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양손으로 캐스팅 하기
난 왼손잡이다.
식사도 왼손으로, 놀이도 왼손, 일도 왼손, 오른손으로 하는 건 글쓰기 정도.
아차 X아는 오른손으로 닦는다....-_-;
참, 어릴 때 내가 젤 싫어하던 말이 떠올랐다. 선생님의 말씀 "바른손 들어 봐요!"
그럼 왼손은 그른손이냐? 항상 속으로 화내곤 했었다.
그러다가 나혼자 왼손을 바른손으로 삼아버렸고, 그때부터 난 왼쪽 오른쪽을 헷갈리기 시작했다.
차를 운전하면서부터 심각해졌다. 옆의 사람이 우회전 좌회전을 알려줘도 난 항상 반대로 간다.
아예 요즘 아내는 그런 말 없이 손짓과 함께 "이쪽" 이란 용어만 쓰고 있다.
특히 나혼자 택시를 타구 가다가 왼쪽 오른쪽을 가르킬 땐,
항상 "아니 반대쪽이요!"란 대사를 덧붙여야 원하는 목적지에 갈 수 있다....-_-;
전에도 반골 얘기를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난 왼손잡이라는 게 맘에 든다.
내 나이 또래면 보통 어릴 때의 가정교육(?)으로 오른손잡이로 변신하기 마련인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어릴 때의 난 무척 고집이 세었나 보다.
부모님 말씀으론 하도 똥고집이라서 그냥 내버려두셨다고 한다...^^
자라면서는 왼손 오른손을 다 써볼려구 나 나름대로 노력했다.
오른손 잡이에 비해선 반대쪽 손을 쓰는데 대한 거부감은 없다.
덕분에 발은 양쪽을 다 쓸수 있게 되어 군대에선 오른쪽 왼쪽을 다쓰는 땜빵 족구멤버로 끼곤 했었다.
손은 나름대로 정리가 되어서 힘쓰는 것은 왼쪽, 정밀한 작업은 오른 손으로 굳어 졌는데,
가장 난감할 땐, 그림 그리기였다. 힘도 써야 되고, 정밀하기도 해야하고....
연필을 오른손으로 쥐었지만
붓이나 크레용을 쥘 땐, 오른손도 어색하고 왼손도 어색해서 몇 번씩 손을 바꾸다가
스케치북을 찢곤 했다.
그런데 이 플라이 낚시는 아직도 왼손으로만 하고 있다.
외국처럼 바다 낚시나 연어용의 대형 플라이대를 다루는 경우에는 양손을 다 쓰는 경우가 있고,
외국에선 오랜 경험의 플라이 낚시꾼이 사고로 늘 쓰던 손에 문제가 생길 경우
반대쪽 손을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짧은 역사와 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아주 드문 일이다.
모두들 한 손으로만 캐스팅을 하고, 부지런히 연습하고들 있다.
그러다 생각난 게, 양쪽 손 모두 플라이 낚시를 할 수 있으면 하는 거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3가지나 된다.
대부분 한 손으로 낚시를 하고 있는데 홀을 써서 오른손도 쓴다고 하지만
난 늘 왼손으로만 낚시를 하다보니 왼손만 운동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운동량과 운동각도가 다르다 보니 각각 다른 부위의 근육만 써서 차이는 점점 벌어진다.
우리 몸은 정확히 대칭인 것 같아보이지만, 누구나 신경을 써서
자신의 어깨나 팔 모양을 자세히 살펴 보면 근육이나 골격 생긴 게 조금씩 다른 게 보인다.
내장의 위치가 비대칭이고, 외부에서의 충격이 왔을때 파손을 줄이기 위해 교묘하게
변형된 자연의 지혜라는 의견도 있지만 후천적인 운동량과 방식에 따라 변하게 된다.
한 팔만 쓰는 게 지금은 괜찮지만 나이가 들면서부터 오랫동안 플라이 낚시를 하다보면
테니스처럼 엘보증상도 나타나고 어깨관절도 무리가 오고 한단다.
가끔 왼손으로 캐스팅하다가 지치면 오른손으로도 캐스팅하고....
