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캐스트와 로드


 

이번 편에는 조금은 말이 많은 부분이긴 하지만,

로드와 캐스트와의 관계를 한번 더 끄집어 내 봅니다.....^^;

일단 Tip은 아닌 것 같군요. 억지로 한 가지 있다면 엉터리(?) 로드의 컨트롤 기본이라고나 할까요?

 

오디오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 오랫동안 내려 오는 한 가지 논쟁거리가 있습니다.

앰프에 의해서 소리가 달라지는가? 케이블에 의해서 출력되어 나오는 소리가 달라지는가?

하이엔드의 값비싼 기기의 소리는 정말 다른가?

흔히 장비론으로 불리는 이러한 논쟁은 지금까지도 계속 진행되고 있고 여전히 끝이 없습니다.

그 속에는 크게 두 파로 나눠져 있지요.

하나는 값싸더라도 기본만 갖춰져 있는 오디오라면 음질의 변화는 크게 차이나지 않고

음악 듣는 데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실용파와

또 하나는 돈이 들더라도 사용자의 열성과 튜닝에 의해서 그리고 기본적으로 좋은 장비에 의해서

미묘한 차이가 있으며, 이는 충분히 물질적 Input에 비례하여 Output이 나온다는 하이엔드파입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눈을 가린 채, 소리만 들어서 오디오(스피커를 제외한 기기들)의 변화를 구분하는 시험)를

한 결과라든지, 복잡한 공학계산식의 결과라든지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며 갑론을박 중입니다.

최근에는 논쟁의 양상이 실용파는 음악을 듣는 것이 취미이고,

하이엔드파는 오디오를 수집하고 기기 그 자체를 즐기는 취미로 정리 되기도 합니다.

서로 간에 믿는 것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지만,

이러한 구분된 개념에는 양쪽이 비교적 상호 인정하는 편이지요.

 

엉뚱한 오디오의 이야기를 길게 했는데요,

이는 아마도 플라이 낚시에서의 장비론에도 여지없이 적용되는 이야기일 겁니다.

차이점은 플라이 낚시는 인구가 적은 탓인지, 이에 대한 논쟁이 좀 덜 했다는 것이고,

오디오 쪽은 해외의 관련된 유명 학자들까지 논문을 써가며 싸웠다는 점이 좀 다르겠지요...^^

 

오디오 쪽에서 최근에 정리된 개념을 플라이 낚시에도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플라이 낚시 자체를 즐기는 사람과 장비나 로드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고 나누면......

약간 심해 보이니까, 로드를 즐기는 사람 쪽에는 캐스트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해 두면

좀 나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해외에서 19.95$ 짜리 4절 로드를 하나 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녀석으로 캐스트 연습을 몇 번 해 보았습니다.

로드의 소재도 싸구려고, 가이드도 싸구려에다가, 릴시트도 싸구려입니다.

그립의 콜크는 듬성듬성하고 거친데다가 질도 나쁩니다.

한 가지 액션만 미디움에 가까운 거라 맘에 들더군요. 그 외에 스트로크를 세차게 하면

팁의 진동이 심해서 루프가 적당히 망가집니다.

처음엔 값비싼 고급로드에 비하면 소위 뽀대도 안 나고,

팁의 진동 때문에 캐스트에 집중해서 신경 써야 되고, 그나마 4절이라 허리 부분에 페룰이 있어서

허리 힘을 보완해주는 것이지 휨새도 완벽해 보이진 않고, 단점만 눈에 보이더군요.

값비싼 대를 여러 대 가지진 못했지만, 남들이 좋다는 유명 메이커 로드들을 접해는 보았기에

그러한 차이점은 느껴지더군요.

 

롱 캐스트와 중간거리 캐스트 그리고 응용캐스트 등 몇 가지 캐스트 연습을 해 보았습니다.

먼저 롱 캐스트(Distance cast)입니다.

