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새해 첫 출조
올해 첫 출조를 다녀왔다.
해가 바뀐지 처음이기도 하고, 한 달여 만에 처음 고기 낚으러 가는 일이라 마음이 들떴다.
반가운 분, 새로운 분도 뵙고....
우여곡절 끝에 금주지를 가기로 되었다.
약속한 대로 아는 분의 차를 얻어타고, 처음 뵙기로 한분도 무사히 만나고....
느지막히 도착한 금주지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추운 날씨 탓인지 낚시꾼들이 적다.
10 여년만에 찾아온 한파라니 낚시꾼들도 여간 맘 먹지 않고는 낚시 다니기 힘들겠지.
집은 금요일부터 수도관이 얼어 난민생활을 하고 있지만,
가기로 1주일전부터 떠들어 놓은 상태라 집안사정에 나몰라라 하고 출발했다.
집사람에게 꽤나 미안하긴 하다...-_-;
온 저수지가 꽝꽝 얼었으나 가두리 쪽은 열심히 돌아가는 펌프와 주인장의 노력 덕에 수면이 일렁인다.
오갈 데 없는 나같은 플라이 낚시꾼에게는 반갑기 그지 없다.
느긋하게 시작하여 온종일 즐거운 낚시를 했고,
심심찮게 물어주는 무지개송어 덕분에 그럭저럭 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준비해간 새로운 엉터리 훅들도 테스트 해보고....
여럿이 몰려가는 저수지 송어낚시만이 갖는 또 다른 재미를 하나 느끼게 되었다.
늘 혼자 다닌 낚시에는 내가 낚은 고기에만 기뻤던 것 같은데,
자그마한 물이라 건너편이 훤히 보이는 겨울 송어 저수지는 동료가 낚을 때마다 덩달아 신난다.
훅이 뭐였는지도 물어 보고, 수심도 물어 보고, 곁에 붙어 뜰채질 한번 해주고
마치 내 고기인양 고기 구경하는 맛도 즐겁다.
모두 3명이 갔으니 기쁨 세배라구나 할까?
어쩌다 포인트와 잘 물어주는 훅을 찾게 되어 다같이 모여서 옹기종기 포인트에 붙어 오전 한 때를 즐겼다.
이쪽에서 걸면 다시 저쪽에서 거시고....
그리고, 가신 분들 모두 고기낚기에는 이미 넉넉하신 분들이라 적당히 낚으신 후에는
이곳 저곳 장소를 옮겨가며, 채비와 기법을 바꿔가며 자신만의 낚시를 하셨다.
출조를 청한 입장이라 행여 조황이 나쁘면 우짤까 걱정했던 나도
편안한 마음으로 내 낚시를 해볼 수 있었다.
한동안 엉뚱한 채비로 방황한 후에
저수지 송어를 가면 꼭 다시 해보리라 맘 먹은 고리 바늘을 빼들었다.
(고리 바늘 : 바늘 부분을 없애고 줄로 끝을 둥글게 다듬은 바늘, 입에 박히진 않고 걸 수만 있다.
줄만 느슨하게 풀어 주면 언제든지 줄 끝의 고기를 풀어 줄 수 있다.)
늘 싸구려 바늘을 쓰는 탓에 언젠가 저수지 송어낚시에서 끝이 부러진 바늘로
한 시간 여 동안 본의 아니게 낚시를 한적이 있었다.
얕은 곳이라 입질을 받으면 잽싸게 올려 랜딩하기 쉬운 얼음판 위로
고기를 올려 놓으면 웬걸 바로 바늘이 빠져 고기만 펄떡 대는 것이었다.
가끔 훅셋이 안되기도 하고....
한참 후에 바늘을 살펴보니 미늘 윗부분까지 댕겅 부러져 달아나고 없다.
놀랍기도 했지만 신기한 마음에 다시 낚시를 했지만,
마음에 이미 편견을 가졌는지 좀 전처럼 고기를 올릴 순 없었다.
결국 보통 바늘로 바꿨지만 다시 그 바늘 쓸 생각이 가득 찼었다.
지난 여름 강준치 낚시 때 잠시 쓴 적이 있었지만,
보통 스트리머 훅이 떨어져서 자의반 타의반 고리 바늘를 썼었다.
그나마 후둑! 한번의 입질로 끝이었고....
그리고 이번엔 정말 자의만으로 고리 바늘을 줄 끝에 매달았다.
사실, 너무 추워서 바늘 빼느라 물에 손넣기 싫어서 쓴 것도 있다...-_-;
바늘을 꺽고 다듬은 고리 바늘에 비드라바를 맨 훅,
고기들이 회유하는 가두리 가장자리 근처엘 자리 잡고,
발 앞에 훅을 두는 터라 고기를 덜 놀래키려, 수심을 깊이 두었다.
