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물고기의 노래
물고기가 말을 할까?
말은 못해도 서로 의사소통은 하고 있겠지?
얼마 전에 본 플라이 낚시 Cartoon 에서는
송어 회화 연습용 Audio Tape를 몇 불에 판다고 나와 있더라마는.....
실제 물고기들은 천적에 대한 공포나 먹이에 의한 행복감 등을 몸에서 만들어 내는
화학물질을 물에 퍼뜨림으로 서로 의사 소통을 한다는 자료를 읽은 기억이 있다.
일부 어종은 실제 몸의 기관을 이용하여 소리를 내어서 의사소통을 하는 종류도 있다고 한다.
고래와 같이 고도로 발달된 해양생물은 심지어 그들만의 언어가 있고 노래도 있다고 한다.
; 고래는 물고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낚시꾼의 입장에선 낚던 안 낚던 물에 살면 고기다...-_-;
게다가 그 노래는 유행이 있어서 지역마다 해마다 변하고 있단다.
물이라는 특이한 매질을 이용해서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동료와도
충분히 의사소통하는 고래도 있다고 한다.
난 개인적으로 고래들의 노래를 좋아해서 여러 장의 CD 음반을 갖고 있다.
그 중에 Blue Whale 이라는 대왕고래(고래 중에 최장 ; 체장 30M 이상)의 노래는 정말 놀랍다.
인간의 가청주파수 밖이라서 도저히 그냥은 들을 수 없고,
4배 이상 주파수를 높혀서 녹음한 소리라야 겨우 들려 온다.
다만 멀리서 들려오는 뿔 고동나팔 소리 비슷한데, 소리는 없고 단지 진동만 느껴진다.
창문과 문짝을 떨게 만들고 심지어 나의 내장을 울려 온다.
오디오의 볼륨을 웬만큼 올리자면 심약한 사람에겐 멀미를 일으킬 정도의 강한 파동이다.
마치 무공의 고수가 뿜어내는 음공(音攻) 수준이다...-_-;
그리고,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예전의 고래사냥 때 측정한 녀석들의 소리는
정말 인간이 들어도 상황의 긴급함을 충분히 이해할 정도라고 한다.
그런 덕분인지, 줄어만 가는 개체 수의 덕분인지
고래를 괴롭히는 일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조용한 바다가 아닌 상선의 스크류 소리, 핵잠수함의 소나(음파탐지기) 소리 등에
음감을 많이 잃었는지, 고래는 더 이상 예전의 멋진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면 걔들도 발라드에서 힙합과 하드코어로 바꿨나?...^^;
고래 뿐만 아니라 저녁바람에 솔가지, 처마 밑의 빗줄기도 노래를 부르는데
우리의 친구, 고기들도 노래 한 곡조 정도는 지니고 있지 않을까?
매일매일 오늘도 눈뜨는 즐거움을 축복하기도 하고,
가끔 산란기에는 질펀한 사랑가 한 판을 풀어 보기도 하고,
죽어가는 혹은 끌려가는 친구의 구슬픈 장송곡도 있겠다.
나 낚시꾼은 살벌한 낚시바늘로 멀쩡한 그들의 삶에 장송곡만 더하나?
아예 그들이 노래 부르는 것조차 잊고 지내게 만드나?
내가 낚시 중에 읊조리는 친구를 부르는 권주가(勸酒歌)나
플라이 낚시대의 캐스팅이 더해주는 리듬감이
그들의 노래를 더욱 흥겹게 할 수 있다면....
너나 할 것없이 어깨 춤을 들썩이며 한 바탕 놀아 볼 수 있다면....
그도 저도 아니면.
그저 그렇게 끼어서 조용히 그들의 노래 한 곡조라도 들을 수 있다면....
그런 낚시란 아직은 머나먼 곳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