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와 낚시 이야기는 외관상 보기에도 받침만 바꾸면 될 것 같은 근친성을 보인다.....

군대생활을 할 때였다. 부대가 재밌는 곳이라 백령도에서 근무를 했었다.

그 시절, 백령도의 한 포구 마을에서 고령의 어부가 뱃전에 앉아 눈을 감고 엄지와 검지를

비비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눈을 뜨고는 "곧 비가 오겠군" 라며 중얼거리며, 맑은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이었다.

"어르신. 어떻게 아시는 지요?"

"공기를 만져 보면 안다네"

그리고 약 한 시간 뒤 먹구름이 몰려와 때 아닌 소나기가 내렸다.

나중에 다시 여쭤 봐서 안 얘기지만 비가 오기 전에 항상 공기가 습하게 되고,

공기 중의 습도는 엄지와 검지를 비빌 때, 평소와는 달리 촉감을 뻑뻑하게 만드는데, 이 정도를

감지해서 오랜 경험에 의해 습한 공기의 이동 속도를 짐작하고 몇 시간 후 비가 내릴 것인가를

예상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오랜 어부 생활에 의해 얻은 천연의 기상예보 능력이려니 생각했지만

신기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요즘은 나도 출조 전에 가끔은 손가락을 비비며 흉내를 내보지만 아직은 공부 중이다.

어부와 마찬가지로 많은 낚시꾼들도 나름대로의 기상징후에 대한 속담과 정보를 가지고 있고,

각종 뉴스나 매체를 통한 기상예보 자료에 민감하다.

날씨는 낚시를 가게 되는 낚시꾼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지만,

물고기에게도 대단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물고기에게는 옆줄 혹은 측선이라는 몸 전체에 걸쳐 있는 가느다란 감각기관이 있는데,

이로써 수압, 기압, 진동 등을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고기 종류마다 다르겠지만, 아주 작은 기압과 온도차이까지 측정할 수 있는

세밀한 기관으로 이로 인해 고기들은 좀 더 편안하고, 밥 먹고 살기 편안한 곳으로 늘 이동한다고 한다.

쏘가리나 메기처럼 집을 정해두고 사는 녀석들은 그럭저럭 버티고,

영역과 산책코스를 가지고 있는 잉어와 같은 녀석들도 크게 벗어나지 않겠지만,

특정한 곳에 애착이 덜한 붕어나, 아예 방랑자처럼 떠 돌아다니는

강준치나 끄리 같은 녀석들은 수초나, 수온, 기압에 의해 혹은 먹이에 따라서 머무는 곳이 금방금방 바뀐다.

비가 곧 내릴 듯 하면 흥분한(걱정도 있고 즐기는 녀석도 있다) 고기들은 먹이 먹기를 잊게 되고,

연속된 청명한 날씨로 고기압이 계속되어도 고기의 불쾌지수가 높아져 신경이 예민해진다.

비가 와서 물이 차가워지면 어떤 녀석들은 수온 변화가 적은 깊은 곳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빗물과 함께 떠 내려오는 먹이를 먹으러 작은 고기들이 모이게 되고,

작은 고기를 먹는 큰 고기들이 또 모이기도 하고,

먹이와 상관없는 녀석들은 세어진 물살을 피해 물 흐름이 적은 오목한 곳으로 모이기도 한다.

날이 더워지면 시원한 새물이 들어 오는 합류지점에 옹기종기 모이기도 하고,

오히려 깊은 곳으로 들어가 버리기도 한다.

날씨가 가물어져 수위가 내려가면 높은 수압을 싫어하던 고기들이 나타나기도 하고,

물이 불어나면 평소에 먹을 수 없던 풀뿌리나 열매를 먹으러 큰 고기가 물가로 나오기도 한다.

특히 잉어와 같은 큰 고기는 물이 불거나 흙탕물이 되면 흥분해서 몸을 씻으러 물밖으로 곧장

뛰어오르기도 한다. 이 때는 미끼로 꾀어 잡기가 좀처럼 힘드는데,

옛 속담에 보이는 물고기는 잡을 수 없다는 말과 일치하는 듯 하다.

사실은 사람이 물고기를 본다면 이미 물고기가 사람을 보았고, 높아진 경계심으로

고기를 꾀여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일 테지.

여하튼 어종에 따라 조그만 날씨 변화에도 고기의 기분이 각양각색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산란기를 빼고 오로지 24시간을 먹이 찾는 일에만 열중하는 녀석들이라도

날씨를 고려하지 않고 인간이 항상 미끼로 꾀어 내기는 불가능하다.

늘 잘 되던 포인트라고 친구를 데리고, 손님을 모시고 찾아가도 이상하게 입질이 뚝

끊기는 수가 있다. 아마, 수위가 바뀌었거나, 수온이 변했거나, 최근 날씨가 변했거나 등으로

물속 생활 상황이 달라져서 일 것이다.

경험이 오래된 낚시꾼들은 날씨와 기온에 따라서 혹은 기타 다른 영향에 따라서

변경된 상황에 맞춰 낚시 장소와 낚을 고기를 정해서 대처한다.

물론 엄청난 경험이 필요하며, 때로는 그런 것들이 아무 소용이 없을 때도 많다.

왜냐면 사람이 물고기가 아니며, 물고기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 십년을 같이 자란 형제나 키워 주신 부모자식 간에도 속마음을 다 모를 수가 있는데,

어찌 인간이 물고기 마음을 아랴.....

하지만 알 수 있다면 정말 재밋겠다.

경험을 통해서 단순한 패턴을 외울 수는 있겠지만, 물고기의 마음을 읽기는 힘들다.

물고기처럼 생각한다는 건 낚시꾼의 열망이겠지.

하지만 꼭 알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걸 알면 낚시하고 싶지 않겠지.

그저 서로 모른 척하고 각자 살고, 꼬여 내고 하는 편이 속 편하겠지.

모르면 어떠랴

그는 고기고 나는 사람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