금방 깜빡이는 마커,
잽싸게 채었으나, 비드라바에서는 보기 드문 빈 바늘이다.
(비드라바는 훅 주변에 여분의 드레싱이 없어 입질이 오면 바로 채어야 한다
송어가 씹거나 주둥이를 부딪쳐 툭툭 쳐보는 등의 흥미꺼리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고,
확실히 먹을 것으로 인식하고 입안에 물어 보는 듯 하다.
따라서 부르르 떠는 입질은 거의 없고 대부분 살짝 잠기는 입질이 많다.
입질만 제대로 파악하면 훅셋이 잘되는 편이고 윗턱 입술에 가운데 걸렸다면
제대로 된 훅셋 타이밍으로 판단하면 된다.)
다시 잠기는 마커, 또 빈바늘...
그러길 반복하다 드디어 4번째만에 훅을 걸었다.
정말 훅셋이 아니고 살짝 건 것 뿐일테지....
수심 3M 아래, 잠시 동안의 휘번덕임과 함께 투둑이는 느낌을 몇 번 전해주고 훅이 빠졌다.
바늘이 박히지 않아서 인지 몸을 뒤틀어 바늘을 뱉어 버린다.
수심이 깊은 탓에 입질 전달과 반응 시간이 길어져서 챔질 타이밍을 빨리 해야 되나 보다.
맘을 좀더 가다듬고, 신경을 더욱 날카롭게 닦은 후,
다시 시작해서 3번째 입질만에 제대로 고기를 걸었다.
턱!
다시 3M 아래에서 은색 송어가 올라온다.
이 녀석도 고리 바늘임을 아는지 좌우로 달리지 않고 곧장 물 위로 솟구친다.
라인의 여유만 주면 바로 빠지는 고리 바늘이라 낭창이는 긴 대의 장점을 살려 제법 길게 대를 세워 줬지만
수면에서의 한 번 바늘털이에 못이기고 훅이 빠졌다.
물이 깊어서 낚시대가 갖는 버퍼를 다 소진한 탓도 있겠지만,
아직까지의 내 실력으로는 3~4번의 기회 동안 한 번 정도의 훅셋(?)이 되나 부다.
굳이 조황으로 따지자면 1/4의 마릿수로 줄어 들게 된다.
게다가 주변에 적당한 랜딩 장소가 없다면 손에 쥘 기회도 거의 없다.
그래도 가끔씩 고리 바늘을 써 볼 작정을 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상상만 해온 낚시 흉내를 내보기 위해서다.
우선, 아직 고리 바늘은 완전하지 않다. 끝은 다듬은 고리라고 해도,
작은 바늘 끝은 고기 입에 상처를 줄 수 있고, 무리하면 그냥 바늘보다 더 크게 다칠 수도 있다.
꼭 부드러운 낚시대를 써야하는 제약이 뒤 따른다.
고리 끝에 비드를 끼울까? 에폭시로 방울을 굳혀 볼까? 고민하고 있지만
만들기도 쉽고, 고기도 덜 다칠 고리 바늘은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제대로 된 고리바늘이 되면 내가 늘 우겨대던 고기와 나의 어느 정도 정정당당한 한 판 놀이를 할 수 있겠지.
아직까지 자신은 없지만 올해부턴 조금씩 영역을 넓혀 볼 생각이다.
우선은 가장 고마운 친구인 한강의 강준치부터 고리 바늘을 써볼 마음이다.
매년, 한 차례씩 얼굴도 못 본, 1.5호 목줄도 날름날름 끊어 먹는 녀석들이 날 기다리지만,
가급적이면 고리 바늘로 상대하고 싶다.
고리 바늘로 녀석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때가 되면
다른 어종을 상대로 드라이 훅이나 님프 훅에서도 자신이 생길 것 같다.
그리고 고리 바늘의 다음 단계인
고기의 미끼 욕심을 재어 볼 일자 바늘을 쓸 수 있을까?
녀석들은 미끼 욕심을 접고 언제든지 입만 벌리면 나와의 승부를 끝낼 수 있다.
그때 쯤이면 이미 나의 고기 욕심은 녀석들의 욕심에 가리워 질테지....
웬지 흐뭇한 낚시가 될 것 같다.
진짜 난 고기와 놀러 다닌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
새해 결심은 작심 삼일이라고 하더마는
작심 삼출조는 될 터이고, 북풍이 매섭기만한 아직까지 샛강의 강준치는 멀리 있다.
날은 많고, 물도 많다.
낚시도 놀이니 느긋하게 던져 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