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플라이 낚시 공부하기
낚시란 즐기자고 하는 것이련만,
몸이나 마음이나 공부삼아 해보기로 맘 먹은 후로 어지럽고 있다.
아직은 외딴 곳인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플라이 낚시꾼들이 그러하겠지만,
아무래도 난 혼자서 공부하다 보니 항상 뭔가 모르게 불안하다.
우선은 좌충우돌 부딪혀가며 배워 온 것 같다.
무조건 해보고, 아니 흉내내 보고 되면 하고 아니면 바꾸고....
진도는 늦지만 그래도 가장 맘에 와 닫고 깊이 박히는 듯하다.
벌써 7년 전인가?
굵은 모노라인 끝에 어디선가 구한 머들러미노우를 달아 루어대로 캐스팅하던
나의 첫 출조를 아직도 잊을 수 없으니까...^^;
이젠 어느정도 제대로 시작하고 있는 듯한데, 아니 아직도 솔직히 확신은 안 선다.
나처럼 홀로 헤메는 초보가 어딘가 또 있겠지.
낚시 공부라....
학교 때도 공부라면 필요한 만큼만 하면 된다고 혼자 맘먹고 줄창 농땡이 짓을 했었는데,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밥벌이와도 상관없는 무엇인가를 이렇게 정열로 뭔가 배우려고 덤비는 모습이 우습다.
영어가 싫어서, 아니 못해서 대학교 때도 그 흔한 원서 한 권 가져보지 않았는데,
지금은 눈꼽만한 글씨에 알 수 없는 글로 가득찬 해외플라이 낚시책을 끼고 다닌다.
부모님께서 아시면 얼마나 대견해 하실까?....-_-;
어차피 공부는 혼자 해야 자기 것이라고 하지만 혼자 공부하는 게 쉽지는 않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오류, 그리고 나처럼 가끔식 낚시다니는 처지에선
단 한번의 증명으로 명제와 가정이 뒤섞이고, 주제가 급변하는 등, 혼란의 연속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찾아낸 방법이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었다.
Web 페이지도 VTR 자료도 있지만 맘 먹고 찬찬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책만 못 한듯 하다.
물론 처음엔 VTR과 같은 눈으로 보는 자료가 필요하긴 했다.
하지만 Manual 문화가 발달된 그들 답게 책 만으로도 상당한 부분을 전달 해주는 것 같았고,
논문과 같은 섬세한 그래프와 수치자료를 제시하는 모습에 놀라움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내가 노렸던 기술과 패턴에 대한 단순한 전달 외에도 시각의 차이와 깊이, 그리고 문화의 향기까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사대주의나 그들의 시각창 안에서 머무를 생각은 없다.
그들은 그 때 그 곳에서 낚시했었고, 난 지금 여기서 낚시하고 있으니까....
늘 그렇듯 난 남이 알려준 것과 반대로 내맘대로 해볼 생각이니까....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공부에도 비용이 든다...-_-;
여태 각종 자료들 구한다고 들인 돈만 따져도 그 유명한 간판의 멋진 플라이 대를
한 두대는 족히 사고도 남을 것 같지만 난 차라리 책을 택했던 것 같다.
낚시대야 언제든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지식과 마음은 오랜 시간이 지나야 쌓이는 거 아닌가?
무릇, 공부의 기본은 방식의 문제나 양의 문제가 아니고 마음가짐에 있는 것 같다.
아니 예습 복습인가?!@#$......
아직까지 책만 쌓아 놓고 제대로 공부를 하지도 못하고 있지만,
쌀궤가 그득한 듯, 창고가 그득한 듯, 아이의 터질 듯한 볼을 보듯,
낚시를 못가도 배 부르다.
언제든 독서낚시삼매경(?)에 들 수 있으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야금야금 한 두권식 사다보니
아내도 나의 헤픈 씀씀이를 눈치채지 몬하고 있다...^^;
가끔 남들은 얘기한다. 그 시간 그 열정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재테크를 공부했으면 집이 몇채라고...^^;
머 틀린 말은 아니군. 그러나....
낚시만이 공부꺼리가 아님을 알고 있고 아직도 많은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넘쳐나지만,
난 내가 선천적, 후천적, 유전적, 자발적 낚시꾼임을 알게 된 이상,
이 길도 한번 걸어 볼란다. 열심히, 부지런히, 자알~.....
수많은 다른 길을 포기하고서라도.....
물리적으로 다니지 못할 길이 무수히 많은 이 세상에서
맘에 맞는 길 하나 골라 걸어 볼 수 있는 것도 흐뭇한 일이다.
뭐 길이라도 좋고 아니라도 좋다고?
내 배짱은 아직 4륜구동이 못 된다....^^;
사실 알고 보면 나같은 초보에겐 공부한다는 핑게로 많은 걸 가리는 장점도 있다...^^;
실력이 없어도 공부 중이다, 꽝을 쳐도 이번엔 어떤 공부를 했다....
역시 학생신분이 좋은 건가?
어차피 처음 살아보는 이 세상, 누군들 학생이 아니랴?
"顯考學生府君 神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