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낚시바늘을 처음 만든 사람은?
낚시를 하면서 가끔 떠오르는 호기심 중의 하나가 바로
낚시바늘을 처음 만들어 낸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것이다.
아마 불을 만들어 낼 수 있게된 사람을 찾는 것 만큼 오래된 이야기일 테지만,
궁금하기 짝이 없다.
청동기 유적에도 낚시바늘을 주조하던 거푸집이 발견된다고 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초창기 바늘은 물고기 가시 였을 거란 얘기도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라는 것이 항상 인류에겐 필요한 것이지만,
객체가 되는 자연에게는 그리 맘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인류의 3대 발명품이라고 하는 숫자, 화약, 종이 (항상 필요에 따라 항목은 가감된다..-_-;)부터
시작해서 각종 연장과 도구들은 언제나 파괴과 살상으로 이어져 왔다.
물론 그 창안자의 의도는 그렇지 않았을 지 모르지만.....
요즘 잠시 시끄러웠던 노벨상의 노벨도 마찬가지다. 니트로 글리세린이라는 획기적인
폭발물의 개발은 인간의 생존 영역을 확장시켰던 동시에 대량살상이라는
새로운 현대 전쟁의 장을 마련해 냈다.
그리고 맘 한구석이 찔린 노벨은 노벨상이란 걸 만들어 낸 것 같고....
무엇이든 처음 만들어 낸 사람이 갖는 모순과 역설이 스며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아마 낚시바늘이란 것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인간인 누가 보기에도 멋진 도구임에 틀림 없지만 고기의 입장에서 보면
가슴 뜨끔한, 아니 입술 뜨끔한 흉기임에 틀림 없다.
그 바늘을 처음 만든 사람은 혹시 한번이라도 노벨과 같은 느낌을 받았을까?
요즘의 수많은 낚시꾼 중에 한 명이라도 그런 생각을 가져본 사람이 있을까?
사람 속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누군가 있었다면
인류 역시 이래 줄곳 찔려만 왔던 고기들도 조금은 덜 섭섭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낚시바늘이란 단순히 고기를 꾀어 구속하는 도구일 뿐이지마는
낚시꾼에 따라 무엇이든 바늘 끝에 걸 수 있고,
심지어 스스로를 얽어 맬 수 있다.
인간은 평생 뭔가를 얻으려고 아둥바둥 낚시바늘을 휘둘러 보지만,
정작 자신의 등짝에, 입술에 꿰여 있는 또 다른 바늘의 존재에 대해서는 무감한 듯 하다.
소유를 위한 바늘, 집착에 의한 바늘, 생명의 연장과 쾌락을 위한 바늘 들.....
어쩌면 내가 던진 바늘은 나에 몸에 꽂힌 바늘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온 몸에 낚시 바늘을 꽂고 수레를 끄는 인도의 고행자처럼 누구나 그런 삶 속에 있는 건 아닌지....
길바닥에 드러 눕고 싶은 때도 많지만,
그땐 이미 때 늦은 멈출 수 없는 내리막길, 먼저 끌지 않으면 짐더미 가득한 수레에 깔릴 것만 같다.
욕심을 위해 휘두르는 바늘의 갯수를 줄여 갈 수록 자신의 몸은 해방될 수 있을까?
임제(臨濟)였다면 아마 수레를 부숴버리라고 했겠군....^^
어쨌거나, 한 조각 낚시바늘이 주는 상념은 내가 낚시꾼임에 더욱 각별하다.
난 마조(Maso)와 별로 친하진 않지만 바늘을 들여다 보고 있자면, 어쩐지 나의 살갗을 꿰 뚫어
그 그낌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쳐든다.
예리한 바늘이 주는 차갑고도 따스한 느낌,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을, 알 수 없는 심연의 깊이....
처음 낚시바늘을 만든 그도 나 같은 마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