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해가 바뀌며....
2001년 새 아침, 진짜 21세기인가?
또 한 해가 넘어가면서 간만의 휴일이라고 자리에 등 붙이고 뒹굴대느라 정신 없었지만,
맘 한 구석엔 역시 뭔가 해야 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스며났다.
낚시를 갈까? 바늘을 맬까? 잠깐 고민했지만,
작년 이맘때 쯤, 낚시 갔다가 대 부러뜨린 생각도 나고,
크리스마스 이브 출조도 했으니 웬만큼 할 낚시는 했다는 생각에 물가에 나서지는 않기로 했다.
결국 가족과 함께 푸욱~ 정말 쉬는 것 같이 쉬었다.
그러면서 하게 된 머리 속의 낚시....
그동안 난 낚시를 한답시고 깝짝대고 있었는데,
여전히 내게 낚시는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와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무궁무진하다는 그 자체가 오히려 변덕스런 내 맘에 드는 것 같기도 하지만,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것은 뭔가 찜찜하다.
각각의 낚시꾼은 각각의 방식과 생각으로 저 나름대로의 낚시를 하고 있다.
통일되어 있는 것은 고기를 낚는 다는 것 하나 뿐이며,
같은 고기를 똑 같은 채비로 낚는다고 해도 낚시꾼에게 느껴지는 낚시 그 자체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강에서 낚시하는 사람, 바다에서 낚시하는 사람,
생미끼를 쓰는 사람, 가짜미끼를 쓰는 사람,
낚은 고기를 먹는 사람, 놔주는 사람,
고기만 낚는 사람, 다른 것도 낚아 보는 사람,
그런데 각 낚시꾼들끼리 비껴서는 경우가 있다.
서로의 낚시를 높이 보는 각자의 생각들 때문이겠지.
어떤 낚시 하나라도 잘못되거나 틀린 것은 없다.
낚시는 단지 낚는다는 것뿐인데 낚고 못 낚고가 있을 지언정, 좋고 나쁜 낚시란 없을 것이다.
다만 낚시는 인간이 하고 있는 이상,
낚시의 모습과 내용은 바로 낚시꾼에게 달린 것 같다.
낚시꾼이 바로 서면 바로 선 낚시가 될 것이고, 엎어져 있으면 바닥에 뒹구는 낚시가 될 뿐이다.
낚시 그 차체는 고기나 괴롭히고, 손에 피 묻히는 인간 본연의 모습일지 모르지만,
낚시대를 쥔 낚시꾼에 의해서 구름 위를 걷는 도인의 취미로 보이기도 하고,
시정잡배의 간교한 속임수에 비유되기도 한다.
혹, 낚시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낚시를 미워하지 말고,
나같은 낚시꾼을 미워해달라....^^;
뭐, 죄는 좀 다르다고 하더구만...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떤 낚시꾼인가?
늘상 반성 반성해도 모자랄 거란건 나도 이미 잘 알고 있으므로
그만 줄이자....-_-;
새로운 세기의 새 아침,
낚시꾼이 되기 전에 인간이 되어야 함을 새삼 깨달았지만,
혹시 낚시를 하다보면 인간이 될 수 있을까 하여
오늘도 나는 낚시대를 놓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