보통의 로드를 쥐었을 때 제 캐스트 최대거리인 리더를 뺀 플라이 라인만 28M 선까지는

비교적 비슷하게 나가더군요. 물론 홀 타이밍이 제대로 걸리는 가에 따라서

루프가 심하게 망가 지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최대한의 거리 캐스트이니까 이건 뭐 순전히 홀 타이밍에 대한 OX 문제라 비싼 로드와 비슷하지요.

 

이번엔 근거리 캐스트입니다. 10M 내외에서의 스트로크에서는 팁 조절이 가능하므로

깨끗한 루프로 두 로드의 별 차이가 없이 캐스트가 됩니다.

정확도 문제도 캐스터의 차이지 로드차이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다음 15~20M 이내의 중간 거리 캐스트입니다.

홀 없이 15M 까지는 루프가 나지만 홀 없이 20M에 가까워지면 스트로크에 힘이 가해져서 루프가 망가집니다.

팁의 진동 때문이지요. 50% 카본에 50% 글라스라서 소재 자체가 진동이 있기 쉬운 터라 어쩔 수 없습니다.

비싼 메이커 대는 고탄성 소재를 쓰면서 팁 부분에 최대한 신경을 많이 써서 설계합니다.

진동 때문에 비교적 굳게 나오는 편이지요.

대부분의 플라이 로드의 중간 부분의 탄성을 조절함으로써 미디움과 패스트 액션으로 조절 됩니다.

팁을 굳혀 두면 진동은 없지만, 작은 고기가 낚였을 때 진동을 없애므로 소위 손맛이라는 게 적어 집니다.

둘 다 장단점이 있는 거지요.

물론 낚인 고기가 일정 크기 이상되면 비싼 로드도 팁도 떨리는 싸구려 로드와 차이는 없어 집니다.

그럼 설계가 최적이지 않거나 소재나 그렇거나 아니면 제가 만들어 쓰는 작은 물고기를 위해 설계된

팁에 진동이 있기 쉬운 로드의 경우 캐스트를 어떻게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 로드 일수록 홀을 통한 캐스트를 하면 됩니다.

로드를 휘두르는 스트로트의 크기를 줄이고 홀을 더 빨리 세차게 함으로써 루프 컨트롤이 됩니다.

물론 25M를 넘어가면 팁의 진동이 적은 로드가 좀 더 쉽겠지요.

 

이제 실제 낚시 상황을 비교해 봅니다.

20M를 넘어 가는 거리에서 루프를 정확히 유지해서 정확한 위치에 훅을 보내는 캐스트를

하는 상황이 있을까요?

큰 강이나 호수에서나 가능한 상황이지만 대부분 스트리머나 님프, 웨트 등의 수면 아래 낚시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도 라인 착지 후 라인 컨트롤을 통해서 드리프트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20M가 넘어가면 스페이대가 아닌 다음에야 어려운 일입니다.

드라이 훅을 쓴다고 할 때, 반경 50cm 이내에 착지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한 두 번의 프리젠테이션으로 끝나는 상황입니다. 초반에 속이지 못하면 고기는 사라지는 거지요.

아주 숙련된 캐스터가 아닌 보통의 플라이 낚시꾼에게는 비싼 로드를 쓰나 싸구려 로드를 쓰나

한 두 번으로 해결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별 차이가 없게 되는 거지요.

다음으로 25~30M의 상황입니다. 주로 탐색을 위한 낚시로 스트리머나 어트랙트 훅을 써서

최대한 멀리 던져서 고기가 보이지 않는 낚시 즉 Blind 낚시를 하는 때입니다.

이때는 방향성이 없으므로 어디를 어떻게 던지나 멀리만 던질 수 있으면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로드의 차이는 없어집니다.

계류와 같은 10M 이내 거리 캐스트에서는 앞서 말한 대로 역시 차이가 없습니다.