정말 멋질 것 같구만. 낚시시간이 길어 질 것도 같다...^^
생리와 안전을 위한 이유 외에도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당구칠 때, 큐걸이가 안 맞아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허리 너머 치다가
큐는 삑사리 내고 며칠동안 허리에 파스 붙이고 하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저 공에선 자세가 안나올꺼라고 친구들이 흐뭇해 하고 있을 때,
난 가끔 씨~익 웃어주며 여유 있게 오른손으로 바꿔 치곤 했었다.
; 실제 다마수는 상당히 낮다...^^
그런 일들이 낚시가서도 자주 있다.
왼손잡이인 나의 경우를 상상해 보자.
계곡의 오른쪽은 깍아지른 절벽에 수심도 깊다.
어쩔 수 없이 왼쪽을 따라 계곡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면....
내가 왼손잡이인 걸 안 고기들은 흐뭇한 얼굴로 먹던 걸 마져 먹구 있다.
하지만 난 씨~익 웃어주며 여유 있게 로드를 오른손으로 바꿔쥐고 플라이를 날린다.
멋지지 않는가?
물론 왼손으로도 백핸드 캐스팅이라던지 스페이 롤캐스팅 같은 걸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순 있지만
오른손 캐스팅의 유혹은 강렬하다.
마지막 하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인데,
난 나의 왼손 캐스팅이 맘에 안들때가 가끔씩 있다.
뭐 실력이 아직 형편없으니 캐스팅이 맘에 안드는 게 당연하겠지만
벌써 버릇이 들어 버려 이젠 단점을 알고 고치려고 해도 상당히 힘들다.
아니 거의 불가능한 상태인 것 같다.
나의 왼손 캐스팅은 한강에서 주로 연습하느라 롱 캐스팅 위주로 연습되어,
오른발이 앞에 나간 오픈스텝에 아메리칸 스타일(내께 스타일 정도나 되는지 모르겠다....^^)로
팔의 전후 동작이 크고 가끔씩 몸(?)도 쓴다.
정확한 캐스팅이 어렵고, 드라이 캐스팅이 어색하다.
새로 전통적인 유러피안 스타일을 배워보지만 왼손은 이미 굳어 있다.
그래서 한 날, 연습하다 팔이 아파 장난삼아 오른손으로 던져 보았더니 의외로 캐스팅이 되었다.
물론 처음 배우듯 라인은 공중에서 춤을 췄지만,
새마음, 새뜻, 새동무, 새출발하듯 오히려 저항없이
새로운 방식을 배울 수 있었고, 왼손이 가진 노하우를 그대로 전달해 줄 수 있었다.
이 역시 멋찌지 않냐?
왼손은 아메리칸 스타일, 오른손은 유러피안 스타일....
두가지 스타일을 동시에 익힌다면 우찌될까?
그 사이엔 오리엔탈이 있나?
간혹 서로 헷갈려 충돌도 나고, 오른손 왼손의 자아 분열로
마징가제트의 악당 야누스처럼 변신해 버릴지도 모르겠지만 충분히 재밌을 것 같다.
어쩌면 양손에 하나씩 플라이 대를 쥐고 드라이와 님프 두가지 낚시를 동시에 해낼지도 모르겠군.
오른손 왼손의 역대 조황 전적도 따져 보고....^^
또 달리구 있군,
왼손 캐스팅도 완성이 안된 현실의 내겐 만화같은 얘기다.
옛사람들이 양손(두손이 아니다)캐스팅을 생각해내지 못한 것은 아니겠지만
한손을 위한 그토록 복잡한 캐스팅을 개발해낸 걸 보면
아마 양손 캐스팅이 얼마나 힘든지 짐작은 간다.
왼손도 제대로 캐스팅이 안되고 있지만, 쌩짜로 새로 배워야 할 판이지만,
그래도 꿋꿋한 왼손잡이, 나는 도전해 볼 생각이다.
앞으로 오른손이나 왼손으로 어색하게 캐스팅하는 사람을 보면
혹시, 양손 캐스팅 연습하는 것일지도 모르니
너무 무시하지는 말아야 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