, 난 그냥 친한 친구를 만나러 갈 때, 전투복장을 하거나

성장을 차려 입고 갈 필요가 없다는 마음이다.

그냥 편안한 복장으로 편안히 얼굴 보고

쉽게 헤어져 올 수 있다면 둘 다 편안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게으른 나의 성질 탓이란 기분도 떨쳐 버릴 순 없다.

오늘도 샛강으로 문을 나서는 나에게 집사람은 뭔가를 덧붙인다.

" 얼굴 덜 타게 모자라도 갖고 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