실제 낚시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10~20M 에서의 캐스트 상황에서는 아까 설명한 대로

홀에 의한 캐스트를 쓰면 결과물은 진동이 많은 싸구려 로드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다만 홀 없이 로드 스트로크에 의한 캐스트 보다는 힘 조절이 쉽지 않아서

프리젠테이션이 약간 단순해질 수 있습니다만, 홀의 연습을 통해서 커버가 가능하고,

루프가 약간 망가지더라도 캐스트 직후 라인 착지 전에 로드와 컨트롤로 착지점 수정이나

라인의 재배치가 가능하므로 연습에 의해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노력이 좀 드는 편이지만, 앞서 언급한 각각의 상황을 볼 때,

전체적으로 낚시를 하는 데는 로드에 의한 큰 차이는 없습니다.

실제적으로 실전에선 일직선 캐스트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응용 캐스트를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응용 캐스트라는 아날로그의 진동 속에 묻히기 때문에

더욱 더 로드에 의한 차이는 줄어 듭니다.

 

값비싼 유명 메이커 로드만 쓰다가 흐느적대거나 밸런스가 안 맞게 뻣뻣한 싸구려 로드를 쓰는 사람에겐

그 로드는 천하에 엉터리 쓰레기 로드로 느껴집니다.

반대로 처음에 싸구려 로드를 쓰다가 캐스트하기 좀 편안한 메이커 로드를 쥐어 보면

단번에 극찬을 하며 빠져 들기 쉽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실력있는 캐스터라면 약간의 차이나는 로드 정도엔 상관없이

로드의 특성을 읽고 그것에 맞는 캐스트로 수정해서 자신이 원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국산 로드나 싸지만 자신의 맘에 드는 로드를 쥔 사람은 값비싼 유명 메이커 로드를 쥔 사람을

향해 캐스트의 실제도 모르면서 연장 탓만 한다느니 하는 비난을 하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오디오 취미에서의 이야기처럼 끝없는 논쟁으로 끝나기 쉽습니다.

양쪽을 제대로 접해보지 않고서 어느 한 쪽을 비난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아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플라이 캐스트는 로드 보다는 캐스터(caster) 자신에게 더욱 좌우 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멋진 로드 보다는 멋진 캐스터가 더욱 부럽습니다.

좋은 혹은 쉬운 로드로 보기 좋은 캐스트를 즐기는 스타일과

어렵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로드를 길 들여가며 혹은 스스로 길 들여지며, 특이한 부분까지 즐기는 스타일

두 가지로 확대해 볼 수 있겠군요.

 

하지만 로드의 선택 문제는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취향 문제입니다.

물리적 특성이나 증거에 의한 합리적 근거와 상관없이 그냥 맘에 들고 안 들고 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값비싼 로드가 좋고, 어떤 메이커가 좋고 하는 건 본인이 느끼고

선택하는 문제이므로 소비자를 욕할 공급자는 없으며, 소비자를 욕하는 소비자도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제 아무리 전문가가 와서 뭐라 이야기 하던 자신이 느끼는 특성이 곧 그 로드의 특성이 되는 겁니다.

느낌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는 이야기입니다.

선택한 로드를 쓰는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니까요.

그런 점에서는 싸구려를 좋아하는 것도 역시 취향이겠지요....^^;

다만 플라이 낚시 전체를 이해하는 부분은 모든 플라이 낚시꾼들이 가져야 하겠지요.

 

좁은 한 쪽만 접하지 말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시간을 지낸 후,

자신의 맘에 드는 로드를 하나쯤 찾아서 천천히 오래 사귀어 보는 일은

참 재밌는 일 일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플라이 낚시 자체를 즐기시는 분입니까? 아니면

그 중에서도 좀 더 좁혀서 예술적인 장비와 캐스트 그 자체까지 즐기시는 분입니까?

양쪽 다 좋은 말로 쓰자니 쉽지 않군요...-_-;

어느 쪽이라고 해도 충분히 즐거운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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