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이지(Easy) 플라이 낚시....
느긋한 주말 저녁....
TV 에서 나오던 이름모를 재즈선율을 듣고
불현듯 루이 암스트롱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CD 트레이에 백색의 루이를 얹자, 오랜만에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그가 부는 색소폰과 그의 목소리는 거의 분간이 가지 않는다...^^
몇 년만에 들어도 여전히 매력적인 목소리...
오랜 음악생활 끝에 백발의 루이가 되뇌였던 말은
"Pop was right!" 이었단다.
그 재즈의 산 역사였던 그가 뱉은 말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후기의 그의 재즈는 연주중에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일이 많고,
듣기에도 부담없고 쉬운 Easy Jazz가 많다.
EZ로 줄여 쓰곤하는 이지(Easy)문화를 아는가?
눈 깜박일 새도 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그리고 복잡해져만 가는 사회현상....
복잡해지는 건 사회현상 뿐만 아니다.
쉽게 요즘나온 가전제품을 보자, 설명서 없이 제대로 돌릴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나이든 축에 끼는 사람은 아예 설명서를 봐도 모른다.
그 복잡한 세상에 끼여 들지 못하면 아예 생활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예술이건 사상이건 복잡한 것은 당연하고
그걸 이해하고 그 속에 빠져들 수 있는 자들만이 대우 받는 세상이다.
사람들의 머릿 속에 파고드는 복잡다양한 것들은
아예 그 영혼을 파괴하는 수도 있다.
굳이 자아분열로 시작되는 정신의학 상의 용태를 들먹일 것도 없다.
벌써 나부터 매사에 고장난 형광등처럼 껌뻑이고 사니까....
그래도 낚시갈 날짜는 안 잊는 걸 보면 신기하다...^^
그러한 것에 반하여 생겨난 것이 이지문화란다.
쉬운, 쉽고, 수월한, 용이한, 편안한, 넉넉한, 관대한, 마음편히, 느긋하게.....
이러한 것들로 세상을 조금씩 채워가는 노력들...
모든 것을 단순하고, 심플하게 그리고 그 여유로 느긋하게 사는....
물론 좋은 것들만 있는 건 아니다.
안일한, 태평인, 만만한, 무난한, 노력없는, 헤픈....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부족한, 아니 거의 없는
면도칼 위를 걷는 요즘 사람들에겐 오히려 필요한 게 아닐까?
내가 하는 플라이 낚시도 보자.
요즘들어 이 플라이 낚시도 이지(Easy)가 필요해지는 것 아닌지?
캐스팅이면 캐스팅, 타잉이면 타잉, 수서곤충 연구, 물도 읽어야 하고, 고기생각도 읽어야 하고...
날이 가면 갈수록 플라이 낚시의 세상은 복잡해져만 간다.
원래 난 고기 한번 재밌게 낚으려고 시작한 것 같은데....-_-;
해도 해도 알 수가 없고, 변수가 너무 많다.
게다가 이미 옛사람들이 밝혀논 자료만 공부하는 데도 평생을 걸려 될까 말까 한다.
공부 욕심에 책을 한 지게에 지고 가다 길에 주저 앉은 사람 같다.
가끔 예전의 단순한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한 놈이 무슨 게으름 필 궁리나 한다고 선배들에게
야단이나 맞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이미 공부를 시작한 나는 제쳐두고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자.
혼자서 이 낚시를 시작하기란 너무 어렵다.
암호와 같은 용어들, 꾼들만이 아는 숨은 낚시터, 권법의 권결과도 같은 모호한 비결, 복잡하게만 보이는 숱한 이론들....
아예 접근을 막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플라이 낚시가 멋진 문화를 가진 것이 분명하다면
좀 더 쉽게 풀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보는 것은 어떨까?
용어도 쉽게 풀어 쓰고, 대중 앞에 모습도 좀 더 많이 보여주고, 학술대회 같은 것도 하고....
계류마다 초보 플라이 낚시꾼으로 버글대는 모습이나,
주머니에 아껴둔 나만의 포인트가 아작나는 꼴은 보기 싫은 낚시꾼들도 많겠지만,
문화가 바뀌고 사람이 변해, 드디어 우리 환경도 예전처럼 돌아간다면
시궁창에서도 넉넉하게 플라이 낚시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
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 새로 문을 연, 모 플라이샵의 홈페이지 주소도 그것으로 시작하는 듯하다.
많은 사람이 즐기면 샵의 매상도 늘겠다는 이윤논리가 생뚱맞게 생각나긴 하지만....^^
제목에서 나름대로의 각오가 느껴지는 것 같아 반갑다.
그냥 난 단순하게 플라이 낚시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니 그냥 조금 다른 낚시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도 아니면 세상사는 시간을 쪼개서
한 판 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나도 오늘밤 계획했던 타잉은 접어두고,
루이 아저씨의 "What a wonderful world!" 나 들으며,
맥주 잔이나 기울여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