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바늘에 맞으며....
지난 여름엔가?
정말 낭창대는 자작 6ft 1~2번대를 시험하러 샛강에 나갔다가
모여든 강준치에 욕심이 나서 2번 라인에 10번이상의 아주 무거운 스트리머 훅을 달았다.
그리고, 고기의 입질을 보기도 전에
제대로 되지도 않는 캐스팅을 우찌 한번 해보겠다고 휘두르다가
납줄을 3겹이상 감은 무지막지한 스트리머 훅에 오른쪽 눈을 맞았고,
자작대는 페롤부분이 부러져 버렸다.....
한참을 눈을 움켜쥐고 쭈구려 앉아 있었다.
꽤 심한 통증에 눈물을 찔끔거리며 '드디어 욕심내다가 한 건 하는구나'
'눈이 멍한 게 혹시 바늘에 찔려서, 눈 하나 버리는 거 아냐?'
'맨날 바늘로 고기 찌르다가 오늘은 내가 한 번 된통 찔리는 구나' 하는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4~5분을 지난 뒤, 통증이 좀 가시면서 조심스레 오른쪽 눈을 떠 보았다.
눈이 부은 탓에 약간 뿌옇고 초점이 덜 맞지만 그럭저럭 보였다.
감싸쥐었던 손에도 피 한방울 없다.
다행히 바늘 부분에 눈이 찔리진 않았고 바늘 옆부분의 몸통에 눈동자가 맞았던 것이다.
조금만 각도가 달랐으면 눈을 꿸어 실명할 수도 있었다.
그러고도 난 밍기적거리고 낚시를 더 하다 왔다.
집에 와서 보니 흰자 아랫부분에 벌겋게 피멍이 들어 있다.
남들에겐 다른데 부딪혔다고 둘러댔지만 안과 의사에겐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_-;
어릴 때부터 조심성이 없었던 덕에 낚시바늘에 다칠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보기에도 무지막지한 원투 릴채비에 빰이 걸렸던 것이다.
방파제에만 항상 주의했건만 갑자기 대를 뒤로 젖혀 채비를 날리려는 한 낚시꾼의
바늘에 빰이 꿰였다. 낚시줄을 쥐고 고함치지 않았더라면 바다낚시용의 큰 서너개의 바늘에
빰 한쪽이 다 뜯겨 나갈 판이었다.
다행히 그 낚시꾼은 고함소리를 듣고 멈췄고, 적절한 아버님의 조치에
크게 다치지도 피를 흘리지도 않았다.
흔한 일이라며 나에게만 조심하란 말씀에 좀 섭섭했지만 그때 당시엔 그러려니 했었다.
그 외에도 손가락이 바늘에 꿰거나 각종 연장에 나는 생채기 정도는 빈번한 일이었다.
그러나 많고 많은 기억 중에 어쩐지 이번 일이 제일 기억이 남을 것 같다.
멀쩡한 눈 하나를 잃을 심각한 위기였다기 보다,
나의 실수로 일어난 게 아닌, 나의 욕심에 기인되었기 때문이리라.
어릴 때부터 별난 성격에 늘 몸에 한가지 씩의 상처를 지니고 있던 나였던 터라
예전부터 나의 좌우명으로 삼던 문구 중의 하나가 기억났다.
"하루라도 몸 아픈 곳 없기를 빌기보다 하루라도 마음 아픈 곳이 없기를 빌어라!"
생각날 때마다 스칠 때마다 쓰라린 상처야 시간이 지나면 금방 낫지만
그릇된 마음은 그렇게 되새기지 않으면 고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늘 몸에 상처가 하나 나면 혹시 마음에는 그런 상처가 없나 돌이켜 보곤 했었다.
아니 할려구 노력했었다.
물론, 머리가 굵어졌다고, 얼굴이 두꺼워진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_-"
그리고 나는 잠시 잊었던 문구를 바늘에 맞으면서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원칙에 맞는 균형잡힌 채비를 써야된다는 기본 룰을 지켜야 됨은 당연한 일이고,
그것보다, 낚시를 하면서 갖는 욕심에 대한 경종을 듣을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 길은 그렇게 반성하고 반성해도 머~언 길인가 보다.
아니면 난 역시 입으로만 낚시하고 반성하는 진짜 위선자이거나.....
피멍은 2~3주만에 벌써 삭아졌고 이제 부러진 낚시대만 남았다.
다행히 부러진 곳이 페롤 부분이라 금방 수리할 수 있었지만, 들고 나갈 일도 많았지만,
어쩐지 기념삼아 그냥 내비 두고 있다.
가끔씩 들여다 보면서 맘이나 다스려야 겠다.
아차! 바늘에 맞는 게 이 정도니, 가끔씩 찔리는 녀석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