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와우각상
지난 계류출조에서의 이야기다.
나름대로 님핑 연습을 하리라고 다양한 노력을 해봤지만 결론적으로 꽝이란 걸 했다.
오랜만에 해보는 꽝이라 다소 낯선 느낌이었다....^^;
처음 맞아보는 포인트였고, 상황이 전체적으로 안 좋았었지만
함께 했던 일행 분들의 결과에 비하면 형편 없었던 지라,
역시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책상머리에 앉아 공부를 해보지만 한가지 궁금증이 돋는다.
플라이 낚시에는 매치더해치 라는 대전제가 있다고 하고,
그날은 나도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었다.
들어가는 포인트마다 얼음장같은 찬물에 팔뚝을 넣어가며 뒤져본 계류에는
캐디스라바와 이름모를 라바로만 가득 찼었고, 오후 3시반~4시 경에는 역시
26번 정도의 미지해치가 안개와 같이 일었다.
하지만 정상적인 수면의 라이즈는 내내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플라이 낚시꾼들의 훅 선택은 오전엔 적당한 사이즈의 캐디스라바나 미지 라바,
오후엔 미지퓨파나 미지드라이가 아닐까?
특히 대부분의 해치가 없는 초겨울의 시점에선
그나마 실제 계류가 담고 있는 먹이감으로 접근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나 역시 그러한 훅들로만 님핑을 했었다.
그런데 실제 입질이 온 것은 고기들의 위치파악을 위해 탐색용으로 던진
14번 정도의 일반적인 드라이 캐디스 훅이었다.
그것도 제법 빠른 리플 속이거나 깊은 수심의 잔잔한 런 지역에서의 몇 번....
아직 님핑 실력이 형편없으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
긴 시간동안 입질 한번 받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게다가 캐디스 라바라면 내린천 전역에 퍼져 있다는 각날도래의 긴 머리부분까지
표현한 나름대로의 자신있는 훅이 있었고, 색깔마저 청녹색과 갈색으로 왠만큼 매치를 해뒀었다.
하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동행한 다른 분들의 훅을 살펴보면 역시 입질이 왔던 훅들은
캐디스나 패러슛과 같은 일반적인 드라이 훅과,
어트랙트 타입의 골드비드 타입 혹은 프린스 훅이었다.
그것도 붉은 색이나 피콕헐을 쓴 강한 원색의 훅들......
그렇다면 실전에서는 매치더해치라는 게 필요가 없는 걸까?
본론을 뛰어넘은 결론으로는 나같은 초보의 어설픈 매치더해치보다는
안정적인 조과를 보장하는 훅을 쓰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계속 공부할 입장이라면 그대로 주저 앉을 순 없다 싶어서 좀 살펴봤다.
갖고 있는 서적 자료와 기타 웹자료.....
의외로 계류낚시에 대한 부분은 적었고, 해외에서는 이 부분에 집중된 서적자료 한 권 조차 없는 실정인 것 같다.
게다가 난 일본어 자료는 젬병이기 때문에 더욱 검색이 어려웠다.
그마나 있는 자료를 뒤져서 요약하면
"좁은 계류에서는 항상 굶주린 고기들이므로 매치더해치보다는
님프건 드라이 훅이건어트랙트 타입으로 접급하라" 였다.
늘 빠른 물살에 제때제때 부지런히 받아먹지 못하면 굶기 일수 일테니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 실례로 지난 초가을 출조에서 같은 사이즈의 같은 모양의 각날도래 캐디스라바를
색상만 바꿔서 실험했었다.
하나는 붉은색 비드 몸통에 긴머리 처리 훅, 또하나는 청록색 비드에 긴머리 처리 훅,
나머지는 검청색 비드에 긴머리 처리 훅 이였다.
실제 계류에서는 전형적인 감청색의 각날도래 라바가 많았었고,
난 청록색 비드나 검청색 비드의 훅이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 입질이 와서 여러 수를 낚은 훅은 붉은색 훅이었다.
제법 빠르고 깊은 런이었지만 의외였다. 왜 실제 색과 비슷한 훅이 아닌 엉뚱한 훅을 무는 걸까?
억지로 추론하자면 내가 만든 각날도래 캐디스라바는 전혀 실물과 같지 않았고,
붉은색 훅만이 깊은 물에서 어트랙트 작용을 일으켜서 물어 주었던 것 같다.
역시 실력부족으로 귀결되지만,
타잉에서 실물 이미테이션 쪽으로는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었는데 무기력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 출조에서도.....
그렇다면 난 매치더해치를 버리고 고기 낚기 중심의 어트랙트로 가야 하는가?
아니면 매치더해치를 하되, 어트랙트 타입으로 바늘을 묶는 절충안을 택해야 하는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플라이 낚시꾼들의 고민이겠지.
그 답은 굳이 내혼자 성급하게 내릴 필요도 없고,
어린 실력의 나로선 지금 당장 내릴 수도 없다.
우선은 좀 더 해봐야 겠지.
죽기 전엔 알 수 있을래나?
잠깐 눈을 돌려 보자.
사실 계류로만 집중되는 플라이 낚시라는 게 우리나라 상황에서만 해당되는
특이한 경우일 것 같다는 생각을 평소에 많이 했지만,
해외에서는 계류에서의 플라이 낚시를 Mountain Creek으로 분류하여
플라이 낚시에서의 아주 작은 한 분야로만 취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상적인 플라이낚시
라고 여기는 것들은 계류에서의 낚시가 대부분이겠지.
우린 좁은 몇몇의 계류에서 매치더해치가 어떻고, 수서곤충은 어떻고, 기법은 어떻고 라고 따지고 있지만
진짜 해답은 해외의 그들이 정리한 단순한 결과가 정답일지도 모른다.
기껏해야 20~30년 밖에 되지 않는 우리들의 경험과 몇 백년이
넘는 그들의 경험을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들 답을 알까?
아니 정답이 아니더라도 어떤가? 실리적으로 정리해가며,
더 넓은 분야에서 다양한 플라이 낚시를 즐긴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다.
우찌보면 잠시나마 내가 머리 아파 했던 것들은 옛말에 있던 '와우각상' 이 아닐까?
살고 접하는 환경이 좁은 뿐이지 마음까지 좁을 필요는 없다.
마음을 넓히고자 쥔 낚시대라면,
비록 몸은 좁은 한 칸 방에 거하더라도,
언젠가 나가게 될지도 모를 다른 세상에 대해서도 공부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혹시 그렇게 된다면 계류어들은 기뻐할 것 같다.
아무래도 바늘 물 일이 줄어 들테니....^^
후훗, 달리기 좋아하는 내 머리도 그리 나쁜 버릇은 아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