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저수지 송어낚시를 가면서
내일은 다니는 회사가 개교기념일(?)이란다.
덕분에 평일날 맘 놓고 쉬게 되었다. 일년에 하루 있는 날....
집사람도 같은 회사라 온가족이 방학이다.
물론 생활이 방학인 아이도 있지만 엄마아빠가 다 있는 날은 드문 일이겠지.
그래서 아이디어를 짜낸게 오전엔 저수지 송어낚시
오후엔 동물원이 있는 놀이공원엘 가기로 했다.
평일만큼 조용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저수지와 놀이공원만큼 또 있을까?
우찌보면 낚시를 좋아하는 나와 가족의 놀이를 위한 절충안으로 보이지만,
까짓꺼 하루 종일 놀이 공원이면 어떠냐마는,
아이를 갖고 낳고 돌이 지나면서 근 2년에 가깝게 제대로 낚시다운 낚시를 못 해본
아내를 위한 결정이기도 하다.
아내는 내가 낚시에 다소 광분(어디까지나 남의 관점이다...-_-;)하고 있기에
그다지 반겨하진 않지만 막상 낚시대를 쥐어 주면 또 돌변한다...^^
그동안 심심했던 손맛을 넉넉하게 안겨줄 낚시 이벤트를 해주고 싶었다.
둘 중 한 명은 아이를 보고 교대로 낚시를 해야 될 것 같지만,
즐거움은 넉넉하다.
훅도 넉넉하고 채비도 충분하다. 녀석들의 인정만 넉넉하다면야....
그리고 낚은 고기는 늘 그렇듯 풀어줄 작정이다.
자... 다시 저수지 송어낚시 시즌이 돌아 왔군.
해마다 줄여야지, 안가야지 하면서 꾸역꾸역 가게되는 저수지 송어낚시.
전에도 몇 번 지껄여 본 적이 있지만, 이노무 저수지 송어낚시라는 게 말도 많고 일도 많다.
플라이 낚시라는 게 말로는 자연을 사랑하며, 캐치 앤 릴리즈를 지켜야 하느니 어쩌니 하면서,
협소한 공간 안에 한 철만 살려두며 손 맛을 위해 사랑한다는 자연을 고생시키는 모순....
그리고 그걸 막기 위해서 먹여 없애야 된다던가, 그래도 풀어주는 척 해야 된다던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던가....
수많은 이론과 철학으로 우기고 싸우고 서로의 발을 밟고 있다.
이론와 논리로는 도저히 끝이 나지 않는다.
누군들 자기 생각을 접고, 패잔한 노예처럼 남을 따르고 싶을까?
그리고 그 사이엔 나같은 낚시꾼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본능에 끌려 저수지 송어낚시를 가면서, 이 핑게도 대고, 저 핑게도 대고....
다녀와서는 가끔식 혼란스럽다.
하지만 언젠가 얘기했듯이,
난 단지 내 손으로 죽이는 게 미안해서 저수지의 송어들을 다시 풀어 줄 뿐이라고...
그리고 그 모습은 만사에 무기력한 현대인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나 같이 거창한 혁명이나 만인의 선봉으로 나서기를 겁내 하는 대다수의 소수는,
아니 귀찮아 하는 나는 그게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저수지 송어 낚시면 어떻고, 계류나 한강변의 낚시인들 어떠랴?
낚아서 먹으면 어떻고, 풀어준들 어떠랴?
언제나 결과물은 똑같다.
나 이외의 생물을 괴롭히는 일이다.
그래서 난 이렇게 변명해 본다.
그냥 각자 나름대로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고,
그 행동의 결과엔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살면 되지 않을까?
그 마음 하나라면 누가 봐도 충분히 이해할만한 낚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남을 바꿀 순 없으므로 난 나를 바꿀 뿐이다.
그들도 변했으면 하는 바램만 가지고....
난 가끔씩 보신탕집 앞에 매여 있는 개들을 한번씩 쓰다듬어 주곤 한다...^^
물론 난 개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먹지는 않지만,
먹는 사람들을 미워하진 않는다.
생선을 안 먹는 사람도 많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난 저수지 송어낚시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