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우물안 플라이 낚시
얼마 전에 구한 "Reading the Water" 라는 해외 플라이 낚시 서적을 읽고 있다.
처음 펴 들고 제일 관심이 많았던 부분은
역시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Mountain Creeks 에서의 낚시 편이었다.
그런데 그 부분은 전체 2백 몇 십 페이지 중에서 5% 도 되지 않는 달랑, 8페이지였다.
'우잉? 이게 뭐야, 내게 필요한 부분은 이것 밖에 되지 않는 건가?'
우리나라 플라이 낚시꾼들이 즐기는 우리나라 플라이 낚시터는 대개,
강원도 산골 깊은 곳의 계류인 탓에 나도 모르게 먼저 그 부분에만 관심이 있던 것이다.
특히 진정한 플라이 낚시꾼이라면 맑고 높은 물에 사는 열목어, 산천어, 무지개송어와 같은
특정 계류어에만 집착해야 한다는 주관도 없는 선입관이 더해 있어,
스스로를 더욱 외골수로 얽혀 맨다.
그런데 그 책의 나머지에는 리플(Riffle), 런(Run), 풀(Pool)과 같은 기본적인
물의 흐름과 대응하는 기법 설명 외에도 플랫(Flat), 뱅크(Bank), 큰 강, 초원에서의 시냇물,
돌로 이뤄진 냇가, 풀로 이뤄진 냇가 등의 각종 물 상황에 맞는 고기 찾기와
플라이 낚시 기법을 정리해두고 있었다.
놀랍도록 세심한 경험과 자료들의 정리.....
부러울 따름이다.
물론 그들의 나라에는 그런 지역에 까지 송어(Trout)가 살고 있기에,
플라이 낚시가 가능하기에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상황과 여건이 그렇지 않다고 자위할 수도 있다.
내가 낚시를 시작하기 전,
이미 오래 전에 살 곳을 잃고 쫓겨 간 고기들....
인간과 그들의 공해를 피해 산 속으로, 산 속으로만 피해 숨어 들어간
녀석들을 보자면 우리나라 플라이 낚시꾼 역시 산 속으로만 숨어 들어 갈 수 밖에 없다.
왠지 갑자기, 망가진 옷을 걸치고, 그나마 속 주머니는 무사하다고 즐거워 하는
빈대떡 신사 생각이 난다.
내 주머니 하난 무사하게 채울 수 있겠지.....
난 그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숨겨 둔 몇 개의 계류와 플라이 패턴을 두고
가끔 나만의 플라이를 즐기는....
느는 것이라곤 오로지 산속 계류에서의 플라이 낚시 기술과
자만심....
결국, 우물안 플라이 낚시꾼이 되고 말 것 같다.
이대로 나간다면 개발이란 미명아래 점점 망가져 가는 자연, 고기는 더욱 깊은 곳으로 숨고,
낚시꾼은 다시 또 찾아 나서고, 개발되고....
철저한 환경보호 정신으로 무장된 선진국의 그들에겐 미래가 있지만,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분명히 플라이 낚시에 있어선.....
우린 끝끝내 더 깊은 산 속만 헤메다 물 끝을 볼 것인가?
친구가 날 싫어 하여 멀리 가면, 잠시 두어 두고,
또 다른 친구를 찾아보자.
가까운 냇가도 살펴 보고, 큰 강가도 뒤져 보고, 바닷가도 가 보고....
또 다른 물, 또 다른 환경, 또 다른 낚시 친구를 찾아 그렇게 헤매 돌면,
돌고 돌아 나중에 마음 속에 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면,
어느새 난 우물을 빠져 나와
남양을 나는 대붕(大鵬)이 되어 있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은 이만 접고,
읽던 책이나 우선 마저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