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단순화한 매치 더 해치
작년 여름 쯤에 벌레를 공부하려다가 라는 제목으로 Tip편에 글 올렸던 적이 있었지요.
매치 더 해치를 위해서 수서곤충에 대해서 좀 제대로 된 공부를 해야 되겠는데,
그냥 낚시꾼이 모든 벌레를 다 알아 볼 수는 없으니
각 벌레들을 특성에 따라 몇 가지로 단순화해서 구분하고,
그 구분에 따라서 프리젠테이션 하는 방식이 좋겠다 라는 내용이었지요.
지난 번에 게시판에 소개했던 미국쪽 수서곤충학자이며, 플라이 낚시꾼이 지은
제가 처음 선택한 벌레공부 책을 이제야 뒷부분 쯤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리한 방식이 바로 제가 짐작했던 내용이 그대로 들어 있군요.
물론 우리나라와 완벽하게 똑같지 않습니다. 그대로 100% 믿고 써먹을 수는 없지요.
벌레도 다르고, 종의 개수도 다르고, 누군가가 확인해보지도 못했고 ...
하지만 상당히 재밋는 접근 방식이군요. 방식을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캐디스로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모든 캐디스를 5가지 종류로 나누고,
실물의 라바와 성충을 각각의 특성에 따라 간략히 5종류로 구분할 수 있도록 Key-map이 있습니다.
이머징 퓨파는 실전 측면에서 볼 때는 크기와 색깔만 주요 포인트인데다가
짧은 해치시간 덕분에 실제 적용되는 시간이 짧아 채집도 어려울 뿐 더러
이미 이머징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퓨파를 각각의 종류로 구분하는 게 별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라바와 성충의 구분을 통해서 퓨파를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직접 집이나 은신처 속의 퓨파를 보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어쨌거나 아주 맘에 드는 접근이지 않습니까?...^^
5가지 중에서 각각 종류마다 라바들의 특성(모양, 드리프트 습관, 식습관, 색깔, 크기 등등)을
구분해뒀고, 성충의 특성(모양, 색깔, 해치방식, 해치타임, 해치月, 산란방식 및 시간 등등)을
구분해두고, 그리고 각각의 科까지의 퓨파 색을 모두 나열해뒀습니다.(屬이 아니고 科였습니다. 수정!!)
그리고 각각의 패턴과 프리젠테이션 방식까지 제공되어 있습니다만,
좀 간소화 되어 있는 편입니다.
프리젠테이션 부분은 프리젠테이션派들이 알아서 짜맞춰야 겠네요.....^^;
실전에서의 벌레분류 및 적용의 예를 들어 보자면,
저녁 무렵 계류에서 캐디스 해치가 감지되면, 성충 몇 마리만 채집하면
간단한 해부학적 관찰만으로 녀석들의 라바 때 습관(집은 짓는지, 무슨 모양인지, 뭐 먹고 사는지)
그리고 퓨파에서의 크기와 칼라 등을 예측하고,
맞는 칼라의 웨트 훅으로 정확히 이머져 낚시를 할 수 있게 됩니다.
혹은 라바만으로 해칭타임과 퓨파 칼라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구분은 채집도구(손발?)하고 확대경만 있으면 됩니다)
혹은 바닥의 라바를 채집해서 주력 캐디스 라바나,
그 중에서도 아침저녁 드리프트하는 라바를 정확히 찾아서 시간 맞춘 라바 님핑을 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한 계류에서의 웬만한 연간 매치 테이블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요.
메이플라이와 같은 경우에는 더욱 섬세한 낚시가 가능하며,
나머지 벌레들도 각자 좀 다른 방식의 매치가 이뤄지겠더군요.
또 예를 들자면 스톤플라이의 경우에는 대부분 비슷한 생활사이니까,
시기별 사이즈와 칼라를 맞추는 데 집중하는 매치 더 해치가 되는 형태구요.
전체를 보자면 지금이 몇 월 달이다 그러면 새벽에 도착해서 00사이즈의 00색깔 스톤플라이로
어떻게 낚시를 하고, 00칼라의 ㅅㅅ사이즈 캐디스라바로 어떤 낚시를 하고,
오전과 점심 때까지는 ㅁㅁ종류의 메이로 어떻게 낚시를 한 다음,
오후부터 일몰 전까지 ㅂㅂ 종류의 캐디스나 ㅋㅋ 종류의 미지로 어떤 낚시를 하고,
일몰부터는 ㅈㅈ 종류의 스톤플라이와 ㄷㄷ 종류의 캐디스로 어떻게 어떻게 낚시를 한다.
와 같은 거의 하루 종일의 낚시 전략을 수립해서 써먹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좀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한 겁니다...^^
; 하지만 막상 결정의 순간에 물고 안 물고는 고기의 선택입니다.
낚시꾼은 최대한 그 선택의 확률을 좁히는 데 불과한 것이죠.
실제 물 속의 상황은 고기만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의 관찰만으로는 아주 부족합니다.
낚시꾼은 나름대로 짐작해볼 뿐입니다.
물론 제대로 된 정확한 매치를 하자면 科나 屬 정도가 아닌 種까지의 정확한 분류가 필요하겠지만,
그게 쉬운 게 아니랍니다. 심한 경우에는 그 흔한 Diptera(미지 등이 포함된,)의 경우에는 그 안에도 科가 여러 개가 있고
Family(科)하나에 몇 천 종이 있어서 그거 하나 구분하는데도 곤충학자가 평생이 걸려도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하는 군요.
낚시꾼이 낚시도 함께 하자면 어느 정도 선까지 낚시꾼의 타협점을 찾아야 하겠지요.
그래서 이런 방법이 나왔지만, 그래도 꽤 복잡하군요....^^.
단점으로 낚시가 좀 복잡해 지기도 하겠지만,
일단은 플라이 낚시의 또 다른 부분(혹은 제대로 된 모습?)까지도 즐길 수 있게 되겠지요.
단순화하면서도 낚시꾼의 수준에서 용납되는 꽤 합리적인 매치 더 해치가 이뤄지는 것이지요.
그저 이 훅 저 훅 던져 보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생략) 아~ 오늘은 00색이 잘 들었습니다" 또는
"(운 좋게도 마침 훅 박스에 있던 생략) 00패턴이 주효 했습니다" 라는 식의
조행 결과와는 비길 수가 없는 꽤 재밋는 낚시 한 판이 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매치 방식은 벌레를 먹는 어종 뿐 아니라 다양한 섭이 방식을 가진
많은 대상어종에게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방식 같습니다.
낚시꾼 다운 실용을 붙잡은 단순화한 매치 더 해치,
물론 미국 쪽은 더욱 실용적으로 이미 대가들이 분석해둔,
지역별, 날짜별, 시간대별 해치(종류, 칼라, 크기)차트를 읽고 쓰기만 해도 되겠지만,
해치차트 분석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매치 더 해치 접근이 적당해 보입니다.
; 이러한 접근 방식이 그렇다고 무조건 정답은 아니고, 수많은 매치 더 해치의 접근 방법 중에
단지 하나의 방식일 뿐입니다. 또 다른 많은 방식이 존재하고 꾸준히 연구되고 있음은 잊지 말아야 겠지요.
게다가 이번 편은 이제 막 벌레 공부를 시작한 생초보의 의견입니다....-_-;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시간과 열정이 있으신 분이라면 당연히 수계별 해치차트 완성 쪽으로
집중하시는 것이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서 더욱 바람직하겠지요...^^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 그러고 계시리라 믿으며,
게으른 낚시꾼의 헛소리를 줄입니다....^^;